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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무방비 도시에 갇힌 어린 딸들의 비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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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10대 소녀들이 성매매의 덫에 걸려 고통받고 있다. 어른들의 탐욕에 어린 소녀들이 성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시흥경찰서가 수사 중인 ‘10대 가출 소녀 성매매’ 사건은 그 실상이 얼마나 참혹한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집을 나온 김 아무개양(올해 17세)은 그해 12월부터 악몽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겨우 16세에 불과하던 그녀는 넉 달 동안 한시도 쉬지 못한 채 무려 2백여 차례나 강제로 성을 팔아야 했다. 몸이 아파서 일어서기조차 힘들 때도, 심지어 생리를 하는 기간에도 성욕을 채우려는 남성들과 만나야 했다. 지옥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협박과 감시 속에서 당시 16세였던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자고 일어나면 곧바로 성매매에 나서야 하는 힘든 나날이 반복되면서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다. 결국,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다. 욕정에 눈이 먼 어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성매수 남성 중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인기 그룹 소속의 유명 가수까지 ‘성매매 리스트’에 오르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집을 나와 거리로 나선 10대 소녀들은 각종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가출과 동시에 보호해줄 울타리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놓이게 된다. 당장 경제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보니 ‘검은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어린 소녀들이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아르바이트 자리는 한정적이며, 그마저도 가출 사실이 알려지면 쫓겨나기 십상이다. 이들이 기본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하다. <시사저널>은 성매매의 굴레에서 힘들게 벗어난 김양과 인터뷰를 갖고 ‘10대 가출 소녀의 성매매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가출 소녀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다지 많지 않다.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성매매의 수렁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김양 또한 마찬가지였다. 성매매를 강요한 임 아무개씨(22) 일당도 처음에는 그저 ‘돈 잘 쓰는 오빠’로만 보였다. 하는 일이 없어 궁핍하게 생활하던 그녀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취업까지 책임지겠다는 이들의 말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발짝 발을 내딛는 순간 상황은 돌변했다. 성폭행도 모자라 성매매까지 강요받은 것이다. 외부에 도움을 청하기도 어려웠다. 성매수 남성들은 오직 ‘성 욕구를 채우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뿐, 어린 소녀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외면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높은 지위에 있는 듯이 보이는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양은 아이돌 스타 출신의 인기 그룹 리더 전 아무개씨와 유명 IT업체 대표 ㅍ씨를 비롯해 대형 연예기획사 임원, 대기업 고위 간부 등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12월11일 현재 ㅈ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채 종적을 감춘 상태이며, ㅍ씨는 ‘돈만 줘서 돌려보냈다’라며 성관계 자체를 부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양의 증언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들의 경우 남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대부분 집으로 불러들여 성매매를 했다고 한다. 그 집의 위치와 내부 구조는 물론 신체의 특징, 신분을 짐작하게 하는 대화 내용까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오른쪽 인터뷰 기사 참조). 그녀는 이들 이외에도 호화 주택으로 자신을 불러 성매매를 한 남성들이 더 있다고 밝혔다. 잊고 있었던 당시 기억이 차츰 되살아난다고도 했다. 그런 만큼 ‘성매매 리스트’에 오를 사회 지도층 인사의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성매수자 중 일부는 미성년자인 줄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가 이들의 성매매 여부는 최종적으로 경찰과 검찰의 조사 결과 밝혀지겠지만, 일부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소년의 일탈을 막고 범죄로부터 보호해주어야 할 사회 지도층이 오히려 성매매에 가담했다면 법적 처벌은 물론 여론의 비난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물론 미성년자인 줄은 몰랐을 수도 있다. 성매매 과정에서 김양은 스무 살로 소개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도 모른 척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 미성년자인 것을 확인하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냥 넘어가기도 했다고 한다. 성매매는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졌다. 인터넷에는 성매매에 관한 정보 또한 넘쳐난다. ‘즉석 만남’ ‘애인 대행’ 등을 내건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검은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10대 소녀라고 예외는 아니다. 성인 인증을 받는 것만으로 보호망이 형성되지는 않는다.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회원으로 가입할 수도 있고, 임씨 일당처럼 다른 사람이 성매수자와 거래를 대신할 수도 있다. ‘미성년자 보호’는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한 셈이다. ‘10대 성매매’가 갖는 위험 중 하나는 ‘범죄의 사슬’을 끊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성매매 현장에서 어렵게 벗어나더라도 협박과 갈취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양의 경우도 지인의 도움을 받아 올해 3월에 임씨 일당의 오피스텔에서 나왔지만, 이후에도 금품을 빼앗기고 유흥업소에 취업하라는 협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한 달여 전 경찰에 고발을 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은 만큼 정신적인 후유증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다행히 몸은 다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음의 병은 심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란 연세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감당하기 힘든 큰 충격을 받은 경우 외상이 없더라도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잠을 잘 못 자거나 자더라도 악몽을 꾸고, 별일 아닌데도 깜짝 놀라거나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김양 역시 이런 증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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