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포항문학 작품상 심사평]
진실은 언제나 한발 물러난 뒤안의 그쯤
유 진 (시인.수필가)
『포항문학』 창간이후 반세기를 거친 제50호가 발간되었고, <포항문학 작품상>이 처음으로 재정되어 제1회 수상자가 탄생되었다.
포항 문인들의 유구한 문학적 자산을 총 정리하고 기념하는 50주년의 제호도 특별하지만, <포항문학 작품상>은 포항문인협회 회원들의 창작욕을 독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자체재정으로 새롭게 마련한 상이어서 의미가 더 특별하다.
심사의 방법과 절차에 대해 숙의를 거듭한 결과, 어디까지나 회원들 간의 격려와 자축의 의미를 가진 상이므로, 형식적으로 복잡하고 엄중한 절차는 피하기로 했다.
집행부임원들이 해당년도의 포항문학 제호에 수록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작품 1편씩을 추천하기로 하고. 수상자는 운문부와 산문부로 나누어 각 부문 1명씩 선정하기로 했다.
공정을 위해 집행부임원들의 작품은 당연히 제외되었고, 정회원 가입 후 3년 미만인 회원의 작품도 제외시켰다.
한 달간의 읽을 시간이 주어졌고, 투표는 마지막 임원회에서 진행되었다. 무기명 투표로, 추천 작품과 작가의 이름을 적은 용지가 제출되었고, 개표 결과는 김성찬 시인의 시 「쇠박새」와 정서윤 작가의 수필 「수의를 짓다」가 최득점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운문부의 최다 추천작인 김성찬 시인의 「쇠박새」는 우선, 시의 어조가 차분하고 정갈했다. ‘촘촘한 그물코, 겨울 빙벽, 위태로운 허방, 언 시간, 뚫린 구멍, 청매화 향기...’등의 단어가 풍기는 시적분위기와 바지런한 쇠박새의 청아한 보이스칼라를 대입시킨 시인은 ‘정갈한 햇살 한줄금’처럼 평온하고 자연스런 삶의 지점에 도달한 것일까? 보이거나 보여주는 겉모습이 아니라, 진실은 언제나 한발 물러난 뒤안에 있더라고 한다.
박샛과에 속하는 쇠박새는 굴 패인 나무 밑동, 딱따구리가 만들어 놓은 구멍, 인공 새집, 전신주 구멍, 건물의 틈 등에 둥지를 만들어 사는 텃새다. 쇠박새가 ‘한껏 가슴 부풀려 청아한 보이스칼라 세례’를 퍼부을 수 있는 것은, 자연의 생태를 거스르지 않는 정직하고 성실한 적응력의 보상일 것이다.
존재로서의 순리를 따르는 것 이외에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빼면 더 나은 무엇이 되고, 만족한 생을 영위할 수 있을까? 누가 알아보거나, 알아주지 않아도, 진실자체로 존재하는 일이외의 완벽한 진실은 없다.
겨울과 봄이 맞물리고, 시절과 시절이 맞물리고, 어제와 오늘이 맞물린 것처럼,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세상 만물은 순리에 따라 흘러갈 뿐이다.
자연의 순환, 그리고 ‘순리’와 ‘순응’에 대해 전언을 하고 있다는 공감대에서 많은 추천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산문부에서 최다 추천을 받은 정서윤 작가의 「수의를 짓다」는 제목에서부터 약간의 긴장과 무게감을 가지고 접근하게 된다. ‘수의’라는 단어는 의미가 다른 몇 갈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주검이 입는 수의(壽衣)이거나, 죄수가 입는 수의(囚衣)이기 때문이다.
서사는 오수의 꿈에서 본 하얀색 원삼에서 비롯된다. 원삼은 비단이나 명주로 짓는 여성예복의 하나인데, 깜빡 든 잠에 넓은 소매를 펄럭이며 창밖으로 날아가는 하얀색원삼을 잡으려 팔을 허우적대다가 꿈을 깼다. 아무래도 현몽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수십 년째 장롱서랍 속에서 종신형을 받은 수인처럼 갇혀있던 명주를 꺼낸다.
아들의 환갑 때 수의를 장만해두라는 말과 함께 시모에게 물려받은 고급명주다. 환갑 무렵의 윤달에 미리 수의를 지어놓으면 장수한다는 풍습에 대한 믿음이겠지만, 당신의 수의를 손수 지으시고, 남겨준 아들 몫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아들은 환갑이 되기도 전에 수의를 지을 겨를도 없이 서둘러 떠나버렸다. 슬픔보다 죄스러움이 먼저였고, 눈물보다 허망이 앞섰던 세월이었다.
죽음과 삶의 경계,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데려가줄 주검의 옷은 저승길을 갈 때 걸리지 않고 편안하게 가기를 염원하는 뜻으로 실매듭을 묶지 않는다고 한다. 열아홉 가지의 예를 갖춘 수의를 입고, 망자가 가야할 저세상은 어디에 있으며, 어떤 곳일까?
누구도 알 수 없는 사후의 세계,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준비하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필자는 장롱 속에 밀쳐져 있던 명주천의 소임을 이제 자신의 수의를 짓는 것으로 마무리지으려한다.
멋 부리지 않는 정확한 문장을 바탕으로 투명하고 세심하게 기술하고 있는 담담한 독백을 읽어나가노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진지하게 죽음과 삶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지 않을까?
제1회 포항문학 작품상을 수상하신 김성찬, 정서윤 두 분에게 다시 한 번 축하의 박수를 드리며, 아울러 더욱 융숭한 문운이 함께 하시기를 바란다.
ㅡ2024 포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