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크레바스에 위에서 트럭째 쏟아 붓는 것만 같은 낙석에, 춥고 배고프고……”라며 회상했다. 무스뜸(5,620m)을 등반할 때는 5,000m 지점쯤에서 허벅지에 낙석을 맞았지만 무조건 피켈을 찍으며 혼합 설벽 구간을 올랐다. 내려와서 보니 겉바지는 멀쩡한데 속바지가 피범벅이 되어 상처에 엉겨 붙어 있었다. 혼보르(5,500m)를 하산하는 도중에는 미끄러져 수백 미터의 크레바스에 빠질 뻔한 걸 최석문 대원이 낚아챈 덕분에 살았다. 대신 서로 엉키면서 날카로운 피켈의 날에 최석문이 눈썹을 찍혀 상처를 입었다. 이를 두고 최석문이 “흉터가 생겼으니 책임져야 한다”고 하자 이명희가 “좋다. 내가 데리고 살게”라고 해서 결혼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남자한테 대접받으려 하는 것은 쪽 팔리는 짓이다”
멀티4 원정은 이명희에게 전환점이었다. “등반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진 전환점이었다. 원정 내내 다른 남자 대원들에 비해 모자란 게 드러나니 속상했다. 그래서 남자들이랑 같이 다니면 배울 게 많다. 형들도 나를 여자로 생각 안 하고, 나도 남녀 구분을 안 했다. 그게 타이탄 산악회 시절부터 버릇처럼 뇌리에 박혀 있었다. 산에서 남자한테 대접받으려고 하는 것은 쪽 팔리는 짓이다. 그러려면 여자끼리 가야 한다. 여자라고 후등으로만 올라가란 법은 없다.” 멀티4 원정은 이명희에게 충격이었고, 자기 반성이었고, 행복한 추억이며 쓰디쓴 고통이었다. 그 결과 등반의 폭을 넓히고 더 강해지기로 다짐했다. 인공 등반, 혼합 등반, 크랙 등반, 낙석을 이겨내는 정신력, 체력 등 드러난 약점을 집중적으로 보강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여성의 삶과는 너무 달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그대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 마디 하자면, 그 무시무시하고 달콤한 바위에 중독되지 않고선 받아들일 수 없으니 이해하려 들지 말라는 것이다. “산에 다니면서부터 어떻게 돈을 많이 벌까가 아니라 어떻게 더 재미있게 등반할까, 더 나은 등반을 할까만 생각하고 노력했다. 나는 행복하게 살아왔다.”
한 사람은 멀쩡해야 아이를 키울 수 있으니, 원정은 따로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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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진넘이야!
방금 네이버에서 보고 올리려고 복사떴는데..벌써 올라와있네..ㅎㅎㅎ..멋져..명희야..
정말.... 멋지세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