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디자인하고 손수 꾸민 진짜 내 집, 풀 한 포기까지 손 안 미친 곳이 없다. 사는 사람 편하고, 찾아오는 사람 즐겁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경기도 광주 어느 언덕배기의 그린 하우스로부터 푸근함을 나눠 갖자.
아파트 생활 30년, 이젠 떠날 때도 됐다 싶어 말 그대로 산 좋고 물 좋은 동네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주생활권인 서울을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 동시에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기에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경기도 광주 어느 마을, 지금의 집터를 본 순간 우리 가족은 전원으로의 이사를 최종 결정했다. 이곳은 그야말로 ‘천당’이다. 산등성이에 자리잡아 하늘과 땅의 조화가 아름답다. 온통 푸르고 파랗다.
서울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게 답답하게 느껴지면서 ‘나도 이제 제법 나이를 먹었구나’ 생각했다. 내가 전원으로 이사를 결심한 것은 무엇보다도 집 안에서의 내 공간과 일에 대한 부재였다. 아파트라는 이미 짜여져 있는 구조에 나를 끼워 맞춰야 했고, 내 공간을 내 편의에 의해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본 연습할 나만의 서재, 모처럼 쉬는 날 내 손을 필요로 하는 집안일…. 그런 것들이 필요했다. 처음부터 전원생활을 가족 모두가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는 학교까지 거리가 너무 멀다고 투덜댔다. 하지만, 전원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에 무리해서 아이들에게 차를 한 대씩 사줬다. 지금은 아이들 스스로 일정을 조절해가며 전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사람들은 “전원에서 살아보니 어떤 점이 좋으냐?”고 자주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살아보라”고 얘기한다. 흔히 전원에 사는 사람들을, 개량 한복 같은 남다른 옷을 입고 속세와의 인연을 끊은 채 사는 사람들로 오해한다. 하지만, 전원에 산다는 것은 자연과 함께한다는 것 외에는 별반 다른 것이 없다. 물론 자연과 함께하면서 얻는 이점은 많지만, 그 자체로 생활 전체가 뒤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는 대신 집 앞 넓은 마당에 차를 세우고, 똑같이 아침이면 신문과 우유가 배달된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생활엔 변함이 없고, 거기에 곁들일 몇 가지 채소들만 텃밭에서 바로 뜯어 식탁 위로 올린다는 덤이 있을 뿐이다. 전원에서 사는 가장 큰 즐거움은 이렇게 작은 변화들이다. 아파트에 살 때에도 친구들을 초대해 술 한잔 기울일 수 있었다. 달라진 점은 그 공간이 실내에서 실외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푸른 풍경을 ‘안주’ 삼을 수 있다는 게 좋다. 무엇보다 더 좋은 건 집 발코니 안락의자에 앉았을 때 가만히 찾아오는 마음의 여유일 것이다.
촬영이 없는 날엔 나를 필요로 하는 집안일을 찾아서 한다. 잔디 한 판 깎고 난 다음 스프링클러 돌려 놓고 발코니에 앉아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스트레스가 싹 사라진다. 집 앞 텃밭에는 고추와 상추가 자라고 있다. 처음으로 내 밭에 씨를 심고 물을 주며 삶의 지혜를 하나 배웠다. 뭐든 심은 만큼 거둘 때 가장 행복하구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당에 옷을 갈아입혀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희들끼리 푸르렀다 붉었다 잘도 변하는 나무들은 관심을 쏟는 만큼 더욱 예쁘게 자란다. 처음 이사 와선 나무들을 꽤나 죽였었다. 그 맘 아픈 게 뭔지 알고 나선 나무들에게 관심을 안 쏟을 수 없다.
마당 한켠에서 든든하게 집을 지키고 있는 개 두리와 로미, 백철이는 아파트에 살 때는 키울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아이들 다 키워놓고 나니까 이젠 그 녀석들이 자식 같다. 한밤에 마당에 혼자 나와 앉아 별을 보는 것도 전원 생활의 묘미이고, 집안에서 그림 같은 밖을 내다보며 차를 마시는 것도 삶을 즐겁게 하는 요소다. 이렇게 내 손으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점들이 나를 전원에 머물게 하는 이유이자, 전원에 사는 즐거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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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오른편에 체리목으로 데크를 짜고 안락의자와 파라솔을 놓았다.
요즘엔 개도둑이 극성을 부려서 오히려 내가 개들을 지키고 앉아 있기도 한다.
그 재미도 쏠쏠하다.
통으로 창문을 달아 대형 그림이 걸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계절 모두 다른 그림이라 싫증이 안 난다.
잔디는 손수 내가 직접 관리하고, 정원에 있는 나무들은
모두 열 번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로 내가 좋아하는 위치를 꾸몄다.
볼품없이 보일지 몰라도 모두 내 손때가 묻은 것들이라 만족한다.
실내는 가구를 최대한 없애고 심플하게 꾸몄다.
살기 편한 집이 나의 컨셉트다.
각 방마다 욕조가 없는 욕실을 두어 각자 생활에 간섭이 적도록 했다.
부엌과 거실을 분리하는 가벽을 세웠으며, 1층에는 드레스룸과 안방, 다용도실 등이 있다.
2층엔 아이들 방이 있다. 채광을 위해 창문을 크게 단 편이라 항상 집안이 밝다.
모두 내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라 가족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