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의 매력자본
이신백
인구 감소 추세에 신중년의 시대가 도래했다. 신중년은 50대에서 70대까지를 뜻한다. 하지만 70대를 신중년이라고 봄이 타당하지 않을까. 산수(傘壽·80세)에 이른 노인을 초로장년이라고 부른다. 필자의 경우도 신중년에 해당한다. 최근 이중근 신임 대한노인회장(부영그룹회장)은 노인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상향조정하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기축(己丑)년 소의 해에 태어나 사반세기의 세 고개 정점에 들어선 나이에 이르고 보니 믿기지 않지만 현실이다. 신중년은 자기 자신을 가꾸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젊게 생활하는 세대를 뜻한다. 자기 관리는 신중년의 트렌드다. 70대라고 해서 모두 신중년이라고 호칭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나름대로의 매력 포인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영국 캐서린 하킴(Catherine Hakim)박사는 매력자본(魅力資本·Erotic Capital)이라는 책에서 매력은 잘 생긴 외모도 중요하나 유머 감각과 활력, 세련미,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기술 등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는 멋진 태도나 기술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는 곧 나이 듦에 따른 지혜와 여유 등 경륜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오래전부터 백우(白牛·흰소)라는 아호를 즐겨 쓰며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신중년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며 생활한다. 우선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구청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교육을 매달 수강하는 한편 모교에서 지난해부터 매 학기 학부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인간과 인성, 인간과 영성, 인간과 지성’이라는 커리큘럼을 학기마다 대면 청강하며 시대 흐름을 익힌다. 연구기관이나 사회단체에서 외교, 통일, 안보 국방, 농업 관련 포럼 등에 참석하여 공부함으로써 국정 분위기를 살핀다. 참석하면 발제자나 토론자에게 반드시 질문내용을 정리한, 비중 있는 질문을 함으로써 토론 분위기를 띄우기도 한다.
또한 통일과 문학, 문화와 역사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는 한편, 소속 단체에서 매월 또는 부정기적으로 행하는 역사와 문화 탐방 등 행사에 참석하여 시야를 넓히고 현지해설사로부터 듣게 되는 해설 내용을 기록함과 동시에 홍보물을 수집하여 이를 글쓰기에 활용도 한다. 최근에는 한 달에 한 편 정도 수필을 쓰고 이를 문예지에 기고하는 등 문학 활동에도 열심이다. 두뇌 활동을 열심히 하는 만큼 정신 건강과 치매 걱정은 하지 않는다.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쾌활하고 웃는 모습으로 사람을 대하면서 공동체 활동에서 누군가 할 일이면 내가 하고 언젠가 할 일이면 지금하고 지금 할 일이면 기꺼이 한다는 마음자세를 견지하며 몸을 아끼지 않는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다. 육체적 건강을 위해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은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하고 실천한다. 한 달에 10km를 6회 이상 달리는 것을 목표로 이를 수십 년 간 실천했다. 폭염을 경험한 올 6월부터는 달리기를 그만두고 거의 매일 이른 아침 6-8km를 빠른 속도(평균 시속 6.1km)로 걸어 몸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십여 년 전 직장에서 강제 명퇴를 당하면서 얻은 질환으로 세 가지 약을 복용하지만 운동을 통해 거의 정상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체력과 활력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19년 연속 감기 한번 걸리지 않은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행사 진행을 잘하며 노래는 대중가요와 가곡, 팝송과 사철가 등을 즐겨 불러 때론 단체 활동 시 참석자들을 즐겁게 한다.
이십 세기 최고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1889-1977)은 ‘한 번도 웃지 않는 하루는 가장 무의미한 하루’라고 했고,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 一怒一老)'라는 말이 있듯이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진다는 믿음을 갖고 생활한다.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하지 않는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 부인 엘리너(Eleanor Roosevelt·1884-1962) 여사는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작품이다”고 했다. 이 명언을 좋아한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순간을 충실하라)이라는 용어를 일상생활에 적용하려 노력한다. 신중년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강건한 육체와 녹슬지 않는 머리를 유지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신중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에 '쉬면 녹슨다(If I rest, I rust).'가 좌우명이다. 세월은 붙잡을 수 없고 늙음은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기에 맥아더 장군의 애송시, 사무엘 울만(Samuel Ulman·1840-1924)의 ‘청춘(靑春·Youth)’을 읊조리며 싱글 신중년을 가꾼다. 흰소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