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신 구
풀뿌리문화연구소 대표, 전통예술평론가, 민속학자,
예술경영학박사, 세종문화회관 공연본부장(전),
한국국제예술원교수(전), 《한국예인열전》저자
한강문학 제36호 · 2024년 가을호 -권두역사전통문화예술
술래잡기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술래잡기는 지방에 따라 〈숨바꼭질〉 또는 〈술래놀이〉라고도 한다.
나현성羅絢成의 《한국유희사연구》(백상문화사. 1977)에서는 술래잡기의 유래에 대해 《해동죽지海東竹枝》를 인용했다.
“옛 풍습에 인경 종이 울린 뒤 나졸邏卒을 풀어 야경夜景을 범하는 사람을 잡는데, 아이들이 이것을 시늉내어 놀이를 한다. 이것이 순라잡기라 이름 한다”라고 하는 것을 보아 순라잡기 놀이는 순라병巡邏兵에서 유래되었다.
즉, 오늘날의 ‘술래’라는 말이 순라巡邏에서 온 것이며, 이를 보아 술래잡기는 오랜 옛날부터 전해 오는 놀이임을 알 수 있다.
◆ 놀이 방법
술래잡기는 여러 아이들 중에서 한 아이가 술래가 되어 숨은 아이를 찾아내며 즐기는 놀이이다.
여러 아이들이 모여서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한다. 술래는 전봇대나 큰 바위 같은 데(이를 술래의 ‘집’이라고 한다)에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서거나 엎드린 채 미리 정해진 수를 센다.
이 때 아이들은 제각기 적당한 곳을 찾아 몸을 숨기며, 술래는 숨는 아이들에게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서 숫자를 빠르게 주워섬긴다. 수를 다 세고 난 뒤에는 술래가 아이들을 찾아 나서며, 숨은 아이를 발견하였을 때에는 “어디에 숨은 누구를 찾았다”고 소리 지르고 자기가 수를 세던 자리에 돌아 와서 집을 손으로 가볍게 친다.
한편 여기저기 숨어 있던 아이들은 술래가 떨어져 있는 사이에 재빨리 뛰어나와서 역시 술래의 집을 손으로 친다. 술래가 한 아이밖에 찾지 못했으면 이번에는 그 아이가 술래가 되며, 여럿인 경우에는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술래가 숨은 아이를 찾는 경우라도 뛰어가서 그 아이의 몸에 손을 대어야 죽은 것으로 치며, 만약 그 아이가 술래의 집에 먼저 도착하면 그대로 사는 것으로 한다. 술래는 숨은 아이를 차례대로 다 찾아내어야 하며, 술래에게 잡히거나 뛰어나와서 살아난 아이들은 아직도 숨어 있는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노래를 부르며 응원한다.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술래가 떴다 에미 날개 밑에 꼭꼭 숨어라 | 머리카락 보인다 범 장군 나간다 병아리 숨어라 애비 다리 밑에 나래미가 나왔다 |
| 〈강원도 지방〉 |
이와 다른 방법은, 집을 정한 뒤에 술래가 한 아이의 무릎에 엎드리면 그 아이가 술래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역시 수를 세고, 이때 그 아이는 이어서,
“바루 뗑 인경 뗑/ 삼경 전에 고구마 떴다/ 암행어사 출도야”
하고 소리를 질러서 술래가 아이들을 찾아 나서는 것을 알려준다.
한편, 양쪽으로 대표자가 나와 ‘가위, 바위, 보’로 술래 편과 숨는 편을 정하고 술래 편에서 몸이 가장 날랜 한 사람을 세우고 그 나머지는 근방에 앉아 구경한다.
또한 숨는 편에서는 제일 먼저 집에 손을 짚어 살아 난 아이가 한 손으로 짚고, 또 한 손을 길게 뻗어 자기 편 아이들의 손을 잡아 일렬로 선다. 그러므로 숨어 있는 아이는 집까지 가지 않아도 늘어 선 자기편의 손을 잡으면 살게 된다.
만약 술래가 한 사람도 찾지 못한다면 다시 ‘술래’가 되어야 하므로 이것을 면(피)하기 위해 애를 쓴다.
이러한 놀이는 마을마다의 놀이 기구나 오늘날과 같이 다양하고 수많은 재밋거리나 소재가 많지 않은 시절에, 상당한 친목과 건전한 공동체 놀이문화라 여겨봄직도 하다.
◆ 《한국민요집》(임동권,집문당,1980)에 수록되어 있는 술래잡기 노래
솔개비 떴다 에미 날개 밑에 꼭꼭 숨어라 | 병아리 숨어라 에비 다리 밑에 나래미가 나왔다. |
| 〈충청도 청양 지방〉 |
- 꼭 꼭 머리카락 앙경 뗑 도고라미 | 감춰라 보인다 파랑 뗑 찾으러 간 다 |
| 〈충남 예산 지방〉 |
꼼- 꼼- 숨겨라 꼼- 꼼- 찾아라 벼룩이 물어도 꼼짝 말아라 빈대가 물어도 꼼짝 말아라 이가 물어도 꼼짝 말아라 | |
| 〈함북 성진 지방〉 |
술래야 술래야 물어라 물어라 | 개- 술래야 술래야 물어라 |
| 〈충남 부여 지방〉 |
한 대 두 대 장작대 영강의 도둑대 아무개 붙 잡아라 | |
| 〈대전지방〉 |
술래 백장 술 백장 송장 밑에 피빨아 먹고 술래 한 번 더 되어라 | |
| 〈경기도 광주 지방〉 |
꼭꼭 숨어라 터밭에도 상추씨앗 꽃밭에도 꽃모종을 울타리도 호박순을 꼭꼭 숨어라 종종머리 까까머리 장독대에 까까머리 방앗간에 빨간댕기 기둥 뒤 에
| 꼭꼭 숨어라 안된다 밟는다 안된다 밟는다 안된다 밟는다 꼭꼭 숨어라 찾았네 찾았네 숨었네 찾았네 숨었네 찾았네 숨었네
|
| 〈민조民調, 충남 연기 지방〉 |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터 밭 에는 상추씨앗 꽃밭에는 꽃모종을 울타리도 호박순을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종종머리 장독대에 까까머리 연자 뒤 에 빨간댕기 기둥 뒤에 |
안 된다 밟는다 안 된다 밟는다 안 된다 밟는다
뵌다 찾았다 숨었다 찾았다 숨었다 찾았다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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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방〉 |
술래쟁이 이불 밑에 송장 밑에 내일 모래 구데기 쌀밥
| 째쟁이 이 잡아먹고 피 빨아먹고 오너라 퍼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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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포천 지방〉 |
◆ 《제주 전승민요》(좌혜경,집문당,1993)에 수록되어 있는 술래잡기 노래
꼭꼭 숨어라 곤밥 하민 보리밥 하민 | 머리카락 보인다 나오고 나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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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구전 동,민요》(김소운,중앙신서,1981)에 수록되어 있는 술래잡기 노래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쥐가 물어도 꼭꼭 | |
| 〈충남 지방〉 |
다 숨겼니 찾아라 찾을맥걸 꽁꽁 머리칼이 뵌다 꽁꽁 숨어라 | |
| 〈황해도지방〉 |
보금자리 찾아오니라 앉아 봐도 뵈이고 서서 봐도 뵈이고 | |
| 〈경남 지방〉 |
한 대 두 대 깡작대 영감의 도독대 아무게 붓잡아라 | |
| 〈황해도 평 산지방〉 |
그밖에 황해도 송화, 안악, 평남 강서, 전북 전주, 강원도 홍천, 함남 안변, 함북 성진지방 등 이렇게 지방마다 다르게 읊으며 술래잡기 놀이를 즐기는 풍습은 이웃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연대감, 유대감을 높여주면서 우리네 민간 풍습으로 자리잡은 지난 시대의 놀이문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