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국정부는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양민학살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라!
- “대한민국은 학살자였다!”
오늘(11월28일) 오전 11시, 국방부 앞에서 노동당, 양심적 병역거부자 모임 <도망자들>은 베트남 꽝아이성의 빈호아마을 학살 50주년을 맞아 “한국은 베트남 양민학살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50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동네 사는 친척 형이 아버지를 찾아 와 베트남전에 참가하는 것이 어떨지 상의하는 것을 들었다. 돈은 많이 벌 수 있지만 위험하다는 얘기들이 오갔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 나는 학교에서 베트남에 파병된 국군아저씨께 위문편지를 썼다. 아시아지역의 공산화를 막고 세계평화를 위해 싸우는 파병용사들이 자랑스럽다는 내용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단체로 영화관람을 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가족들과도 갔다. 영화 시작 전 대한뉴스가 나온다. 헬기가 뜨고 국군들이 밀림을 향해 용감하게 뛰어가는 영상과 함께 “월맹군(베트공)을 사살하고 무기를 노획하는 전과를 올렸다”는 멘트가 나오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베트남전 파병 10여 년 동안 한국의 영화관에서 보는 대한뉴스의 시작은 항상 그런 내용이었다.
그런데 전쟁에서 돌아 온 동네 형은 술에 의지해 살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구체적으로 대화를 해 본적 없기 때문에 그 원인은 알 수 없다. 2000년 초 이라크 침략전쟁에 동원됐던 미군 병사들이 우울증과 같은 트라우마를 겪다가 자살한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유추해서 생각할 뿐이었다. 살육이 난무하는 전쟁터 그것도 무고한 양민의 학살에 참여한 당사자들의 고충을 우리사회는 알지 못했다.
한국의 베트남 전 참전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는 원동력이 됐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양민학살 문제는 나중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유감’ 표명은 있었지만 국방부를 통해 양민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를 주장하는 단체는 파병갔다 온 사람들에 의해 고발도 당했다.
그러나 진실은 감출 수 없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있고, 1966년 12월 3일, 430명이 학살된 빈호아 마을 학살 현장에는 “하늘에 가 닿을 죄악, 만대에 기억하리라”라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증오비가 서 있다. 어떻게 이를 없었던 일로 할 수 있겠는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양민학살에 대해 사과‧반성하고 배상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처럼 베트남 양민학살에 대해서도 똑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정의로운 침략전쟁은 없다. 한국군에 의한 양민학살이 정당화될 수 없고 감춰질 수 없다.
한국은 제국주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고통을 받은 국가이다. 그런 한국이 미국의 침략전쟁에 동맹군이자 용병으로 파병되어 가해자로서 양민을 학살한 것은 매우 비극적이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다. 이를 부인하거나 감추려 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아시아지역은 다시 신냉전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군사력이 집중하면서 전쟁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지 않으면 다시 반복된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난 시기 전쟁과 학살에 대해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
* 노동당은 이경자 부대표 등 3명의 당원이 오는 11월 30일부터 베트남 평화기행을 시작한다.
(2016.11.28.월, 노동당 대변인 허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