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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를 마치고 회의가 소집되었다.
이번회의는 용산 전투결과에 대한 보고와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수혼이 소집한 회의였다.
회의에는 길식과 호식을 비롯하여 기동대의 대장들과 별동대 대장이 참석했다.
수혼은 사람들이 모두 회의실에 집합하자
부인들과 함께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모두 앉으세요. 이번에 다들 수고가 많았어요.”
“저희들이 무슨..몸은 괜찮습니까?”
“여러분들이 걱정해 주시는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먼저 우리 쪽 피해상황부터 보고하시죠.”
죽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혼은 죽죽을 별동대 대장으로 임명했다
. 별동대 중에서 그의 무공이 당연 발군일 뿐만 아니라 리더십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결로 230명의 별동대 중 130명의 사상자(死傷者)가 발생했습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망 및 중상 98명, 경상 32명으로
경상자들은 치료가 끝나면 바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사상자들이 많군요.
길식님. 사상자(死傷者)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답을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성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전투결과 성민과 성민파의 본진은 전멸(全滅)했습니다.
다만 성민은 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양다리가 잘려 다시 활동하기는 힘들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리고 갈치파의 피해 상황은 정확한 통계를 말씀드릴 순 없지만
출동한 화랑들 중에서 삼분의 이가 전멸(全滅)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번 전투에 갈치파 화랑들 중 300명이 참가했어요.
그중에서 삼분의 이라면 200명이 전멸했다는 말인데..
.갈치파의 피해가 예상외로 심각하네요.”
“그건 링링님과 미희, 미나님의 활약 때문입니다.”
“참~ 그날 출동했던 사군자 중에서 매(梅)라고 불리는 여자는 제가 처리했어요.
아마 불구는 되지 않겠지만 최소한 한달정도는 요양해야 될 겁니다.”
미희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전체적으로 이번 전투를 평가한다면 비록 우리 쪽 피해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천랑이 기동대를 철수시킨 것을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제가 확인해 본 결과 천랑의 판단이 정확했다고 확인되었습니다.
우리가 철수하고 30분이 지나지 않아 경찰이 출동했다고 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먼저 여러분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이야기하지만 그날 제가 만난 친구는 갈치파의 원예였습니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 길식님에게 전화가 왔고
통화내역을 들은 원예가 갈치파를 출동시킨 겁니다.”
“예~ 그...그럼 갈치파가 우리들의 움직임을 파악한 것이 천랑을 통해서라는 말씀입니까?”
“맞아요. 일이 그렇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기동대까지 출동시킨 겁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갈치파가 추가병력에 대비하기 위해서죠.”
“잠깐만. 수혼씨...수혼씨와 원예가 무슨 일로 두 분이서 만나신 거죠.”
미나가 심각하게 수혼에게 물어본다.
수혼은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녀와의 일을 솔직하게 말해야하나.
이미 대충 말하지 않았는가?
여기서 숨기면 의심만 깊어진다. 솔직해지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제가 저번에 요키에와 함께 그녀를 만난 것은 여러분도 모두 알고 있을 겁니다.
그 후 그녀와 가끔 통화를 했어요. 그러다가 그날은 그녀와 단둘이서 만나게 된 겁니다.”
“수혼씨는 무슨 생각으로 원예를 만나 거죠.”
“글쎄..그녀와는 친구하기로 했어.
그녀가 갈치파의 수장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나도 그녀도 조직을 떠나 생각하면 그냥 평범한 한 사람을 뿐이야.
서로 마음이 통해서 친구하기로 했지
. 물론 공과 사는 구분해. 다만 그때는 일이 이상하게 꼬인 거야.”
“수혼씨...이걸 생각하세요.
수혼씨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고 살수도 있어요.
만일 그날 갈치파가 출동하지 않았다면 우리 쪽 피해는 미미했을 겁니다.
이번 일은 수혼씨가 잘못한 겁니다.”
“쩝~ 나도 알아.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도 반성하고 있어.”
수혼에게 따진 사람은 의외로 미나였다.
수혼은 미나의 말에 틀린 부분이 없기 때문에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 미나가 수혼에게 따지고 수혼이 사과하자 장내는 한동안 술렁거린다.
“자자~ 천랑이 사과했으니 대충 넘어갑시다.
사실 갈치파가 출동해서 우리 쪽도 많은 피해를 보았지만
전투결과만 놓고 본다면 승리한 전투 아닙니까?
그리고 사실 갈치파와는 시기가 문제지 언제 가는 싸워할 상대 아닙니까?”
“맞습니다. 저희 별동대도 불만 없습니다.
성민파나 갈치파나 어차피 싸워야 할 상대입니다.
그리고 전투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저희가 언제라도 죽을 각오가 없다면 천랑파에 투신(投身)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호식과 죽죽이 오히려 수혼의 편을 들고 나선다.
“수혼씨...이번문제는 이렇게 넘어 가는 것 같지만 다음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이건 제가하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 천랑파을 구성하는 우리 모두의 뜻입니다.”
“미나...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분들..
.제가 공과 사도 구분 못하고 조직에 피해 입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보스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수혼씨 그런 말이 아니잖아.”
“잠깐만...이건 확실히 해야 합니다.
전 최선을 대해 천랑파를 이끌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방금도 말씀드렸지만
지금이라도 여러분이 보스자리에서 물러나라하신다면 바로 물러나겠습니다.”
수혼의 말을 듣던 호식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천랑 무슨 말씀입니까? 저희를 버리시겠단 말씀입니까?
제발 고정하세요...누가 천랑이 하는 일에 불만 있는 사람 있어.
그런 사람 있으면 먼저 내 앞으로 나서. 내가 아주 박살을 내버리겠어.”
“호식님 진정하세요. 그리고 천랑도 말씀이 좀 심했어요.
저희들 중에 누구도 천랑을 의심하거나 천랑이 하시는 일에 불만을 품은 사람은 없습니다.
저희들이 누구보고 천랑파에 있습니까?
바로 천랑 한사람을 믿고 따르기 때문에 천랑파에 있는 겁니다.
천랑이 저희들을 버리고 가시겠다면 먼저 이 쓸모없는 노인부터 죽이고 가세요.”
“죄송합니다. 제 말이 심했군요. 이번 일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자~ 회의를 계속 진행하죠.”
회의장은 한순간 폭풍우가 지나간 것 같았다.
수혼은 다시 장내를 리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성민파에 대해서 말씀들 해보세요.
저 판단으로 성민이 그렇게 된 이상 성민파는 이제 끝났다고 봐야합니다.
성민파의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성철파의 잔당들과 부산 영도파에서 흡수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였습니다
. 하지만 그들 중 핵심간부들은 우리와의 전투에서 모두 전멸했고
지금은 보잘것없는 사람들만 남은 상태입니다.
그나마 성민이라는 구심점이 없어진 이상 성민파는 끝났다고 봐야 됩니다.”
“천랑은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성민파의 구역은 손쉽게 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생각은 어때요.”
“저희들은 천랑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천랑파에서 천랑의 뜻을 거역할 사람은 암무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죠.”
“휴~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성민파가 가지고 있던 구역은..그대로 방치하세요.”
“예~ 방치하란 말씀입니까? 저대로 둔다면 갈치파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현재 구역은 의미가 없어요.
성민파가 가지고 있던, 갈치파가 가지고 있던
우리가 갈치파의 핵심전력들만 박살내 버리면 구역은 언제라도 차지할 수 있습니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전력을 분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제가지고 있는 구역만 관리해도 천랑파를 유지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그럼 천랑의 뜻은 성민파가 차지하고 있던 구역은 갈치파가 차지하던 말든 방치해 버리고
우리들은 갈치파 본진만 부셔버릴 궁리만 하지는 뜻입니까?”
“호식이가 오랜만에 바른 말을 했네. 맞아요.
갈치파 본진만 부셔버리면 갈치파는 자연스럽게 무너져요.
그 후 서울을 장악해도 늦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천랑의 뜻에 따르도록 하죠.
그럼 저희들은 갈치파 본진을 상대할 전력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해야겠군요.”
“예~ 이번에 별동대의 피해가 많습니다.
해서 기존의 기동대와 별동대는 모두 해산하고 새로운 기동대를 편성하도록 하세요.
앞으로 천랑파는 친위대와 기동대의 두개 부대 체제로 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먼저...죽죽님 그래도 되겠습니까?
만일 별동대 대장인 죽죽님이 반대한다면 별동대를 해산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천랑께 목숨을 바치기로 맹세한 놈들입니다.
별동대로 불리든 기동대로 불리든 저희들은 상관없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길식님과 죽죽님은 새로운 부대를 편성하시고 훈련에 전념에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호식은 갈치파의 동향에 대해 조사해 주세요. 이상입니다.”
회의가 끝나고 부인들만 남고 모두 나가자 미나가 수혼을 보고 빙그레 웃는다.
“수혼씨 제가 한 말에 기분상하지 않았죠.”
“아니야. 틀린 말도 아니데 뭐...잘했어.
덕분에 자칫 흐트러질 수도 있었던 분위기를 미나 때문에 수습할 수 있었어.”
“그래요. 이런 문제는 흐지부지 넘어가면 나중에 더 큰문제가 생겨요.
곪은 상처는 방치하기 보다는 오히려 터트려버리고 수습하는 편이 좋아요.”
“미나, 그동안 병법 책 열심히 읽더니 많이 유식해졌다.”
“이런...야~ 네가 언니야. 내가 말이야 존댓말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 제발 깐죽거리지만 마라. 이게 하나있는 동생이라고 말이야.
내가 조용하니까 지가 언니노릇하려고 들어.”
“허허 기가 막혀. 야~ 3분 먼저 태어났다고 언니냐. 너하고 나하고 3분 차이 밖에 안나.”
“두 분 부인님들 그만하시죠. 제가 잘못했어요.
분위기 때문에 두 분이서 싸우지 마세요.”
“수혼씨 기분 풀어진 거죠. 삐진 거 아니죠.”
“내가 어린애야. 그만한 일에 삐지게. 자자~ 모두 일어나..
.하여간 당신들 앞에서 무슨 말도 못해요.”
지나가 깨어난 것은 회의가 끝나기 전이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깜짝 놀랐다. 자신이 혼자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곁에 있어야할 수혼이 없다. 꿈속에서 수혼은 또다시 자신의 곁을 떠났다.
지나는 벌떡 일어나 주위로 살펴본다.
분명 수혼의 방이다. 수혼은 어디 간 것일까?
그녀는 옷을 입으려했다. 그런데 주위에 있는 것은 자신이 어제 입은 야한 드레스가 전부다.
지나는 일단 그것이라도 입고 문을 나섰다
. 5층은 수혼과 부인들, 그리고 가끔 들려 부인들을 보조하는 아줌마들만 올라온다.
지금은 아줌마들도 올라오지 않는 시간이다.
지나는 오층을 배회했다.
미희의 방도, 미나의 방도, 요코의 방에도 사람이 없다. 다들 어딜 간 것일까?
지나는 갑자기 눈물이 나려했다. 혹시 또다시 버려진 것은 아닐까?
그때 계단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수혼과 부인들이 올라왔다.
지나는 수혼을 보자마자 그에게 달려갔다.
수혼은 지나가 품으로 뛰어들자 그녀를 안아주다가 그녀의 눈물을 보았다.
“지나야. 무슨 일이야. 왜~ 울어.”
“자다가 일어났는데 수혼씨도 안보이고, 다른 분들도 아무도 없고...
.또 다시 혼자가 된 것 같아 무서워서...”
“바보야. 우리가 가긴 어딜 가? 이 울보를 어떡하면 좋아. 자자~ 그만 울어.”
“응~ 알았어. 수혼씨 어디가면 안돼.”
“다음부터는 지나도 회의 참석해.
참~ 이거야 원~. 아~ 참~ 지나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이곳에 죽죽씨와 형님의 친위대들이 있어.
지금까지 정신없어서 만나지 못했지. 이제 천천히 만나봐~”
“정말~ 죽죽 아저씨가 이곳에 있어. 다른 아저씨들도 있고.”
“응~ 형님 밑에 있던 사람들 이곳에 많아. 아마 그 사람들도 지나 보면 좋아할 거야.”
“알았어. 천천히 만나볼게.”
“지나 배고프지 않아.”
“조금....지금 모두들 어디 갔다 오는 거야.”
“회의...앞으로 지나도 참석해. 일단 밥부터 먹고 오후에 지나가 익힌 음검 좀 보자”
“음검? 내가 익힌 건 형식뿐이야. 아직 음검 속에 감추어진 깊은 뜻은 몰라.”
“그 정도면 충분해.”
수혼과 지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부인들이 두 사람을 빙~ 돌려 싸고 지나와 수혼의 번갈아본다.
“지나씨 예쁘다. 질투 나는데...요코와 요키에가 너무 예쁘게 치장했네.
대충 입어도 이정도니 어제는 얼마나 예뻤겠어. 수혼씨 좋았겠어요.”
“험험~ 이거 부인들이 너무 많아도 문제야. 설마 서로 싸우는 건 아니겠지.”
“호호호~ 수혼씨가 똑같이 대해주면 싸울 일 없죠. 다 수혼씨하기 나름이죠.”
“예~ 잘 알겠습니다. 오늘 부인들에게 여러 가지로 당하네.”
“그만 하시고 자~ 지나씨도 식사해야죠. 아니다. 벌써 점심시간이네요.
우리 다같이 식사해요. 식사 준비는 오랜만에 나와 미나가 하죠. 미나 괜찮지.”
“쩝~ 하여튼 지가 언니노릇 다한다니까? 좋아. 오랜만에 부엌에 한번 들어가 보자.”
쌍둥이 자매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때 링링이 수혼에게 다가왔다.
“왜~ 링링도 할말 있어. 오늘 내가 당하는 날 같은데 말해 다 들어줄게.”
“호호호~ 그건 아니고, 아저씨한테 보여줄게 있어.”
“뭐~”
“따라와. 지나 언니도 같이 와요.”
수혼은 지나와 함께 링링을 따라 그녀의 방으로 갔고,
요코와 요키에는 쌍둥이 자매를 돕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링링은 자신의 방에 들어가더니 수혼과 지나를 한쪽에 앉게 하고, 장롱을 뒤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작은 가방을 꺼낸다
. 바로 링링이 국선도문을 때날 때 가지고 온 가방이다.
링링은 가방을 수혼에게 내밀었다.
“이거 뭐야.”
“나도 몰라. 사부님이 수혼씨에게 전해주라고 준 가방이야.”
“뭐~ 국선도 문주님께서..그런데 왜~ 지금 주는 거야.”
“사부님이 내게 이걸 주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
아저씨가 한국에 돌아가서 무술을 계속 수련하면 이걸 전해주고...
.아니면 다시 중국으로 보내라하셨어.
지금까지 아저씨는 무술을 수련하기 보다는 조직 일에 매달려 있었잖아.
그래서 전해주지 않은 거야.”
“그럼 지금은 내가 음양검법을 수련하겠다고 하니까 주는 거야.”
“응~..나도 가방 속에 뭐가 들었는지는 몰라. 하지만 분명 아저씨에게 도움이 될 거야.”
“일단 뭐지 보기나 하자.”
수혼은 가방을 열어보았다.
그곳에는 포장지로 감싸인 두개의 족자와 한권의 책이 들어 있었다.
책이나 족자나 아주 작은 크기라서 조그만 가방에도 들어갔다.
수혼은 먼저 책을 보았다.
‘국선도’라는 간단한 제목이다.
책을 넘겨 살펴보니 바로 국선도문의 무술들이 적혀있는 무경(武經)이다.
다음으로 하나의 족자를 풀어본다.
족자를 펼치자 ‘천부경 도해’라는 제목과 함께 글자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족자를 풀어본다.
족자에는 천부경 원본이 적혀 있고, 한쪽에 다시 깨알 같은 글자들이 적혀 있다.
수혼이 정신없이 족자들을 살펴보는데 지나가 가방을 살펴보더니
봉투를 하나 발견하고 수혼에게 내민다. 수혼은 편지를 펼쳐 보았다.
친구 보게나.
자네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무도의 뜻을 꺾지 않고 무도에 정진하고 있을 것이네.
자네의 무도정진에 작은 도움이나마 주기 위해 이 늙은 친구가 선물을 준비했다네.
가방에 들어있는 책자는 이 늙은 친구의 사문인 국선도문의 무경이네.
하지만 원본은 아니고 국선도 검법과 자네에게 도움을 될만한 무공들만 간추려서
내가 작성한 것이라네.
그리고 함께 들어있는 두개의 족자는 ‘천부경 도해’와 천부경 원본이네.
천부경 도해는 천부경을 해석한 족자로 누가 작성했는지도 모르지만
몇 천 년을 전해 오는 희귀한 책이네.
내가 젊어서 중국을 여행하는 중에 한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가지고 있었지만
뜻이 너무 난해하고 이 늙은 친구가 우매하여 평생을 연구해도 모두 해석하지 못하고 있었네.
그리고 천부경 원본이라 적힌 족자는 내가 백두산에 올라가
천부경 원본을 직접 보고 작성했고,
그곳에 있는 나머지 글은 이 늙은 친구가 천부경 원본과 천부경 도해를 내 나름대로 해석한 것이라네.
본래 국선도, 원예도, 음양도는 그 뿌리가 천부경 있다는 것은 자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네.
이 책자와 족자들이 자네의 무도정진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
혹시...내가 준 선물이 자네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이 늙은 친구를 잊지 말고 기억해 주기 바라네.
마지막으로...우리 링링 잘 부탁하네.
수혼은 책자와 족자를 다시 보다가 눈을 감는다.
그의 머릿속에 중국에 있는 늙은 친구가 그려진다. 생각하면 할수록 대단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자신에게 전해주었다.
국선도 무경(武經), 천부경, 천부경 도해, 천부경과 천부경 도해의 해석본...
.이건 평생을 무도 정진에 받친 국선도문주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혼이 계속 눈을 감고 있자 지나가 살짝 건드려본다.
“수혼씨 무슨 생각해.”
“음~ 국선도문주님을 생각하고 있었어. 참~ 대단한 분이다.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전해 주시다니...”
“사부님은 아저씨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셔.
사부님이 평생에 걸쳐 친구로 사귄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
그중에 아저씨가 들어있지...
그런데 사부님도 너무하시네. 이건 나도 한번도 본적이 없어. 천부경 해석본이라..”
링링은 사부님이 직접 작성한 천부경해석본을 살펴본다.
한참을 살펴보던 링링은 쪽지를 수혼에게 내밀었다.
“아저씨도 읽어봐~ 이건 유수(流水)의 검(劍)을 해석해 놓은 거야.
그러고 보니 언젠가 사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
. 유수의 검은 자신이 창조한 것도 아니며 검의 극(極)도 아니다
단지 국선도 검법에 천부경을 접목시킨 것이라 하셨어.”
“그런 말씀을 하셨단 말이야.”
“응~ 천부경 도해를 보면 유수의 검 말고도 다른 것이 많다고 하셨어.
그리고 이런 말씀도 하셨어.
자신은 천부경 도해에서 유수의 검을 찾았지만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다른 것을 찾았을 것이라 하셨어.
다시 말하면 똑같은 것을 보고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을 찾아낸다는 말씀이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을 찾는다.”
수혼은 천부경 도해를 살펴본다.
족자에는 한자들로 빽빽하다.
제목은 천부경 도해라고 있지만 누가 작성한 건지, 언제 작성한 건지도 없다.
족자의 지질은 가죽이다.
내용을 대충 보면 천부경을 글쓴이가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 놓은 같았다.
수혼은 족자에 쓰인 글을 대충 읽어보았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수혼은 천부경 도해를 한참을 보다가 족자를 내린다.
“이게 무슨 뜻이야. 천부경보다 더 어렵다.”
“어~..아저씨가 천부경을 해석할 수 있단 말이야.”
“글쎄. 천부경이야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르게 해석되니 누구의 해석이 정확한지는 모르지.
누가 이런 말을 했지.
천부경을 상인이 보면 상술의 묘를,
학자가 보면 학문의 묘를,
무인이 보면 무도의 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난 그냥 글자만 본거야. 81자 한자 한자의 뜻 정도야 알지.”
“순 엉터리, 그게 무슨 해석이야.”
“쩝~ 누가 뭐라고 했어. 하여튼 족자들은 천천히 연구하자.
내가 무식해서 읽어도 무슨 뜻이지 모르겠다.”
“하긴~ 사부님도 평생을 연구하셔도 그 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계신데
아저씨가 한번보고 뜻을 알면 천재지.
일단 사부님이 전해준 국선도 무경하고 사부님의 해석본부터 연구해봐~
그것만 봐도 아저씨 사문의 음양검법을 깨우치는데 도움이 될 거야.”
“그래. 고마워...다음에 국선도사부님께는 꼭 복수를 해야겠군.”
“뭐~ 무슨 말이야. 복수라니.”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말이야. 모든 것이 정리되고 좀 한가해지면 우리 국선도문에 다녀오자.”
“정말~ 아저씨 약속하는 거야.”
“응~ 약속...그때는 우리 모두 함께 가자.”
수혼과 부인들은 식사를 마치고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지나의 음검 시범을 보기 위해서다.
수혼과 부인들이 체육관에 들어가니 그곳에서는 친위대의 훈련이 한참이다.
그들은 수혼과 부인들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하던 훈련을 중단하고 수혼에게 인사를 했다.
“열심히들 하시네요. 쉬면서 하세요.”
“아닙니다. 명색이 천랑파 친위대라는 놈들이 실력이 부족해서
조직의 사활이 걸린 전투에 참가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기동대나 별동대 얼굴보기도 부끄럽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저희들도 열심히 해서 두 번 다시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친위대 중 가장 선두에 있던 녀석이 대표로 이야기한다.
현재 길식은 기동대와 별동대의 통합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체육관에 없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아주 좋네요. 그래요. 여러분은 천랑파의 기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수련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저희들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단 훈련을 멈추고 한쪽으로 도열하세요.”
수혼의 명령에 따라 친위대는 한쪽으로 도열해서 자리에 앉았다.
수혼은 준비가 끝나자 들고 왔던 봉황검을 지나에게 내밀었다.
“부탁해.”
“미리 말하지만 난 형식밖에 몰라. 혹시 실수해도 흉보면 안돼.”
“알았어. 지나가 익힌 음검을 보여주면 돼”
지나는 봉황검을 받아들고 체육관 중앙으로 갔다.
지나는 드레스를 벗고, 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산에서 수련할 때 한복을 입고 검을 수련했기 때문에 한복이 편했다.
다만 산에서 입었던 한복은 하얀색의 단조로운 한복이라면
지금은 연두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고 있다는 것이 틀리다.
지나는 검을 뽑기 전에 머리끈으로 머리를 뒤로 묶었다.
지나가 중앙으로 걸어가자 친위대는 지나의 아름다운 모습에 다들 멍하니 지나를 바라본다.
“짱~”
봉황검이 맑은 소리와 함께 검집을 빠져나온다.
지나는 검을 가슴으로 올려 잠깐 호흡을 가다듬더니 검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검은 천천히 반원을 그리듯 내려가더니 이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봉황검은 공기를 가르고 유연하고 부드럽게 움직이고,
체육관은 봉황검이 토해내는 울음(공기의 파공음)소리와 반짝이는 봉황검의 그림자로 가득 찬다.
지나의 한복이 바닥을 스치듯 끌리고 지나의 몸과 검이 하나가 된다.
지나의 몸이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그녀는 한 마리 나비 같았다.
나비는 공중에서 화려한 날개 짖을 하니 공중에 화려한 검화(劍花)가 피어난다.
지나는 다시 바닥으로 사뿐히 떨어진다.
수혼은 지나의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그녀가 실천하는 검법에만 집중하기 힘들었다
. 생각해 보면 지나는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자신은 딴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한심하다.
수혼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고 다시 정신을 집중한다.
정신을 집중하고 그녀가 실천하는 검법을 본다.
수혼은 지나가 실천하는 검법이 자신이 알고 있는 음양검법과 별반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보여주고 있는 초식들은 자신도 모두 알고 있다.
저것이 음검이란 말인가? 자신이 알고 있는 양검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수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음검...양검...음양합벽...이 세 가지로 이루어진 것이 음양검법이다
. 자신이 양검을 익히고 있고, 지나가 음검을 익혔다.
그런데 지나가 실천하는 음검과 자신이 알고 있는 양검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지나의 몸이 자리에서 화전하며 검영(劍影)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일견(一見) 무질서해 보이는 초식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검을 휘두르는 것과 비슷하다
. 하지만 봉황검이 만들어낸 검영들은 꽃 입처럼 공중을 선회하더니
지나의 작은 움직임에 일제히 한곳을 향해 날아간다.
수혼은 지금 지나가 펼치는 초식도 알고 있다. 음양검법의 변(變)초의 일부다
.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뭐가 음검이란 말인가?
사부가 그녀에게 가르쳤다는 음검이 저것이란 말인가?
그때 지나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펼친 것이다.
지나는 검을 내리고 호흡을 바로 한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친위대의 함성이 터진다.
그들은 지나의 화려한 음검 시범을 보고 환호하는 것이다.
지나는 검을 갈무리하고 수혼을 보았다.
수혼의 얼굴은 잔뜩 찌푸린 표정이다. 자신의 시범이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 지나는 수혼에게 미안해진다.
음검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 진정한 음검은 자신이 익히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음검을 익히기 위한 시간으로 몇 개월은 너무 짧은 기간 이였다
. 그 기간동안 지나가 이정도로 익힌 것도 그녀의 자질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 그때 수혼이 지나에게 다가오더니 손을 내민다.
“줘봐~”
지나는 봉황검을 수혼에게 내밀었다. 수혼은 검을 받아든다.
“한쪽에 물러나 있어.”
지나가 물러가자 수혼은 검을 뽑아들고 검법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지나가 보여주던 것과 똑같다.
다만 지나가 실천할 때는 어디가 어설프게 보이던 검법이,
수혼이 실천하니 똑같은 검법이라도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검이 날고 몸이 날아오른다. 지나가 부드럽다면 수혼은 힘차다.
검영이 사방으로 날아오른다. 지나가 보여주던 변(變)초의 일부다
. 지나도 수혼이 실천하는 검법이 자신이 익힌 검법과 똑같다는 것을 알았다.
수혼은 검을 거두고 자세를 바로 한다.
“지나가 보긴 어때, 내가 실천한 검법과 지나가 실천한 검법에 무슨 차이가 느껴져.”
“응~ 수혼씨가 나보다 훨씬 났다.”
“그 느낌뿐이야. 뭐 다른 느낌은 없어.”
“글쎄. 모르겠어.”
“내가 돌인가? 도통 모르겠네. 일단 올라가자.”
법암은 산을 오르고 있었다.
법암이 찾아가는 곳은 얼마 전까지 지나가 사부와 함께 살던 곳이다.
법암은 산을 오르면 깊은 감상에 빠진다.
지금 오르고 있는 이 길은 자신이 네 번째로 지나가는 길이다.
첫 번째는 사부인 아버지의 명령을 받고 성철파을 돕기(?)위해 산을 내려갈 때 지나갔고
, 두 번째는 어린수혼을 사부에게 맡기기 위해 지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수혼을 사부에게 맞기고 눈물을 뿌리면 이 길을 지나갔다.
오늘 이 길을 지나가면 네 번째가 되는 것이다
. 법암은 거와집이 가까울수록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사부는 아직도 그곳에 머물고 있을까?
혹시 수혼이 산을 내려갔으니 이곳에 없는 것은 아닐까?
아닐 것이다. 자신이 송광사를 떠났다는 소식을 사부도 들었을 것이며,
소식을 들었다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부는 자신이 송광사를 나와서 이곳으로 올 것이란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멀리 공터가 보이고 거와집이 보인다.
자신의 사부인 아버지와 함께 살던 곳이다.
어릴 적 자신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무척이나 근엄하고 굳은 신념으로 똘똘 뭉쳐진 분이었다.
아버지는 음양도문을 목숨처럼 사랑하셨고,
자신이 음양도의 전인이란 사실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생각 하셨다.
그런 아버지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었으니
자신의 대에서 음양검법의 완성을 보시고자 하셨다.
아버지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음양검법의 완성을 자신을 통해 이루고자하셨다.
또한 당신의 대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원예문과의 대결에서
아들인 자신은 반드시 승리해서 음양도문을 빛내주길 바라셨다.
자신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오직 음양도 무공 수련에 전념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했다.
이젠 거와집이 가까워 졌다.
저기 보이는 마당은 자신이 구르고 뛰놀던 곳이다.
법암은 마당의 흙을 밟아본다. 부드럽다. 주위를 살펴보니 잡초도 없이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다.
누군가 산다는 증거다.
사람이 발길이 닦지 않았다면 이곳에는 잡초가 무성한 것이다.
법암은 등에 지고 있던 보자기를 풀었다.
보자기에는 성민의 집에서 가져온 한 자루 검이 들어있었다.
아버지가 이곳에 있을까?
자신은 과연 아버지에게 검을 겨눌 수 있을 것인가?
검을 잡은 손이 부르르 떨린다.
법암은 심호흡을 하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하기 싫어도 꼭 해야할 일이다.
“사부..안에 계십니까? 저 인식이가 왔습니다.”
안에서는 대답이 없다.
법암은 대답을 기다리다가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문을 열고 안을 들어다 보았다.
안에는 아무도 없고, 방안에 먼지만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법암은 집안으로 들어가 본다.
비록 먼지가 쌓여있지만 방안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 한쪽에 탁자가 있고, 탁자위에 봉투가 하나 있었다.
법암은 탁자에 올려진 봉투를 들어본다.
‘아들에게’라는 글자가 보인다.
법암은 봉투를 열어보니 한 장의 짤막한 편지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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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석아...사랑하는 내 아들아...
네가 송광사를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올 것이란걸 알고 있었다.
네가 송광사를 떠났다면 음양검법과 원예무를 격파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음양검법을 격파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천마월영검을 찾으려 하겠지.
하지만 이 애비는 기력이 다해 널 상대할 힘도 없구나.
천마월영검은 수혼이 가지고 있다.
또한 음양검법도 수혼에게 모두 전했다.
네가 진정으로 음양검법을 격파하고 천마월영검을 찾고 싶거든 수혼을 찾도록 해라.
수혼의 소식은 너도 성철을 통해서 들었을 것이다.
수혼은 서울에서 천랑파를 이끌며 천랑이라 불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네 앞에도 나서지 못하는 이 못난 애비를 용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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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암은 편지를 구겨버린다.
아버지는 자신을 피해 이곳을 떠난 것이다.
아버지는 천마월영검과 음검을 수혼에게 전했다고 했다.
자신과의 대결을 회피하기 위해 그런 방법을 쓴 것이다.
갑자기 힘이 빠지고 한숨이 나온다. 자신은 이미 수혼과 대결해 보았다.
수혼은 나이에 비해 엄청난 고수가 분명하다.
아마 음양도 대부분의 무공을 완벽하게 익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혼이 익힌 음양검법은 여전히 반쪽짜리 무공이었다.
그럼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찾았던 음검은 끝내 찾지 못했다는 말인가?
자신이 그런 반쪽짜리 무공을 격파하기 위해 지금까지 뼈를 깎는 수련을했단 말인가?
자신은 그 잘난 음양검법과 원예무를 격파하고자 했다.
법암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집을 나왔다.
수혼을 다시 찾아가야 하는가?
천마월영검은 원예도문의 물건이다. 반드시 원예문에 돌려주어야 한다.
무석은 다음날부터 수영의 뒷조사를 시작했다.
그는 최근 수영의 행적에 주목했다.
최근 들어 수영은 혼자 외출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것도 평소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외출한다.
평소의 그녀는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다니며 옷도 수수하게 입고 다닌다.
그런 그녀가 혼자서 외출할 때는 모자도 벗어버리고 멋을 부린다.
그녀는 그런 차림으로 누굴 만나고 다니는 것일까?
일단 수영이 만나고 다니는 사람의 정체부터 파악해야 한다.
무석이 조사에 착수하고 이틀이 지나지 않아 영등포 쪽에서 자신을 찾는 전화가 왔다.
자신을 갈치파 조직원이라고 밝힌 놈은 원예에 대해 자신에게 할말이 있다고 했다.
무석은 바로 영등포로 달려갔다.
무석은 녀석이 말한 룸살롱에 도착하자 사내한명이 무석을 맞이한다.
무석과 사내는 조용한 룸으로 들어갔다.
“전 이곳을 관리하는 떡칠이라고 합니다.”
“자네가 날 보자고 했나. 그래 원예님에 대해 할말이 있다고 했지. 무슨 얘기지?”
“그전에 무석님을 보고 싶어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날 보고 싶어 하는 사람...누군데.”
“무석님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마침 들어오시네요.”
그때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무석이 돌아보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내는 얼마 전에 조직에서 쫓겨난 허 영기였다.
영기는 무석에게 인사를 하고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자네가 무슨 일인가?”
“선배는 내가 반갑지 않은 모양이네.”
“당연하지...넌 조직에서 쫓겨난 놈이야. 날 선배라고 부르지도 마.”
“하하하~ 그래도 한때나마 같은 조직에 몸담고 있었고,
같은 대학까지 나왔는데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마요.”
“이놈이...혹시 둘이 짜고서 날 이곳으로 부른 거야.”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원예에 대해 할말이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넌 갈치파에 대한 것은 기억에서 조차 지워야할 놈이야.
네놈 입에서 원예님이란 소리가 나왔다는 사실만 밝혀져도 넌 살아남지 못해.”
“쩝~ 사람이 한번죽지 두 번 죽어요. 죽이라고 하세요.
그런 거 겁났으면 선배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어요.”
“허~.배짱한번 두둑하군. 그래 내게 할말이 뭐지.”
“소문에 들으니 형님도 원예의 뒷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대요.
그래서 선배에게 도움을 주고자 찾아왔어요.”
“네가 날 어떻게 돕겠다는 말이야.”
“제가 조직에서 쫓겨나서 그동안 뭘 했겠어요.
저의 사랑을 빼앗아간 수혼이란 놈과 평생을 받쳐 충성하던 조직에서
하루아침에 쫓아낸 원예에게 복수할 궁리만 하고 있었죠.”
“수혼이놈을 미워하는 건 이해하겠어, 하지만 원예님을 왜 미워하지.
네가 쫓겨난 것은 네가 지은 죄에 비하면 관대한 처벌이야. 원예님은 그래도 널 많이 생각한 거야.”
“흥~ 모르는 소리 마세요.
수지가 처음에 왜 수혼이란 놈에게 접근했는지 아세요.
바로 원예의 명령 때문입니다.
원예가 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을 시켰다면 수지가 절 배신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어요
. 제가 이렇게 된 모든 책임은 원예에게 있단 말입니다.
그리고 평생을 받쳐 충성하던 조직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났어요.
그것도 원예에 의해서 말이죠. 이런 제가 원예를 미워하는 거야 당연하죠.”
“참~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니. 어찌되었던 좋아.
그동안 원예님에 대해 조사를 한 모양인데 무슨 정보라도 있어.”
“아마 선배가 들으면 믿지 않을 겁니다. 요즘 원예가 남자를 만나고 다녀요.”
“남자?..원예님에게 남자가 생겼단 말이야.
하긴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어. 그래 어떤 놈이야.
원예님의 든 놈이라면 평범한 놈은 아니겠지. 남자의 정체도 알아냈어.”
“듣고 놀라지나 마세요. 수혼입니다. 바로 천랑파 수장인 조 수혼을 만나고 다녀요.”
“수...수혼이...어떻게 그런 일이...확실해.”
“자네가 말해봐~ 이 친구가 직접 보았으니 이 친구에게 들어보시죠.”
무석이 떡칠이라고 밝힌 사내를 보니 사내는 머뭇거리다
영기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 할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사실입니다. 저번에 이곳에 이상한 남녀가 찾아왔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후에 원예님이 오셔서 그 이상한 남녀를 만났습니다.”
“이상한 남녀...누굴 말하는 거야.”
“특이한 놈이라 지금까지도 얼굴을 기억합니다. 룸살롱에 여자 끼고 들어오는 놈은 없거든요.
그런데 그놈은 여자를, 그것도 일본여자와 함께 이곳에 들어와서
워낙 특이한 놈이라 확실하게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놈이 누구란 말이야.”
“저도 그때는 누군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영기님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시더군요.
사진속의 남자하고 그 남자는 똑같은 놈입니다. 바로 천랑파의 천랑이죠.”
“이제 제가 말씀드리죠. 여기서 원예와 수혼이 만났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둘만 만난 것은 아니니 의심이 덜 되겠죠.
그런데 저번에 천랑파의 갈치파의 전투가 벌어지기 전까지 두 사람은 종로에 같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단 둘이서 말이죠.”
“확실해.”
“증인도 있습니다. 그때 두 사람이 갔던 일식집 종업원이 두 사람을 기억하고 있더군요.”
“음~ 수혼과 원예님이 둘만 만났다. 그 후 전쟁이 벌어졌다. 뭐가 냄새가 나는데...”
“선배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죠. 원예가 조직을 배신한 겁니다.”
“아직 그렇게 단정할 순 없어. 하여튼 고마워. 다른 정보도 있어.”
“조사 중 입니다. 그들이 일식집을 빠져나와 전투에 참가하기 전까지
둘이서 뭘 했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어요.”
“그 정도면 충분해. 이제 원로원에 보고하면 원예님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벌일 수 있을 거야.
일단 넌 원예님의 나머지 행적에 대해 조사 해줘.”
“알았어요. 선배...이 기회에 원예를 몰아내고 매님을 원예로 만들어 버리죠.”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원예님은 장로님의 제자야.
이만한 일로 원예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거야.
또 매가 원예가 되는 것은 내가 바라지 않아.”
“하하하~ 하긴 무석선배는 매님을 사랑하죠. 매님이 원예가 되면 둘이 맺어지긴 더 힘들어지겠군요.”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난 이만 일어난다. 원로원에 가봐야겠어.”
무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천으로 향했다.
갈치파는 원로원이란 곳이 있다.
옛날 제1차 서울 침공 때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 몇 명이 원로원에 있다.
이들은 수영의 사부와 함께 갈치파를 만들었고,
갈치파의 1차 서울 침공 때는 가장 선두에 섰던 사람들이다.
또한 서울 침공이 실패하고 다시 갈치파를 일으켜 세우는데 많은 공헌을 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숫자는 많지 않았다. 원예의 사부까지 포함해서 10명이다.
그들은 현재의 갈치파를 만드는데 초석을 다진 사람들이라
아직도 갈치파 내부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무석은 이들에게 원예의 행적을 보고할 계획이다.
무석은 인천에 도착해서 원로원이 있는 건물 앞에 주차했다.
원로원은 바로 원예 사부가 운영하는 체육관에 붙어 있었다.
건물의 1층은 체육관, 3층은 수영의 사부가 사는 집이고, 2층이 원로원이다.
원로원은 밖에서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기원처럼 보인다.
원로들은 평소에는 조직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이곳에서 바둑이나 두며 소일하고 지내는 것이다.
무석은 차에서 쉽게 내리지 못했다.
원로들은 원예와 사군자를 굳게 믿고 있다.
그들은 조직의 모든 일을 원예와 사군자에게 위임한 상태다.
원예와 사군자를 믿지 못했다면 그런 조치는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모든 원로들은 원예를 친딸처럼 사랑한다.
그런 그들에게 원예의 비리를 말한다고 믿어나 줄까라는 의문이 든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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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 합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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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요
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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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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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ㄷ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