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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디오니소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헤라는 세멜레에 대한 원한을 풀기 위하여 그녀를 죽일 음모를 꾸몄다. 헤라는 세멜레의 늙은 유모 베로에의 모습으로 변신하고는, 그녀의 애인이 정말 제우스 신인지 어떤지 의심을 품도록 하기 위해 탄식을 하면서 말했다. "나는 사실이 폭로되기를 바랍니다만, 그러나 두려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원래 사람들은 스스로 말하는 바와 같지 않은 경우가 많답니다. 그가 정말 제우스라면 증거를 보여 달라고 하십시오. 하늘에서 하는 바와 같이 휘황찬란한 차림을 하고 오도록 요구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사실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세멜레는 그렇게 해볼 생각이 들었다. 먼저 그녀는 무엇인지 밝히지는 않은 채 하나의 청을 들어 주십사 하고 제우스에게 청했다. 제우스는 들어 주마하고 약속하고, 신들도 두려워하는 스틱스 강의 신을 증인으로 내세우고 어길 수 없는 서약을 했다. 그제야 세멜레는 그녀의 청을 밝혔다. 제우스는 그녀가 말할 때 제지하려고 했으나 그럴 사이가 없었다. 말은 입 밖으로 나와 그는 약속도 그녀의 청도 취소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는 깊은 고뇌에 잠긴 채 그녀와 이별하고 하늘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그는 휘황찬란한 몸차림을 했다, 그러나 거인족들을 멸망시킬 때와 같이 중무장을 하지 않고 오직 신들 사이에서 그의 경무장으로 알려져 있는 차림을 했다. 이렇게 차리고서 그는 세멜레의 방에 들어섰다. 하지만 인간인 그녀의 육체는 신의 광휘를 감내할 수 없었으므로 곧장 재로 소멸되어 버렸다,
제우스는 젖먹이 디오니소스를 데리고 와서 뉘사 산의 님프들에게 맡겼다. 이 님프들은 그를 소년이 될 때까지 양육하고, 그 보수로 제우스에 의해 히아데스 성좌로서 별 사이에 놓이게 되었다.
The Birth of Bacchus
Nicolas Poussin(1657) Fogg Art Museum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가 그린 [제우스와 세멜레]는 바로 이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작고 하얀 인간 여인의 육체는 곧 재가 될 것이다. 제우스는 죽어가는 세멜레의 뱃속에 있던 태아를 서둘러 꺼내 자신의 허벅지 안에 넣고 꿰맸다. 그리고 석 달 뒤 태어난 아기를 세멜레의 언니인 이노와 아타마스 부부에게 맡겼다. 그러나 헤라의 보복으로 두 사람은 광인이 되어 죽고, 다시 제우스는 전령 헤르메스를 시켜 디오니소스를 소아시아의 니사 산에 사는 님프들 손에서 자라게 한다.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이 그린 [바쿠스의 탄생]을 보자. 붉은 망토를 두르고 날개 달린 모자와 신발을 신은 헤르메스가 어린 디오니소스를 님프에게 안겨 주고 있다. 그가 오른손으로 가리키는 구름 위로 사건의 발단이 된 장면, 즉 천상의 복장을 한 제우스와 세멜레가 보인다.
Mercury Confiding The Infant Bacchus To The Nymphs
Francois Boucher(1734)
Wallace Collection, London, UK
디오니소스는 성장하자, 포도 재배법과 그 귀중한 과즙을 짜내는 법을 발견했다. 그러나 헤라가 그를 미치게 하여 추방하였으므로, 그는 지상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방랑객이 되었다. 프리기아에 이르렀을 때, 여신 레아가 그의 광기를 치료해 주고, 그녀의 종교상의 의식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아시아로 편력의 길을 떠나, 그 주민들에게 포도 재배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의 편력 중 가장 유명한 일은 인도 원정이었는데, 이 여행은 수년간 계속되었다고 한다. 의기양양하게 돌아오자, 그는 그리스에다 자기의 신앙을 펴려고 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군주들에 의해서 저지되었다. 그들은 그 종교가 수반한 무질서한 광증 때문에 그 포교를 두려워했던 것이었다.
그가 고향인 테베 시 가까이 오자, 국왕 펜테우스는 이 새로운 신앙을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으므로, 그 의식의 집행을 금지했다. 그러나 디오니소스가 온다는 것이 알려지자 남자나 여자나, 특히 여자들이 노소의 구별 없이 그를 만나고 그의 개선행렬에 참가하고자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펜테우스가 아무리 충고하고 명령하고 위협해도 허사였다. 그러자 그는 그의 시종들에게 말했다. "가서 소란을 피우는 군중을 지도하고 있는 방랑자를 찾아오너라. 그가 하늘 태생이라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자백하게 하고 그의 가짜 신앙을 버리도록 하겠노라. "
친구들과 현명한 고문관들이 신에게 반항하지 말도록 간언하고 탄원했으나 펜테우스는 듣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간언은 왕의 노여움을 점점 부채질하는 결과가 되었다. 디오니소스를 잡아오라고 왕이 파견했던 부하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디오니소스의 신자들에 의해서 쫓겨왔으나 그 중 한 사람을 포로로 잡아 뒤로 결박시켜 왕 앞에 데리고 왔다. 펜테우스는 그를 분노에 찬 안색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놈아! 다른 자에게 경계를 삼고자 너를 당장에 처형할 것이다. 지체 없이 너를 처형하고 싶으나, 이에 앞서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며, 너희들이 거행한다고 하는 새로운 의식이란 어떤 것인지 말하라."
포로는 두려움 없이 대답했다. "저의 이름은 아케테스고 고향은 마이오니아입니다. 저의 양친은 가난하여 유산이라고는 땅 한 뙈기, 양 한 마리 남기지 않았고, 남긴 것이라고는 낚싯대와 그물과 고기잡이라는 가업뿐이었습니다. 저는 이 가업에 수년 동안 종사해 왔습니다. 언제나 한 장소에 머무르고 있는 것에 싫증이 나서 수로(水路) 안내인의 기술을 익혀, 별을 보고 항로를 안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델로스를 향하여 항해하고 있을 때, 디아 섬에 기항하게 되어 상륙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음료수를 구하러 선원들을 보낸 후에 저는 바람의 방향을 관찰하려고 자그마한 언덕에 올라갔습니다. 그때 선원들이 아름다운 모습의 소년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들은 이를 뜻하지 않은 볼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그 소년이 고귀한 신분으로서 왕자일지도 모르며 몸값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의 옷차림과 걸음걸이와 얼굴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인간 이상의 어떤 점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나는 선원들에게 말했다. 어떤 신이 그 모습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 아니, 정말 신이 숨어 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관대하신 신이여! 저희들이 당신에게 가한 폭행을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저희들이 하는 일이 성공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돛대에 오르기와 줄을 타고 내려오는 데 명수인 딕티스와 키잡이 멜란토스와 선원들이 구호를 부를 때 지휘하는 에포페우스 등은 이구동성으로 '제발 기도는 그만두시오' 라고 소리쳤습니다. 탐욕이 그들의 눈을 어둡게 했던 것입니다. 그들이 소년을 배에 태우려고 할 때 저는, '이 배를 이와 같이 불경스럽게 더럽혀서는 안 된다, 누구보다도 이 배에 대해서는 나에게 권리가 있다' 고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난폭자인 리카바스는 저의 멱살을 잡고 배 밖으로 내던지려고 했습니다. 저는 줄에 매달려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만, 다른 자들은 이러한 그의 행위를 저지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디오니소스(그 소년이 사실 디오니소스였습니다)는 졸음을 뿌리치는 것처럼 부르짖었습니다. '당신들은 나를 어떻게 하려는 거요?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소? 누가 나를 이곳에 데리고 왔소? 장차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려고 하는 거요? 그들 중의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걱정할 것 없다. 네가 가고 싶은 곳을 말하라. 우리들이 너를 그곳에 데려다 주마.' 디오니소스는 말했습니다. '우리 집은 낙소스요. 그곳으로 데려다 주오. 후하게 사례하겠소.' 그들은 그렇게 하마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배를 낙소스로 안내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낙소스는 오른편에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떤 자는 눈짓으로, 다른 자는 귓속말로 저 애를 이집트로 데리고 가서 노예로 팔 작정이니 배를 반대 방향으로 돌리라고 했습니다. 저는 당황하여 '나는 배 안내를 못 하겠으니, 다른 사람을 시키시오' 하면서 그들의 음모에 가담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욕설을 퍼붓고 그 중의 한 사람이 '우리의 생명이 모두 네게 달려 있는 줄 아느냐?'고 소리치고는 저 대신 안내역을 맡아 배를 낙소스 쪽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돌렸습니다,
그때서야 디오니소스는 그들의 배반을 알아차린 것처럼 바다를 바라다보며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곳은 당신들이 나를 데려다 준다고 약속한 해안이 아니오. 저 섬은 우리 집이 있는 곳이 아니오.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짓을 하는 거요? 가여운 아이를 속였다고 명예로울 것이 무엇이오? 저는 이 말을 듣고 울었습니다. 그러나 선원들은 우리들을 비웃고 배의 속도를 올렸습니다. 한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지만 사실이었습니다-배가 바다 한가운데서 좌초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선원들은 놀라 노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돛을 더 펴기도 하며 배를 움직이려고 애썼으나 허사였습니다. 무거운 열매가 연 담쟁이가 노에 감겨서 그 운동을 방해하고 돛 위에 달라붙었습니다. 열매가 줄줄이 달린 포도덩굴이 돛대 위에 뻗어 오르고 뱃전에 엉켰습니다. 피리 소리가 들리고 향기로운 술 냄새가 사방에 풍겼습니다. 디오니소스 자신은 포도잎사귀로 된 관을 쓰고 손에 담쟁이가 엉킨 창을 들고 있었습니다. 별들이 그의 발 밑에 웅크리고 형형색색의 스라소니와 얼룩무늬가 있는 표범이 그의 주위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선원들은 공포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미치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물 속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 뒤를 따르려고 하다가 먼저 들어간 동료들의 모습이 변하여 몸은 평평하게 되고 끝에는 구부러진 꼬리가 난 것을 보았습니다. 한 사람이 부르짖었습니다. '이 무슨 기적인가? 그가 말하는 순간 그의 입은 넓어지고 코 구멍은 확대되고 온몸이 비늘로 덮였습니다. 다른 사람도 노를 저으려고 하니 손이 오그라들고 얼마 가지 않아 손이 아니라 지느러미가 되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팔을 들어 줄을 잡으려 하자, 팔이 없어졌음을 발견하고 불구의 몸을 구부려서 바닷속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이제까지 그의 다리였던 것은 초승달 모양을 한 꼬리의 두 끝이 되었습니다. 모든 선원들은 돌고래가 되어 배의 주위를 헤엄쳐 다녔습니다. 수면에 뜨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고 물보라를 사방에 뿌리기도 하고, 넓은 코 구멍으로 물을 뿜기도 했습니다, 열두 명 중에서 저 혼자만 남았습니다. 공포에 떨고 있자니, 디오니소스가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걱정 마시오. 배를 낙소스로 돌리시오.' 저는 복종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였을 때, 저는 제단에 불을 밝히고 디오니소스 제전을 거행하였습니다."
펜테우스는 부르짖었다. "어리석은 이야기를 듣노라고 시간을 너무 허비했다. 저놈을 데리고 가서 속히 처형하라." 아케테스는 펜테우스의 부하들에 끌려서 옥 속에 갇혔다. 그러나 그들이 처형에 쓰는 도구를 마련하고 있는 동안에 옥문이 저절로 열리며 그의 사지로부터 쇠사슬이 풀렸다. 후에 그들이 그를 찾아보았으나, 그는 아무 데도 없었다. 펜테우스는 그래도 반성하는 빛이 없었고, 다른 사람을 보내지 않고 자신이 제전의 광경을 보러 가기로 결심했다. 키타이론 산은 신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바카이들의 부르짖음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그러한 소동은 펜테우스의 노기를 불러일으켰다. 그건 마치 나팔 소리가 군마를 흥분시키는 것과도 같았다.
그는 숲 속으로 들어가서 제전의 중심부가 있는 넓은 곳에 도달했다. 동시에 부인들이 그를 보았다. 그 중 최초의 부인은 디오니소스에 의하여 눈이 멀게된 펜테우스의 어머니 아가베였는데 그녀는 소리쳤다, "저기 산돼지가 있소. 이 숲 속을 휩쓸고 다니는 게 저 커다란 괴물이오-여러분, 이리로 오십시오! 내가 제일 먼저 저 산돼지를 잡으렵니다. " 군중은 그를 향해 돌진했다. 그는 거만한 태도를 버리고 겸손하게 빌기도 하고 변명하기도 하고 그의 죄를 자백하기도 하고 용서를 빌기도 했으나 그들은 그에게 접근하여 부상을 입혔다. 그는 그의 아주머니들을 불러 어머니의 손으로부터 보호해 주기를 호소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그의 두 아주머니 아우토노에와 이노는 그의 양팔을 하나씩 잡았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그의 몸뚱이는 토막토막 잘렸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가 외쳤다. "승리다, 승리! 우리가 승리한 것이다. 그 영광은 우리의 것이다," 이리하여 디오니소스의 신앙은 그리스에 확립되었다,
Pentheus torn apart by Ino and Agave,
lekanis lid, ca. 450-450 BC, Louvre.
19-2. 아리아드네
우리는 전에 테세우스의 이야기를 할 때,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를 도와 미궁으로부터 탈출케 한 후, 테세우스와 같이 낙소스 섬에 왔으나 배은망덕한 테세우스는 그녀가 장든 사이에 그대로 그녀를 남겨 두고 혼자만 귀국길에 오른 이야기를 했다. 아리아드네는 잠을 깨어 버림받은 줄 알자 슬픔에 잠겼다. 그러나 아프로디테는 그녀를 불쌍히 여겨 그녀가 상실한 인간의 애인 대신에 신을 애인으로 내려 줄 것을 약속했다.
아리아드네가 버림받은 곳은 디오니소스가 좋아하는 섬으로, 티르레니아 선원들이 배반하여 그를 포박하였을 때 데려다 달라고 애원했던 곳도 다름아닌 이 섬이었다. 아리아드네가 운명을 한탄하고 있을 때 디오니소스는 그녀를 발견하고 위로하여 자기의 처로 삼았다. 그는 결혼 선물로 그녀에게 보석으로 장식된 금관을 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죽였을 때, 그는 금관을 손에 쥐고 공중으로 던졌다. 금관이 위로 올라감에 따라 보석은 더욱 광휘를 발하여 별로 변했다. 그리고 아리아드네의 금관은 그 원형을 유지하면서 무릎을 꿇은 헤라클레스와 뱀을 쥐고 있는 그 부하 사이에 있는 별자리가 되어 하늘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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