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총각 귀신.
폐가에서의 파티.
4년 전 10월의 어느 날, 대학을 졸업한지 2년이 넘도록 번듯한 직장에 취업은 못하고 빈둥거리며 놀거나 단기성 알바로 연명하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닌 88년생 동네 친구들인 종수, 석중, 원섭 그리고 나 준성은 오늘도 헬조선을 탓하고 흙수저인 자신들의 팔자를 원망하며 동네의 주점에서 소주에 족발을 먹으며 신세를 한탄하며 한심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나마 1년째 꾸준히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종수가 우리들을 나무라듯이 말했다.
“너희들은 따지지도 말고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 찾으면 일자리는 많은데, 너희들 스펙은 생각 안 하고 너무 눈이 높아.”
일년째 일은 안 하고 있는 석중이는 눈치만 보다 “눈을 낮춰도 날 채용한다는 사장들이 없네!”라고 중얼거리 듯이 말하자 종수가 “너는 그렇게 자신감이 없으니 누가 널 뽑아주냐?” 하며 쏘아 붙였다.
나는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전환을 하려고 화제를 돌렸다.
“야! 허구헌 날 동네에서 똑같은 말 하면서 똑같은 술에 비슷한 안주 먹는 것도 지겨우니깐 교외에 놀러나 갈까?”
그때 핸드폰 가게에서 알바를 하는 원섭이가 자신의 아이폰을 보다가 갑자기 “이거 재밌네.” “우리 여기로 갈까?”하며 말을 했다.
나머지 3명은 “어디?” 하며 원섭이를 재촉했다. 원섭이는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2년 전에 경기도 양평 별장촌에 어느 명문대 학생이 미팅에서 만난 여학생에게 고백을 했다가 거절 당하고 충격을 받아서 집안 소유 별장에 가서 약을 먹고 자살했는데 밤에 분명히 꺼놨던 노트북이 켜져 있고 주변의 별장 주민들이 밤에 산책하다가 그 사람을 봤다는 사람도 생기고 해서 그 별장은 물론 주변 별장에 사람들이 오지를 않아서 별장촌이 유령촌이 되었다고 하는데, 기분도 전환할 겸 여기로 가자.”
원섭이의 말이 끝나자 마자 이구동성으로 “미친놈!” “정신차려라!” “너나 가라!”하며 나무라는데, 갑자기 급 호기심이 땡기면서 모두 귀신에 홀린 듯이 가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때 엉뚱한 원섭이가 제안을 했다.
“삼겹살에 마늘 구워먹고 무당 궂하는 동영상 틀고 먹으면 귀신이 도망갈거야!”
토요일 3시에 만난 우리는 마트에 들러 삼겹살과 마늘 깻잎, 상추와 쌈장, 소주 한박스와 사발면과 햇반, 맥주와 생수 한박스를 사서 사서 양평의 귀신이 나오는 별장으로 원섭이의 아버지 차인 투싼을 타고 갔다. 원섭이 아버지가 갑자기 출장을 가게 되어 몰래 끌고 나온 것이었다.
근처에서 군대 생활을 한 원섭이는 네비도 안 키고 쉽게 별장을 찾았다. 산으로 더 깊이 들어가자 나왔다.
별장은 잔디가 무질서하게 자라 있었고 나뭇잎이 떨어져 초라한 자태를 드러낸 나무들만 봐도 공포감을 느꼈다.
친구들은 겁먹은 티를 안 내려고 허세를 부렸지만 속으로 겁을 먹고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 현관문을 열자 닫혀있을 줄 알았던 문은 열려 있었고 안에는 소파와 가구가 그대로 있었고 종수가 부엌의 수도를 틀자 물이 나왔고 석중이가 전기 스위치를 올리자 전기도 나왔다.
그때 신중한 종수가 “참! 여기 CCTV에 우리 찍히는 거 아니야?”하자 원섭이가 웃으며 말했다.
“집 주인은 여기 오지도 않고 중요한 물건은 다 빼놔서 경비용역 회사랑 계약 해지했고 집을 내놨는데, 안 팔린다고 하더라. 주변 별장들도 마찬가지고 기사를 보니깐 가출 고딩들이 근처 별장에서 술마시고 자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깨보니, 귀신이 보여서 새벽 2시에 도망나온 일이 생기고 나서 사람들이 근처에 오지도 않아서 2년째 방치된 상태란다.”
원섭이의 말이 끝나자 다들 집에 가고 싶어하는 표정이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말은 하지 못하고 있고 원섭이는 삼겹살을 구워 먹을 준비를 하자고 공포에 질려 있는 우리들을 다그쳤다.
원섭이는 종이컵에 소맥을 만들어 돌리고 고기굽는 그릴에 삼겹살과 마늘을 올린 뒤 아이폰을 스피커에 연결하여 유튜부에 무당이 신나게 궂하는 영상을 틀어놓고 흥을 돋웠다.
취기가 오르고 맛있는 삼겹살로 배에 기름칠을 하자 소심한 석중이는 “여기 방도 많은데, 이따 따로 잠을 자는게 어때?”하며 호기를 부렸고 원섭이는 “이 부자집 아들이 여자는 천지에 깔렸는데, 차인 것 같고 자살을 해? 내가 이 정도 부자집 아들이면 유역비도 꼬셨다!”하며 자기도 여태까지 사귄 여자친구가 몇 명일지 모를 정도로 플레이보이 다운 말을 하였다.
우리들 중에 제일 치밀하고 편집증이 있는 종수는 아까부터 “왜 전기와 수도를 안 끊었을까?”하는 말만 하고 나는 신나는 무당 뮤직에 맞춰 어깨춤을 추며 “랩 뮤직이 우리 무당 가락 카피한 것 같아!”하는 허무맹랑한 농담을 하며 우리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사람 당 소주를 3병 정도 마셨을 즈음 갑자기 벽시계가 “땡.” “땡”하고 울려 보니 밤 12시 였다. 벽시계는 사람이 감아줘야 되는 태엽식 같은데 시계가 울리자 우리는 그동안 술과 삼겹살 그리고 신나는 무속 뮤직의 힘으로 눌렀던 공포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 집에 가고 싶었으나 전원 술을 마신 상태고 서로 자존심은 살아 있어 가자는 말을 못 했다. 내가 이제 잠을 자자고 하자 석중이는 말을 바꿔서 여기서 같이 자자고 하였고 어디 놀러가도 자기 전에 꼭 샤워를 하는 종수도 “이런데서는 샤워는 스킵 하는거야!”하며 평소의 지론을 무너뜨렸다.
우리는 준비해 온 등산용 침낭을 깔고 서로 무의식적으로 몸을 붙이고 불을 끄지 않은채 잠을 청했다. 날 밤을 샐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잠이 들었고 자고 있는데, 더운날 냉방이 잘 되어있는 은행에 들어갔을을 때처럼 시원한 느낌이 들며 은테 안경을 끼고 하얀 얼굴의 곱상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고 나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내 나이 또래의 남자가 말했다.
“너희들 처음 경험하는 골 때리는 애들이다!”
나는 의외로 침착하게 물었다.
“너는 누구야?”
놈이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여기서 자살한 이 집 아들이야!”
난 그제서야 서늘해지며 말했다.
“죽은 사람이 저승에 있어야지 여기 왜 있어?”
“그러게 말이다. 저승에서 그런 일로 자살했냐며 야단만 맞고 쫓겨났다. 염라대왕 말씀이 지상에서 힘들게 사는 한 인간을 구제하면 다시 환생을 시켜 주겠다고 했어.”
놈은 잠시 뜸을 들이고 말을 이었다.
“너희들 노는 걸 보니 너가 제일 영적으로 순수한 것 같아서 너를 구제해 줄 테니깐 대신 나는 너의 의식 안으로 들어가서 살게.”
나는 어이가 없어서 거절했다.
“내가 무당이냐? 됐으니깐 귀신들 사는데로 꺼져!”
놈은 표정하나 안 변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볼 때 너는 평생 별 볼일 없는 직장들 전전하다가 초라하게 끝날 놈이야....”
“평생 그렇게 살래?”
놈의 말에 나는 움찔했다.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좀 회사 같은 중소기업들은 입사에 실패하고 자그마한 용기 공장에 취직했다가 3개월 만에 회사가 부도나고 이어서 들어간 작은 열처리 회사도 어느날 갑자기 사장이 빛쟁이들을 피해 잠적하는 등 계속 불안하게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찝찝 했지만 놈의 제의를 수락했다.
“그래. 어차피 조진 인생 너의 힘을 빌리자. 유튜브 무당 동영상 보니깐 사람마다 안에 다 귀신이 있다는데....”
놈이 웃으며 말했다.
“그 잡귀신을 내가 내보낼게. 그 놈이 너를 일부러 고생키는 거야. 그런데 우리 동갑인데, 통성명이나 하자. 난 신지훈이야.”
“난 김준성.”
놈이 기쁜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제 집에 가야 되니 이만. 그리고 나하고의 일은 절대 친구들에게 말하지 말아.”
“알았어!” 하고 대답을 하고 나는 잠에서 깼다. 일어나 보니 몸에서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고 다른 친구들도 하나, 둘 일어났다.
친구들은 원래 아침 해장으로 먹을려고 산 사발면을 먹을 생각은 안 하고 여기까지 온 김에 양평 해장국을 먹자며 종수가 제안하자 모두 “그러자!”하며 씻지도 않고 일사분란하게 짐을 챙겼다.
근처의 해장국집에서 운전을 해야 되는 원섭이를 빼고 선지와 양이 듬뿍들어간 고추기름을 넣어 매콤한 양평 해장국을 먹으며 소주로 해장술을 마시는데, 소주병이 3병을 넘어가자 석중이가 놀란 눈으로 말을 했다.
“니들 이상한 꿈 안 꿨냐?안경 쓰고 귀공자 같이 생긴 놈이 꿈에 나타나서 ”한심한 놈. 그렇게 눈치나 보고 자신감 없는 놈을 누가 채용하냐? 넌 아니다.“하면서 사라져 버렸어.”
이때 종수가 놀라며 말을 했다.
“나한테는 ”너같이 잔머리나 굴리고 현재 일에 충실하지 않고 더 좋은데로 옮길 생각만 하는 놈은 다람쥐 같이 평생 그 자리에서 뺑이나 칠거다. 너도 아니다.“하고 사라졌어.”
이때 원섭이가 먹던 숟가락을 떨어뜨리며 말을 했다
“나한테도 나타나서 하는 말이 ”대가리에 음란행위만 생각하는 놈이네! 넌 여자 때문에 큰 변고를 당할 거다.“하며 사라졌어.”
친구들의 특징을 정확히 묘사한 꿈에 나타난 귀신에게 놀란 나는 소주 한병을 더 시켰고 친구들의 시선은 나에게 향했다.
나는 귀신 친구와의 약속이 생각나서 거짓말을 했다.
“어...난 꿈을 안 꿨는데.....”
친구들은 나의 말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막잔을 마시고 우리들의 집이 있는 안산으로 향했다.
원섭이가 마지막으로 나를 집 앞에 내려주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자 지훈이가 나의 의식에 말했다.
“짜식, 약속을 잘 지켜서 마음에 든다. 내가 너는 꼭 성공시켜 줄게. 푹 자라.” 하고 나의 의식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귀신 친구의 말이 끝나자 나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푸근해지며 애기같이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