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김종춘 지음
47. 맹물을 포도주로 바꾸어라
미국의 리처드 후버(Richard Hoover, 1915~1986년)는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의 안과학 교수였다. 그는 당시의 대다수
안과 의사들과는 달랐다. 다들 안질환 치료에만 관심을 기울일 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각장애인들의 재활에 관심을 쏟았다.
그는 시력을 잃고 고생하는 시각장애인을 안과학의 실패이고
안과의사의 책임이라고 보았다.
시각장애인들의 재활을 도와야 할 책임이 안과의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을 끊임없이 연구했고 그래서 세계 최초로
보행학에 관한 책을 냈다. 1960년대 초부터는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을 지도하는 보행교사도 양성했다. 만족하고 안주하면 더 나은 것을
얻을 수 없다. 지금 머문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때,
전혀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에드거 헬름(Edgar Helm, 1863~1912년)은 감리교 목사였다.
보스턴에서 목회하다가 1902년 성탄절을 맞아 교인들로부터 헌 옷과
중고품을 대량으로 수거해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려고 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이 이를 거절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공짜 중고품이 아니라 일자리였다. 헬름 목사는 단순히 중고품을
나누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보스턴에다 ‘굿윌 인더스트리(Goodwill Industries Store)’ 라는
중고품가게를 차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거기서 중고품을 수거하고,
수리하고, 판매하는 일을 하도록 했다. 굿윌 스토어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곧 캐나다는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됐다.
미국에만도 1,700개가 넘고 2003년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서울 목동점, 서울 테크노마트점, 부산점, 수원점 등 4개가 있다.
2005년 현재 전 세계의 굿윌 스토어 2,078개가 올린
총매출은 26억 5,000만 달러이며 굿윌의 프로그램으로 취업된
인원은 12만 9,899명, 굿윌의 취업 및 직업훈련 서비스를 수혜한
인원은 84만 6,730명, 직업알선 서비스의 혜택을 입은 인원은
34만 4,423명이다. 굿윌은 2020년까지 전 세계에 걸쳐 2,000만 명의
개인과 그 가족들이 직업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만들 계획이다.
단순한 맹물에 안주하지 않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한 포도주를 만들어 내려는, 한 사람의 남다른
생각과 수고가 이런 대형 사회복지기업의
전 세계적인 확산을 초래시킨 것이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 맹물을 포도주로 바꾸어라.
세상이 축제로 들뜰 것이다.
☞ 읽은 책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 에서 옮겨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