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된 소년!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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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정말 닭은 암컷이 많아요?”
소년은 치킨을 먹으면서 할아버지에게 물었어요.
“당연하지!
농촌에서야 암컷 수컷 구별하지 않지만 양계장에서 키우는 닭은 구별해서 키우지.”
할아버지는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면서 느낀 이야기를 손자에게 말해주었어요.
“알을 낳게 하려면
암컷을 많이 키우고 치킨용으로 팔기 위해서도 빨리 자라는 암컷 병아리를 키우지.”
“그렇군요!”
소년은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고도 믿기지 않았어요.
“우리가 먹는 치킨은 대부분 암컷이란 말이죠?”
“그렇다고 봐야지.”
할아버지는 병아리로 태어난 뒤 감별사들을 통해 차별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말해주었어요.
하루에도 수억 마리 수컷 병아리가 죽는다는 이야기도 해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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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알을 통해 암컷과 수컷을 구별할 수 없어요?”
“아직은 없으니까 병아리로 태어난 뒤 암수를 구별하겠지.”
“연구를 통해서 가능하지 않을까요?”
“글쎄다!
과학자들이 알을 통해 암수 구별을 하기 위해서 연구하고 있다는 뉴스는 많았는데 아직 모르겠다.”
할아버지는 태어나자마자 암수 구별하는 것이나 알을 보고 암수 구별하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어요.
할아버지가
병아리 감별사를 그만둔 것도 차별이 심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할아버지 반응 속도나 화학반응으로 알 상태에서 암수 구별이 어려울까요?”
“궁금하면 연구해봐!”
할아버지는 알과 병아리 문제를 질문하는 손자가 밉지 않았지만 귀찮았어요.
소년은
그날 밤 중력과 무중력 상태에서의 물질의 변화와 화학반응과 반응 속도에서의 물질의 이동에 대해서 공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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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닭을 많이 키우는 동수 형에게 유정란 스무(20) 개를 사 왔어요.
“우선 알의 무게를 달아봐야지!”
소년은 유정란을 하나하나 저울에 달고 무게를 기록했어요.
“무게 차이가 별로 없는데!”
유정란은 정말 크기도 비슷하고 무게도 비슷했어요.
“물 위에 띄워볼까!”
소년은 큰 대야에 물을 담은 뒤 유정란을 모두 넣었어요.
유정란은 모두 바닥으로 내려갔어요.
“변화가 없는데!”
소년은 암컷과 수컷의 병아리가 탄생한다면 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모양도 큰 변화가 없어.”
소년은 오랜 시간 유정란을 쳐다봤어요.
위아래
구분하며 조금이라도 다른 부분이 있는지 찾아봤어요.
“알 수 없다니!”
소년은 병아리로 태어난 뒤에는 암수 구별이 가능하지만
알 상태에서는 암수 구별을 못하는 게 신기했어요.
“분명히
알 상태에서 암수 구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야!”
소년은 백과사전을 뒤적이며 다양한 화학반응과 알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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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제거하거나 포기하고 수용할 것인가!”
소년의 고민은 깊어졌어요.
알을 통해
암컷과 수컷을 구분할 수 있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큰 난관에 빠진 것 같았어요.
“식초에 넣어볼까!”
소년은 대야에 식초를 가득 넣고 유정란을 넣어봤어요.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찾고 느껴야 해!”
소년은 알을 통해 암수를 구별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세상의 무엇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중력 상태에서는 변화가 있을까!”
소년은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게 무중력 상태의 상자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유정란을 넣었지만 특별한 변화는 없었어요.
“이렇게 해도 암수 구별은 어렵구나!”
소년은 알 수 없는 벽에 갇힌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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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사람이 알을 품어도 병아리가 탄생할까요?”
“당연하지!
유정란이어야 하고 온도만 잘 유지하면 가능하지.”
“제가 병아리를 부화시키면 암수 구별을 해주세요.”
“알겠다!”
소년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알게 된 알의 특성을 보고 암수 구별을 했어요.
그리고
내일부터 알을 직접 품을 생각이었어요.
방학을 맞은 소년은 3주 동안 유정란 8개를 품기 시작했어요.
“병아리 부화기는 산거야?”
할아버지가 물었어요.
“아니요!
제가 직접 품을 거예요.”
“정말이야!”
할아버지는 손자가 알을 품겠다는 말에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호기심 많은 손자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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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유정란을 품어서 병아리를 부화시킬 거예요.”
“그 시간에 공부나 해!
병아리는 사서 키우면 되잖아.”
엄마가 큰 소리로 아들에게 말했어요.
“얼마 동안 알을 품어야 하고 또 온도는 몇 도를 유지해야 하는지 알아?”
아빠가 아들에게 물었어요.
“네!
백과사전을 통해 공부했어요.”
“병아리 부화기 사줄까?”
“아니요!
제가 직접 품어보고 싶어요.”
“직접 품어야 하는 이유가 있어?”
아빠는 아들에게 다시 물었어요.
“제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알에서 암수 구별을 했어요.
그래서
직접 알을 품어서 병아리를 탄생시키고 싶어요.
병아리가 탄생하면
할아버지가 암수 감별을 해준다고 했어요.”
“할아버지가!”
엄마가 눈을 크게 뜨고 아들에게 물었어요.
“네.”
소년은 그렇게 가족의 동의를 얻어 유정란을 품기 시작했어요.
화장실 갈 때나 밥을 먹을 때는 오리털 잠바로 덮어 온도를 유지했어요.
..
시간이 흐를수록
소년은 힘들고 귀찮았어요.
“부화기를 사용할 걸!”
하지만 소년은 느리고 또 미련한 짓 같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호기심 천국!
중력과 무중력!
차별의 연속성!”
소년은 알을 품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했어요.
“닭 튀기는 치킨 가게!”
남녀 차별을 한다고 아우성치는 인간에 비해
태어날 때부터 차별을 받아도 말없이 살다 죽는 병아리 삶을 생각해 봤어요.
“며칠 째야?”
할아버지가 손자 방으로 들어오더니 물었어요.
“오늘이 십팔(18) 일 째 예요.”
“이제 며칠 안 남았구나!”
할아버지는 손자가 잘 버티는 게 자랑스러웠어요.
요즘
어린이들이 힘들고 어려운 것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비해
손자가 하고 싶은 일에 호기심과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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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 삐약!”
드디어 병아리가 태어났어요.
여덟(8) 마리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어요.
“호호호!
정말 병아리가 태어났네!”
엄마가 병아리 소리를 듣고 달려오더니 말했어요.
“미쳤어! 미쳤어!
알을 품더니 병아리를 낳다니!”
엄마는 아들이 한 짓을 보며 말했어요.
“엄마! 귀엽죠!”
병아리가 아들 품에서 얼굴을 내밀며 엄마를 봤어요.
“어쩜 눈이 초롱초롱할까!”
엄마는 아들을 낳을 때보다 더 기분이 이상했어요.
“엄마!
암컷 같아요 수컷 같아요?”
“글쎄!
모르겠다.”
엄마는 병아리 모습을 보고는 암컷과 수컷을 구별할 수 없었어요.
“할아버지에게 물어봐!”
“네!”
아들은 엄마에게 대답하고 할아버지에게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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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병아리가 태어났어요.”
“그래!”
“감별해주세요!”
“알았다!”
할아버지는 손자 방으로 갔어요.
“수탉이라고 했지?”
할아버지는 유정란을 품기 전에 손자가 한 말이 기억났어요.
“네!
수탉이라고 고른 알이에요.”
손자의 대답을 듣고 할아버지는 돋보기안경을 썼어요.
그리고
병아리 감별을 시작했어요.
“하하하!
이 녀석 수컷이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고른 알이 모두 수컷 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녀석도 수컷!”
“정말이죠!”
“그래.”
소년은 할아버지가 수컷이라고 말할 때마다 기분이 좋았어요.
“이 녀석도 수컷!”
벌써 네 마리를 감별했는데 모두 수컷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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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대단하구나!”
할아버지는 병아리 감별을 모두 끝내고 이렇게 말했어요.
“그래도 확률이 70%가 넘는구나!”
할아버지는 암컷 두 마리가 나왔다는 사실보다 손자가 수컷 병아리를 더 많이 구별해 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감사합니다!”
소년은 두 마리 암컷이 나왔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어요.
같은 화학반응과 다양한 조사를 통해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 알을 골라 품었는데도 암컷과 수컷이 나왔기 때문이었어요.
“좀 더 연구를 하면 알을 보고 암컷과 수컷을 구분할 수도 있겠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말하고 방을 나갔어요.
“하하하!
70%가 넘다니.”
할아버지는 손자가 연구한 게 보고도 믿기지 않았어요.
그날 밤
저녁을 먹으며 가족들은 병아리 부화 이야기를 했어요.
소년도
직감이나 관찰력을 통해 알을 선별했지만
더 과학적인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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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열두(12) 개도 부화시켜 봐야지.”
소년은 나머지 알도 부화시켜 암컷과 수컷 비율을 알고 싶었어요.
“아빠!
부화기 사주세요.”
아들은 아빠에게 병아리 부화기를 사달라고 했어요.
“알았다!”
아빠는 아들 말을 듣고 문방구에 가서 병아리 부화기를 주문했어요.
“만약!
열두 개 모두 암컷이 나온다면 대박이겠다!”
소년은 병아리 부화기를 기다리며 기분이 좋았어요.
며칠 후
부화기가 도착했어요.
소년은 남은 알을 모두 부화기에 넣고 병아리 탄생을 기다렸어요.
어떤 결과를 얻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소년 가족은 모두 3주 동안 묵묵히 지켜보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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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은 사라져야 해!
동물이든 인간이든 차별은 반드시 없어야 해.”
소년은 수십억 마리의 수컷 병아리들이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죽는다는 게 가슴 아팠어요.
“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지!”
소년은 수컷 병아리가 태어난 뒤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인간 세상도 편견과 증오가 만연되고
다수와 조직화되는 문화가 다양한 차별을 통해 개인의 삶에 고통을 주는 것도 싫었어요.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해!”
소년이 살아가는 사회는 남녀 차별!
세대 간의 차별, 민족 차별 등을 통해 누군가를 제거하고
또 울타리를 높이 쌓고 구획을 정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었어요.
진실이 묻히고 거짓이 세상을 지배하는 일도 생겼어요.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도
언제부턴가 흔들리는 사회가 되었다는 뉴스가 자주 나왔어요.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서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일도 일어났어요.
병아리 생명은 하찮은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생명의 존엄성!”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는
자신이 수컷인지 암컷 인지도 모르고 태어난 뒤 소중한 생명을 잃어야만 했어요.
“불쌍한 수컷 병아리!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면 수컷 병아리가 태어난 뒤 바로 죽는 일은 막아야 해.”
소년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중요하듯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도 공존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