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호에서
9반 전 명 수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는 시월에 유네스코 전국대회가 춘천협회에서 주관하게 되었다. 쾌적하고 경치가 좋아 골프장, 스키장을 개설 운영하는 엘리시안 강촌에서 1박한 전국회원들은 2일차 아침,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가운데 호반의 순환도로를 거쳐 소양호로 안내 받았다. 1년 만에 만난 타시도 협회 회원들과 정겨운 담소를 나누며 댐으로 오른다. 아침에 챙겨 나온 우산은 펼쳐들지 않아도 좋을 만큼 보슬비가 산자락에 내려앉은 안개와 더불어 가을운치를 한층 더해준다.
소양호는 강원도 춘천시 동면 월곡리와 신북읍 천전리 사이에 북한강의 지류인 소양강 하류를 막아 세워진 다목적 댐이다. 제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사업의 일환으로 한강의 수자원을 다목적으로 개발하기 위하여 한국수자원개발공사에서 건설하였다. 1967년에 착공하여 1973년 10월에 완공하였으며 댐의 높이 123m, 길이 530m, 만수위의 수면면적 70㎢, 총저수량 29억톤, 유역의 면적은 2,703㎢에 이른다. 이 댐은 한국에서는 최초로 건설한 사력댐(zone fill dam)이다. 사력댐은 중앙차수벽식으로 중앙에 진흙으로 심지를 박고 그 양쪽을 모래와 자갈만으로 쌓아 올린 것이다. 원래는 동경대학 출신으로 이루어진 일본공영에 의하여 콘크리트 중력식으로 설계하였으나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은 건설비용을 1/3로 낮추면서도 훨씬 튼튼한 사력식 공법을 제안하였다고 하였다. 사력식 댐은 포탄이 떨어져도 폭파의 범위가 최소한에 거치게 되는 점을 감안 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의 박정희 대통령은 전쟁의 위협을 고려하여 사력식 공법을 채택한 것이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정주영 회장을 무식쟁이라는 소리를 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소양댐은 세계 4위, 동양최대의 규모이며 이 댐 건설을 통하여 축척된 기술은 한국의 해외 건설 진출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연간 3억5,300만kwh의 전력을 생산하여 154kw의 송전선로를 통하여 원주-제천 변전소로 보내져 영동지역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설명해 준다. 뿐만 아니라 이 댐에서 발전된 용수는 하류로 보내져 의암, 청평, 팔당 발전소에서도 이용되어 연간 6,100만kwh의 발전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고 한다.
소양호는 춘천시, 인제군, 양구군에 걸쳐있는 남한 최대의 인공호수로 춘천시 북산면 등 6개면 38개 동리의 4,600세대가 수몰되어 조성 되었다. 이 댐은 다목적용도로 건설되어 대규모의 전력생산, 한강하류권의 홍수조절은 물론 농업, 공업, 생활용수의 공급, 내수어족 양식, 국민관광지 등 실로 그 용도가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곳은 민물고기의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어종이 다양하여 낚시터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소양호의 북쪽에 위치한 청평사에는 3층 석탑과 부도를 만날 수 있으며 보물로 지정되어있는 청평사 회전문 등이 남아 있고 구성폭포를 거쳐 오봉산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어 서울 등지의 산군들로부터 1일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소양호 선착장에서는 양구까지 여객선이 하루 10회 왕복 운항하고 있어 설악산을 잇는 강원 내륙지방 교통로의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는 셈이다.
화천, 양구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춘천으로 출장을 나가거나 휴가를 받아 오르내리는 길에 소양댐 건설공사장에서 줄을 지어 바쁘게 드나드는 대형 덤프트럭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선착장 옆에 세워진 기념관에는 물의 순환원리와 소양호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해두고 있어 시간을 두고 찬찬히 살펴보면 많은 상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가을 어느 날, 해 돋는 아침에 이곳에 들렸을 때 넓은 호수면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모습에 넋을 잃은 체 바라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언제 다시 이곳으로 여행계획을 마련하여 가을 단풍이 한창일 때 정기 여객선을 이용하여 양구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호반 양편에서 펼쳐져있는 단풍을 바라보는 멋스러움은 배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옛날 복무하였던 양구 구암산 자락에 위치한 그 부대의 모습도 바라보고 싶고 내설악의 산악 훈련장에도 한번 돌아보고 싶어진다. 그 때 그 바위, 그 물소리, 군락을 이룬 나무숲과 밤하늘의 별빛을 다시 보고 싶다. 꼭 한번은 그렇게 찾아보는 여행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