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1일, 일요일, Puerto Natales, Residencia Rosita (오늘의 경비 US $173: 숙박료 7,000, 캠핑도구 대여 43,000, 택시 3,500, Ushuaia 버스표 50,000, 환율 US $1 = 600 peso)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Torres del Paine를 다시 한 번 올라가서 보려했는데 늦잠을 자버려서 그만두었다. 아침에 다시 올라갔더라면 기가 막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하루를 더 자더라도 올라갔어야 했는데. 늦잠을 자고 나서라도 서둘러서 올라갔더라면 됐을 텐데. 바보같이 나중에 후회만 했다. 텐트를 헐어서 짐을 싸고 10시 반경 Torres 캠핑장을 떠나서 오후 1시 반경 Hosteria Las Torres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Torres 캠핑장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한국사람 부부를 만났다. 남편이 대학교수인데 연구조사 차 칠레에 왔다가 일이 끝나고 이곳 구경을 왔다한다. 대학교수는 경제적 여유만 있고 적성에 맞으면 할 만한 직업이다. 어제 만났던 사람도 다시 만났는데 오늘도 나를 보고 "곤니찌와" 한다. 동양 사람이면 무조건 일본 사람이란 말인가. "어떻게 일본 사람인 것을 알았느냐?" 하고 물으니 나는 자연스럽게 얘기한다고 했는데 이 친구 눈치는 빨라서 벌써 알아차리고 "미안합니다. 어느 나라사람입니까?" 한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다시 한 번 "미안합니다." 한다. 이 친구 다음부터는 동양 사람을 만나면 "곤니찌와" 소리를 함부로 하지 않을 거다. 이제는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한국사람, 홍콩사람, 대만사람, 싱가포르사람 등 다른 동양 사람들도 여행을 많이 하는데 아직도 여행하는 동양 사람은 무조건 일본사람으로 생각하는 서양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한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알리며 다닌다. 아까 그 친구는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려고 했던 것인데 무안하게 만든 것 같아서 내 마음이 좀 안 좋았다. 다음에는 그런 사람을 만나면 좀 더 친절하게 대해 주어야겠다. 오후 5시경 Puerto Natales에 도착해서 빌린 캠핑 도구를 돌려준 다음에 다음 목적지인 아르헨티나의 Ushuaia 가는 버스 스케줄을 알아보니 내일 (월요일) 아니면 수요일이란다. 피곤해서 쉬고 싶었지만 수요일까지는 이곳에서 있기가 싫어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내일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칠레를 떠나서 다시 아르헨티나로 들어가니 칠레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 집사람과 함께 계산해보고 모자라면 은행에 가서 더 찾던지 해야 하는데 집사람이 안 보인다. 민박집 주인여자에게 물어보니 조금 전에 나가는 것은 보았는데 어디 간지는 모른단다. 집사람이 갈만한 곳은 대강 찾아보았는데 없다. 할 수 없이 나 혼자 대강 계산해서 은행 ATM에 가서 부족한 돈을 찾았다. 그런데 큰 실수를 저질렀다. 너무 피곤해서 그랬는지 ATM에서 돈과 영수증만 받고 은행카드는 깜박하고 놓고 나온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은행에서 나와서 숙소 쪽으로 걸어가다가 집사람을 만나서 상황을 설명하고 같이 버스 정류장에 가서 Ushuaia 버스표를 사려고하니 내일 버스표는 매진되었고 수요일 버스표밖에 없단다. 할 수 없이 수요일 버스표를 사고 돈을 내려고 하다가 은행카드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은행을 떠난 지 30분밖에 안되었다. 허둥지둥 은행으로 가보니 일요일이라 은행은 닫혀있고 ATM 근처를 샅샅이 찾아보았으나 카드는 없었다. 낙심천만이었다. ATM에서 돈을 찾을 때 내 뒤에 고객 두 명 정도 줄에 서있었고 틀림없이 내 바로 뒤에 서있던 사람이 내 카드를 발견했을 텐데 내 기억으로는 내 카드를 어떻게 할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 사람이 카드를 발견했다면 월요일에 은행으로 카드를 가지고 올까, 혹시 ATM이 카드를 먹은 것일까, 별 궁리를 다 해봤지만 시원한 대답이 나올 리 없다. 할 수 없이 인터넷 카페로 가서 미국 아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내 은행에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내 카드를 임시 정지하도록 했다. 내일 은행에 가보고 후속 조치를 취해야겠다. 트레킹 성공적으로 잘하고 돌아와서 순식간에 일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밤새 그일 때문에 매우 우울했다. 1월 한 달 동안 쓴 돈을 계산해보니 총 예산액이 $1,800인데 $1,586을 썼다. 예산액의 88%를 쓴 셈이다. 그리고 Laguna San Rafael 빙하 관광비용을 치지 않으면 하루 평균 $38을 쓴 셈이다. 그만하면 1월 한 달 살림을 잘한 셈이다. 여행지도 2004년 2월 2일, 월요일, Puerto Natales, Residencia Rosita (오늘의 경비 US $31: 숙박료 7,000, 점심 11,500, 환율 US $1 = 600 peso) 아침 일찍 은행에 가서 물어보니 내 카드를 가져온 사람이 없단다. 혹시 ATM이 카드를 먹었지 않았을까 해서 물어보니 오후 2시에 ATM 검사를 하니 오후 2시 반쯤 다시 오란다. 오후 2시 반에 다시 가니 ATM에서 아무 카드도 안 나왔단다. 그러면 내 뒤에 서있던 친구가 내 카드를 가져갔다는 얘긴데 인터넷으로 내 계좌를 체크해봤지만 아무 이상도 없다. 카드가 없어진 것은 틀림없으니 할 수 없이 미국 아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은행에 연락해서 카드를 취소하고 새 카드를 발행하도록 했다. 새 카드를 받을 때까지 여분으로 가지고 다니는 다른 은행 카드를 쓰면 되지만 새 카드를 여행 중에 어떻게 받느냐가 문제다. 어쨌든 카드를 여럿 가지고 온 것은 잘 한일이다. 하나만 가지고 다니다 이런 일이 생기면 보통 낭패가 아니겠다. 이곳에도 아르헨티나 바비큐 parilla 음식점이 있단다. 제일 잘한다는 곳을 소개받아서 찾아가는데 시내에서 너무 멀어서 가는데 한참 걸렸다. 점심시간인데 손님이 하나도 없다. 안을 기웃거리며 들여다보니 어디서 주인이 나타나서 들어오라 한다. Parilla 음식점이면 항상 있어야하는 고기 굽는 불도 안 보인다. 주인한테 끌리다시피 해서 들어갔지만 기분이 찜찜했다. 내부는 별로 넓지 않은데 요란하게 치장을 해놓았다. 외국여행객에게 인기가 있는 곳인지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식사하면서 찍은 사진들이 벽에 즐비하게 붙어있다. 한국사람 사진도 하나 있었다. 메뉴도 없이 한 접시만 먹으면 3,500 peso, 맘대로 먹으면 6,000 peso란다. 맘대로 먹는 것이 무언지 알 수 없어서 망설이다가 집사람은 3,500 peso, 나는 6,000 peso parilla를 시켰다. 결국 만족치 않은 식사였다. 값만 비싸고 바가지만 쓴 기분이었다. 제일 잘 한다는 곳이 점심시간에 우리밖에 손님이 없다니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음식점 이름은 Don Chicho Parillada이다. 갈 곳이 아니다. 2004년 2월 3일, 화요일, Puerto Natales, Residencia Rosita (오늘의 경비 US $41: 숙박료 7,000, 식료품 6,500, 인터넷 5,000, 기타 6,000, 환율 US $1 = 600 peso) 오늘 잃어버린 카드를 찾았다. 마지막으로 은행에 한 번 더 가서 체크를 하고 경찰서 생각이 나서 경찰서에 찾아가서 물어보니 경찰관이 금방 내 카드를 책상서랍에서 꺼내서 준다. 참 꿈같은 장면이었다. 내 뒤에 서있던 사람이 내 카드를 발견하고 곧바로 경찰서에 갖다 준 것이다. 미국 아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취소시킨 카드를 다시 살릴 수 없나 은행에 문의하게 하니 금방 연락이 오는데 벌서 새 카드가 발행되어서 안 된단다. 카드를 잃어버린 날 경찰서를 찾다가 못 찾고 숙소로 돌아갔다. 시청에 찾아갔다가 닫혀있어서 그냥 돌아선 것이다. 경찰서를 찾는데 왜 시청으로 갔는지 모르겠다. 왜 경찰서가 시청과 같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경찰서는 시청에서 반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아무한테나 물어만 봤어도 경찰서를 쉽게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바람은 불고 피곤하고 해서 포기해버린 것이다. 경찰서를 찾기만 했더라면 그 자리에서 카드를 찾았을 것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되었을 텐데 재수가 없으면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참 재수도 없었다. 다음날이라도 카드 취소하라는 이메일을 보내기 전에 경찰서에 다시 가봤더라도 일이 거기서 해결되었던 것인데 역시 재수가 없었던 것이다. 재수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머리가 나쁜 것이다. 이제 다시는 똑 같은 실수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 카드 건은 잊어버리고 내일 이곳을 떠나자. 그리고 새 카드를 받는 일만 잘 해결하자. 이것으로 49일 간의 칠레 여행이 끝났다. 칠레는 정말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다. 다시 와보고 싶은 나라다. 49일씩이나 보냈는데도 못 가본 곳이 많다. Atacama 사막, Valdivia, Concepcion, Lake District를 못 갔다. 특히 Lake District를 못 간 것이 아쉽다. Easter Island 구경 가는 것과 남극 유람선 타는 것은 경비 관계로 못했는데 후에 기회가 생기면 해볼 생각이다. (후기. Easter Island는 2009년에 그리고 Valvidia와 Lake District는 2020년에 갔다. 2009년과 2020년 Peru 여행기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