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의 첫 경기인 32강전은 내일 열리지만, 방금 유튜브 라이브 중계로 잠깐 본 첫날 시합 장면들을 토대로 이번 대회 결과를 예측해 보겠다.
1. 안세영의 16강 상대는 이미 덴마크의 블리크펠트로 정해졌는데, 스매시 파워가 좋은 선수이기에 지금의 지쳐 있는 안세영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 안세영의 피로가 더욱 누적될 8강전보다도 오히려 이 16강전이 더 힘든 고비가 될 것이다.
2. 천위페이는 비록 오늘 승리하긴 했지만 아직 오른쪽 발목에 테이핑을 한 상태이고, 스텝도 느렸다.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기에 8강에서 조기 패퇴할 가능성도 충분하며(안세영과는 4강에서나 만나는 대진운이다), 결승까지 진출하더라도 우승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단,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반대쪽 포트의 왕즈이가 그제 안세영과의 덴마크 오픈 결승전에서 소모한 체력을 잘 회복했을 경우다. 만일 왕즈이의 체력 회복이 실패했을 경우엔 천위페이에게도 충분한 우승 기회가 있을 것이다.
3. 왕즈이가 안세영과의 경기에서 누적된 피로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같은 포트에 있는 랭킹 4위 한유에 대신 일본의 미야자키나 인도네시아의 와르다니가 결승에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만일 이렇게 될 경우엔 안세영이 결승에 진출하더라도 극도로 지친 몸으로 비교적 쌩쌩한 상대에 맞서야 하기에 우승은 더욱 어려워진다.) 한유에 역시 천위페이처럼 지금 다리 상태가 정상이 아니기에, 미야자키나 와르다니와 만날 8강전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미야자키와 와르다니는 내일 32강전에서 대결한다. 둘 다 최근 컨디션이 좋았기에 서로에게 불운한 대진운이라 할 수 있다.)
4. 야마구치도 비록 오늘 2 대 0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제1게임 후반부터 스텝이 급격히 느려지더니 제2게임은 거의 내줄 뻔했다. 랭킹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금 무리해서 5개 대회를 연속 출전하고 있고, 이전 4개 대회에서 준결승 내지는 결승까지 뛴 데다가, 특히 사흘 전에 치른 안세영과의 덴마크 오픈 준결승전 혈투는 그녀의 피로 누적에 결정타가 되었으리라 추측한다. 지금 거의 발짝을 제대로 못 뗄 정도로 지쳐 있기에 당연히 특유의 대포알 스매시 구사도 안 되고 있으며, 빠른 스텝을 활용한 강력한 수비 역시 실종 상태다. 안타깝지만 아무리 강철 멘탈과 체력의 그녀라 해도 16강전 패퇴가 유력하리라 예상한다. 운좋게 8강에 진출하여 천위페이를 만나더라도 이기지 못할 것이다.
5. 다시 안세영으로 돌아와서... 오늘 야마구치의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듯, 누적된 근육 피로는 사흘을 쉬었다고 해서 해소되지 않는다. 트레이너가 아무리 열심히 마사지를 해줘도 그 효과는 제1게임 중반 정도까지밖에 유지되지 않는다. 게다가 내일 32강전을 치르는 안세영은 오늘 경기한 선수들과는 달리 중간에 하루도 쉬지 않고 결승까지 내달려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 여정이 아니다. 고질적인 다리 부상 치유를 위해 이번 시즌 중반에 가졌던 휴식에서 복귀한 이후 아직 2개 대회를 연속 우승할 정도의 지구력은 회복하지 못한 상태임을 명심하고, 절대로 과욕을 부리며 무리해선 안 될 것이다. 모든 강자들이 충분한 휴식 후에 맞붙는 연말의 월드 투어 파이널스에서 우승하기 위해선 절대로 다리 부상이 재발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