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장원>
축제
청주흥덕고등학교 1학년 고수연
단맛으로 덮어쓴 붉은 과실.
그 영롱한 진홍색을 베어 물면
실망스런 신맛이 흘러내렸다.
장난감으로 맞춘 태엽 인형.
전해 줄 이도 곁에 없건만,
허공을 가른 음자락이 떨어졌다.
익숙지 못한 감각에 돌린 시선.
문득 눈에 들어 온 옷자락을
나는 떠나보내지 못했다.
묘한 싫증감에 돌아 선 등불 거리.
혼자만의 돌아가는 길 위,
달빛일 밝아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 쏘아 올린 수억의 불빛.
물들대로 물든 밤을 비춰
야색의 꽃무리를 피워냈다.
분면 사랑스러웠던 광경.
언젠가 좋아했던 풍경이었다.
네가 없는 것 빼고는 똑같은,
그럼에도 이리 허전한 건.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그저 다만,
네가 없는 축제는
전혀 사랑스럽지 않았다.
<고등부 차상>
동생
진천상업고등학교 2학년 오소현
“너랑 동생이랑 닮았어!”라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늘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릴 적 동생을 싫어했던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당시 첫째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라던 제가 동생이 태어난 후에는 저에게만 향했던 부모님의 사랑이 동생에게만 간다는 오해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부모님께 “엄마랑 아빠는 동생만 좋아하고 나 같은 건 신경도 안 쓰잖아!”라는 말을 하며 부모님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입히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동생이 저와 같은 초등학생이 되었고 동생은 늘 좋은 성적으로 부모님께 웃음꽃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안겨드리고는 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부럽고 질투가 나서 동생에게 화풀이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러다 제가 중학교 2학년이 되었고 저와 동생은 단 둘이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부모님은 저희에게 “타지에 가면 너희 둘 밖에 없어 서로 의지하며 지내”라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지만 저는 그 말씀이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학생활을 하면서 저와 동생은 많은 구박과 눈칫밥을 먹으며 저희는 서로에게 의지를 하게 되었고 평소 하지 못했던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저와 동생은 서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부모님께서 저희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시는지 알 수 있었고, 서로가 부모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론 좋은 시간들을 많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저희는 보모님의 관심을 받기 위해 싸우기도 하지만 저에게 동생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조금씩 소중해지고 있고, 현재는 “동생이랑 닮았다.”라는 말을 들으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고민이 생기고 좋아하는 것을 보게 되면은 서로에게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소중한 저의 단짝친구이며 가족인 사랑스러운 동생입니다.
<고등부 차상>
축제
양청고등학교 1학년 김나연
민족의 대축제 추석을 코앞에 둔 요즘,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는 하늘과 하굣길 늘어나는 고추잠자리를 보며 무르익어가는 가을을 느낀다. 햇살의 따사로움이 소리로까지 들리는 듯한 이 계절 속에 숨 쉬며 행복해 하는 나를 보며 사계 중 축제는 단연 지금의 가을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서 문득 내가 달려가는 이 인생의 축제는 언제가 될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며 친구들과 같은 교복을 입고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들으며 대학이라는 목표로 나아가는 고등학생이다. 그러면 내 인생의 축제는 대학이 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대학은 어디까지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궁극적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장래희망도 내게 같은 의미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내가 바라는 행복한 삶은 무엇일까?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 보니 내가 희망하는 행복의 모습은 소소한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바로 오늘의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인생 말이다. 대학이라는 목표가 너무 높고 무겁게만 느껴져 어깨가 짓눌리지만 같이 짊어져주는 친구들이 있고, 끝도 없이 연속된 시험의 끝에는 언제까지나 힘이 되어주는 가족들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지금의 내 인생. 그렇다 내가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바라보며 갈망하는 인생의 행복은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사소하고 아주 가까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자각하지 못 할 크기로 말이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라 느끼며 지나치는 하루하루도 마찬가지이다. 똑같이 밥을 먹으며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바를 매일 해내기에 같은 일상의 반복이라 생각되지만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떴기에 결코 같지 않고 다른 하루들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되기에 찾기 힘들게 숨어 있는 행복이란 녀석이 인생 속에 숨어 열어주는 축제의 연속인 것이다.
축제란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라고 국어사전은 정의한다. 그럼 나는 행복한 오늘의 내 삶을 축하하고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인만큼 감히 큰 규모라 말할 수 있다. 이는 축제의 정의와도 또 의미와도 맞아 떨어진다. 비로소 나는 깨닫는다. 개막은 있지만 폐막은 없을 내 인생의 축제는 오늘의 하늘 아래에서 행복을 원하면 행복할 수 있는 바로 현재,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