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2학기가 되어서야 현실에 대해 인식을 했고 그때부터야 학점관리에 토익준비에 봉사활동 등 기타 이런저런 취업준비를 했고 졸업할 때까지 21학점 풀로 수업을 들었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첫 시기인 듯싶다. 남들과 비교했을 때는 부족할지라도.. 그러다 보니 비록 지방대였지만 서류통과에 필기시험 볼 기회도 가졌고 면접도 보게 되었고 학교에서 같이 취업준비를 하던 친구나 선배들에 비해 좋은 기회를 많이 가졌다.
하지만 내가 그땐 나이가 어렸는지 물론 준비도 부족한 상태였지만 시험에 떨어지는 게 계속되다 보니 자신감은 줄었고 나의 한계가 여기인가 하는 생각에 더 이상 시간을 여기에 보낼 수 없겠다 싶었다.
그러다 평소 학과 공부를 할 때에도 회계공부엔 흥미가 있던 터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다. 사실 지방대생에게는 공무원이 자신의 꿈을 펼치기에 가장 차별 없이 좋은 곳일 것이다. 물론 실력의 차도 있고 취업준비과정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채용과정에 있어서 투명하고 사기업 입사처럼 자신의 능력이나 조건 외에는 신경 쓸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들 끝에 세무직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하였고 그때 만나던 남자친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했다. 그런데 이 친구는 공무원 준비를 하며 또 앞으로 몇 년의 시간이 흐를 것이 맘에 안 들었는지 그냥 눈을 낮춰서 아무 회사나 들어가지 그러냐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때 무슨 마음이었는지 평소 생각도 없었는데 세무직 공무원 하다 나이 들어서는 세무사 자격도 따고 해서 평생 세무 전문가로 남고 싶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그 친구와 헤어졌고 나는 이것을 계기 삼아 꼭 세무직 공무원이 되겠다 마음을 먹었다. 이 두 사건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어떤 강한 계기가 필요했다. 평생 소식을 모르고 살 수도 있겠지만 꼭 내가 했던 말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다짐으로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지방에서 시험 준비를 했기에 동영상 강의와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택했다. 학원을 보통 많이 다니지만 지방이다보니 학원 교수님에 대한 믿음도 생기지 않았고 학원을 다니다 보면 내 성격상 신경 쓸 것이 많아 시간낭비에 비효율적일 것 같았다.
수험기간 내내 공부에 올인 한 것도 아니었고 하루에 내가 정했던 분량과 시간을 채우면 나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하며 수험생활을 우울하게 보내진 않았다. 대신 시험보기 한 달 전부터는 12시까지 공부하며 하루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10시간 정도 되었다.
시험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응시했다. 시험 보는 것 또한 익숙 해져야했고 요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험을 보며 마킹실수, 시간배분 실패를 겪으며 한편 더 자신감도 얻고 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었다. 보통 공부에 있어서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한다. 마음이 굳은 사람은 자신의 꿈에 대한 강한 의지만으로도 가능하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렇지 못했기에 다른 감정을 이용하여 나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었다. 시험에 합격하는 길에는 많은 성공담이 있고 방법이 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파악과 전적인 믿음이 우선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