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은 추억을 물들인다
장미자
기차가 레일을 타고 굴러간다
경춘선은 이따금 풍경으로 다가와
마음을 추억으로 물들인다
피크를 통기타에 얹으면
조개껍질이 그녀의 목걸이가 되고
나 어떡해, 길가에 앉아서 노랫말
찻간 가득 메아리도 떠다니던 파릇한 날
그리움으로 목젖을 넘는다
청바지 배낭 통기타 휘파람
개찰구로 하나 둘씩 모이고
모닥불에 꿈을 지피던 지난날들
아스라이 멀어진 청춘의 조각을 찾는다
청평사 고욤나무 발치에 묻어 둔
우리들의 타임머신은 간데없고
처마 끝 청동 물고기 온몸을 달망달망 풀며
베어진 지 오래 되었어
오래 되었다고 한숨을 내쉰다
소양강에 그믐달이 가라앉고
가로등 불빛 별꼬리하루살이를 불러모으고
강물에 어리는 흰 머릿결
주름진 세월을 올올이 들춰낸다
경춘선은 이따금 풍경으로 다가와
마음을 추억으로 물들여 놓고
덜컹덜컹 무심히 지나간다
긴 하루
장미자
아침 햇살 화안하게
담장을 타고 넘어왔다
누가 오실까 싸리문 활짝 열고
반나절 길게 목을 뺐다
푸드득 반가이 날아온 까치
모랫빛으로 반짝이는 물방울만
한 모금 쪼아먹고 날아갔다
반나절 목이 더 길어졌다
생강나무 꽃향기
코끝에서 향긋 떠돌다
바람 따라 떠나갔다
저녁노을 사과빛으로 내려앉고
가슴 한쪽이 텅 비었다
보납산 물방앗간 하늘 위에
한 입 베어 문 초승달이 떠올랐다
나는 초승달의 속살을
초승달은 나의 속살을 보듬었다
긴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 장미자: * 2019 ‘님의 침묵 백일장’장원, ‘가평문학상’
* 2020 ‘동서문학상’ 맥심상
* 2022 ‘KT&G 복지재단문학상’입상 외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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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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