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심님의 독서평입니다.
구의 증명/최진영/은행나무
굉장히 독특하다.
참신함이 넘친다.
상상력이 넘친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현실적이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내용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표현하고 있는 느낌이다. 삶에 진솔하다. 자신의 감정을 충실하게 묘사하고 있다.
구의 증명이라는 제목의 이중성, 모호성이 좋다.
삶을 증명해야 하나? 성장을 증명해야 하나? 사랑을 증명해야 하나?
아니면 살아온 시간에 대한 인정을 증명해야 하나?
어쩌면, 그냥 그대로 너 자체로 인정해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삶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증명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일텐데, 저자는 스코틀랜드의 전설을 이야기하며, 담이 죽은 구를 통해서 담이 자신에게 구의 흔적이 증명이 되어 남도록 하는 방법을 선택한지도 모르겠다.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이고, 참으로 회괴한 방법이지만, 담이 입장에서는 최선의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읽어갈수록, 불안하고, 삶이 쓸쓸하다.
구와 담의 이야기를 ○●로 표시해서 구분지어 주는 친절함을 베풀고는 있으나, 그리 친절한 작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도 단조롭다. 구와 담, 노마와 이모, 그리고 진주누나와 군대 선임.
구와 담, 어린이입장을 대변하는 노마, 참어른을 대변하는 이모, 그리고 보통의 이웃들을 대변하는 듯한 진주누나와 군대의 선임병 한 사람.
구의 선택과 담이의 선택은, 인간이 태어나 맺게 되는 관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들을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구와 담이에게는 사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터무니없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 믿음은 아주 유용하다.’는 담이의 고백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 이 책이 주는, 어쩌면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것들을 받아들이는데 믿음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생각을 공유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마치 한 몸처럼 동시에 느끼고 같이 생각하는 구와 담이는 끝내 돌고 돌아 다시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담이가 구를 먹음으로써.
그래도, 구와 담은, 그들 나이에 그때그때 당시에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통과의례처럼 지내오면서도, 자신의 심리와 감정에 대한 솔직함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 듯 하다. 저자의 그런 감정의 섬세함을 묘사하는 부분이 좋다. 누구나 사람이 느끼는 깊은 심연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잘 표현해 내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첫댓글 '터무니없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 믿음은 아주 유용하다' 그쵸?
닫힌 삶이 아닌 깨어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데
갇히는 느낌도 듭니다...^^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