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화해의 순례> 2박3일 사진 후기
Pilgrimage of Peace and Reconciliation, Jeju Korea, 26-28 May
1일차 _ 5/26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배경의 사람들이 제주 서귀포성당으로 모였습니다.
<평화와 화해의 순례>에 중국, 일본, 홍콩, 마카오, 베트남에서 20여 명이 왔고 한국에서도 6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공유하는 청년들이 모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대되는 일정입니다.
설렘과 호기심의 인사를 나누고, 우리의 여정과 순례 의미를 되새기며 흥겹게 <평화와 화해의 순례> 시작했습니다.
*떼제공동체 신한열 수사님과 기독청년아카데미, 예수살이 공동체,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활동가들이이번 순례에 대한 애정과 기대로 순례를 준비했답니다.
(서귀포성당은 서귀포지역 모태 성당으로 100여 년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곳에서 왔고, 외국에서도 다양한 곳에서 온 터라, 지역별 모임부터 시작했습니다.
한국 사람들 중 몇 차례 프랑스 떼제 공동체를 방문한 이들도 있었지만, 다수는 풍문으로만 듣고 알았던 터라 떼제 공동체의 역사, 활동을 소개하는 시간도 갖았습니다.
우리들을 이곳 제주의 어느 성당으로 이끈 것은 어떤 것일까? 평화를 염원하고 화해하고 또 순례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홍콩, 마카오, 대만, 중국, 일본 그리고 제주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직장 젊은이들은 높은 부동산 시세와 물가 때문에 시달리고 있어요. 이에 더하여 몇 가지 정치 이슈가 입법원에서 논의되면서 홍콩 사회는 지금 대단히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시민들, 특히 젊은 세대 가운데 열띤 논쟁이 촉발되었는데 이것은 홍콩의 앞날에 관한 것, 다시 말해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기 때문이예요. 그런데 우리의 미래에 대해 우리 자신이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정치 상황 때문에 홍콩의 젊은이들은 일정 수준의 우울증을 앓게 되었어요."
"중국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삶의 압박감입니다. 어렵게 직장을 구해야하고 장시간 일을 해야합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주일에 6일을 일하는 996. 그러다 보면 너무 피곤해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요. 또 젊은이들의 직장은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요. 또 종교활동도 제한되어 있는 것이 중국의 현실입니다."
"대부분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직장을 얻고자 애쓰고 그렇게 대기업에 들어가서는 하루종일 일하느라 내면을 돌볼 시간이 없어요. 일하는 데만 시간을 쏟아붓기 때문에 삶의 기쁨과 평화를 찾지 못해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싶어서 청년 창업을 했는데요, 기성 세대에게 아이디어를 대부분 뺏기거나 자리잡고 펼쳐나가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예전엔 꿈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꿈을 갖는 것조차 사치 같아요. 저는 매일 죽었다 깨어났다를 반복하고 있어요. 매일 다시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고 있어서 마치 제 안에 예수님이 함께 죽었다가 다시 깨어남을 반복하고 있는게 아닌가 해요."
(대만에서 온 청년들)
(홍콩에서 온 청년들)
(일본에서 온 청년들)
나라도, 문화도, 나이도 다른 우리들을 하나가 되는 해준 것은, 하나님을 향한, 그리스도를 향한 기도와 찬양이었습니다.
때로는 한국어로, 때로는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로 노래했습니다.
단어의 뜻을 충분히 헤아릴 수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들 모두가 더 가깝고 통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2일차 5/27
밤새 비가 내렸고 강풍이 불었습니다.
오전 일정을 바꿔, 성경공부와 모둠 활동을 하며 비가 잦아들길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올레길 순례, 알뜨르비행장 도보순례를 하지 못할 것 같아 염려가 되었지만
지금 이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맑고 밝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가서 네 형제와 자매와 화해하여라'(마태복음 5장 24절)
화해를 주제로 우리 각자의 내면, 일상적 관계, 동북아 사람들 관계 등을 돌아봤습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한 모둠으로 모여 화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일본과 한국 사이에 놓인 역사적인 부분에 관해서도 여러 사례를 통해 들으며, 화해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 중국 사람들과 홍콩, 대만 사람들, 한국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이 한 모둠을 이뤄
지난 역사, 현재에 관해 이야기 주고 받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신기하게도 비도 그치고 바람도 약해졌습니다.
간단히 챙겨서 알뜨르 비행장으로 향했습니다.
알뜨르 비행장에는 한중일, 동북아 역사가 교체하는 곳입니다.
알뜨르 비행장은 당시 조선 사람들이 강제 노동으로 건설했고, 이곳에서 일본의 전투기가 출발해
중국 난징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폭탄을 떨어트려 많은 중국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 안에서 낮 기도회를 했습니다.
70-80여 년 전, 동북아는 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당하고 죽거나 다쳤습니다.
그 역사, 그 사건을 떠올리며 중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이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갖았습니다.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 뜨거운 눈물이 흐르기도 했습니다.
맑은 하늘이었다면 더 멀리,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겠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송악산 둘레길, 올레길 10코스 일부를 걸었습니다.
마침 비도 그치고 바람도 약해졌고, 또 새로운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낄 수 있었습니다.
서귀포성당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씻고 어느 때보다 맛나게 저녁을 먹었답니다.
밥상은 밝은누리 홍천터전밥상 민호 님과 윤상 님이 준비해주었습니다.
생협을 통해 친환경 유기농 식자재를 공급받아 정성껏 만들어서 정말 맛있는 저녁밥상이었습니다.
저녁부터는 기도순례 중인 삼일학림 학생들과 교사들, 기도순례 길벗들이 합류했습니다.
저녁기도회는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고요하게 풍성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우리의 내면, 우리사회와 동북아를 더 깊이 이해하고 만나면서 더 간절히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하늘의 평화가 이 땅에 이뤄지길 기도했습니다.
촛불을 밝혀 서로에게 빛이 되고 우리 시대와 사회에도 빛이 되자 다짐했습니다.
젊은이들이 모였으니, 흥겨운 잔치가 빠질 수 없겠지요.
기도회를 마치고 생명평화 국제 친선의 밤으로 이어졌습니다.
각 나라 지역마다 재능과 끼를 아주 재미나게 나눴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는 시간이었습니다.
3일차 _ 5/28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은 맑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순례 마지막 날이라 아쉬운 마음도 컸습니다.
아침 기도회를 마치고, 신한열 수사님은 외국 청년들에게 한국의 조각보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번 순례를 우리들 각자의 마음에 아름답게 간직되길 바라봅니다.
우리들은 올래 19코스로 향했습니다.
함덕 해변과 서우붕을 거쳐 너븐숭이 4.3기념관으로 갔습니다.
참 아름다운 바닷가, 맑고 깨끗한 바다, 높고 높은 하늘, 살랑살람 바람~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너무나도 아픈 상처를 가진 제주 북촌 마을를 걷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올레길 19코스 중간 즈음에는 너븐숭이 제주4.3기념관이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제주 바닷가 마을 북촌리에서는 70여 년 전 300여 명이 학살되는 비극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아이들도 다수 희생되었는데, 아이들의 경우엔 돌무더기에 임시로 묻었던 것이 오늘에까지 이어졌습니다.
안타가운 희생을 생각하며 낮 기도회를 했습니다.
우리들은 점심을 먹고 제주4.3평화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제주4.3평화공원에는 제주4.3사건을 소개하는 기념관과 희생자 이름을 새긴 비석과 행방불명자 묘역이 있습니다.
우리는 행방불명자 묘역, 제주4.3사건으로 희생되었지만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기억하는 곳에서 생명평화 고운울림 순례 기도회를 갖었습니다.
<평화와 화해의 순례> 참여자와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참여자들이 함께 하는 기도회여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2박3일 평화와 화해의 순례 마무리 하였습니다.
우리들 각자의 내면에서 평화를 이룰 수 있었고, 여러 나라 청년들이 과거 역사를 함께 보고 듣고 걸으면서 화해의 인사를 나눴습니다. 우리들이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평화를 기대하고 기도합니다.
함께 해주어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