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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 껍질 같은 손'을 가진 '늙은' 어머니는 감옥에 있는 막내 아들 면회를 가기 위해 미역 장사를 하려 한다. 첫째 아들은 막내만 아들이냐며 불퉁거린다. 둘째 아들은 심성이 착하여 쌀 한 말 값을 마련해 준다. 어머니는 그 돈으로 미역 한 둥치를 받아와서 딸네 동네서 김으로 바꾼다. 막내 아들이 감옥에 가기까지의 사연은 이렇다. 아버지가 마름집 아들에게 소작료를 내려줄 것을 간청하다가 매를 맞고 후유증으로 죽었는데, 마름집 논의 자운영을 캐다가 마름집 하인들에게 당하자 늙은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은 사연을 아들들에게 말한다. 이 사실을 안 첫째 아들과 막내는 마름집에 쳐들어가고, 이로 인해 동네 사람들이 마름집을 터는 일이 벌어진다. 어머니는 막내 아들을 잠시 피해 있으라며 도망 보낸다. 해방이 되었지만, 막내 아들은 늙은 어머니에게 돌아오지 못한다. 독립투사를 암살했다는 혐의로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광주에서 김을 판 어머니는 막내 아들을 주려고 교도소 근처 밥집을 빌려서 욕을 먹어가며 쇠고기국을 끓이고 막내 아들이 좋아하던 호박떡을 사려다가 못하고 대신 찹쌀떡을 산다. 우유가 몸에 좋다는 말에 우유도 두 병이나 산다. 드디어 면회일이 밝고 면회를 신청하지만, 아들의 이름은 불리지 않는다. 12번째 면회객이 호출되어서야 간수가 나오지만 어머니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른 아들 없냐고 묻는다. 아들 둘이 있다고 하자 간수는 막내 아들이 목포로 옮겨졌다고 퉁명스럽게 답한다. 늙은 어머니의 품 속에서 우유병 하나가 떨어져 박살난다. |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공간적 배경 - 전라도의 어느 촌 / 시간적 배경 - 일제강점기 말부터 해방 이듬해
▶ 특징 : ① 문장의 호흡이 긴 만연체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② 현재에서 과거로 되돌아가는 역행적 구성 방식으로 짜여져 있다.
▶ 주제 : 어머니의 한스런 삶
이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은 매우 호흡이 긴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 문장들은 대체로, 첫 부분에서는 어머니가 처한 상황이나 겪게 되는 사건이 어머니의 시각에서 자세하게 묘사된다. 뒷부분에서는 그에 대한 어머니의 심리나 반응을 덧붙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남도 지방의 판소리 가락이나 무당들의 넋두리 또는 푸념에 그 문화적 배경을 두고 있다. 작가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처절한 한을 밀도있게 그려내기 위해 판소리나 넋두리의 방식을 가져와 변형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내용이나 형식과 무관하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내용과 형식이 긴밀한 관련을 맺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이다.
▶ 이 작품의 문체와 내용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문장의 길이가 길다는 것이다. 문단 하나가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라 할 정도로 길다.
미역장사를 해야겠다고 이를 악문 채, 왼팔과 오른손에 든 지팡이를 부지런히 내저으며 윗마을로 들어서는 늙은 어머니는, 비루먹은 황소 등허리의 털 빠진 살갗처럼 희끗희끗 쌓인 앞산의 눈을 쓸어 검은 들판을 건너온 찬바람이 마을 앞 사장의 늙은 팽나뭇가지를 스치고, 흰 가는베 치맛자락과 반백의 머리털을 쥐어뜯을 듯이 싸고돌았을 때 쿨룩 하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시작되자 쪼그리고 앉아 윗몸을 움츠리며 연거푸 쿠울룩 쿠울룩 소리를 터뜨려놓았다.
이 문장의 뼈대가 되는 내용은 '늙은 어머니는 기침 소리를 터뜨려 놓았다'이다. '늙어 어머니는' 앞에 '미역장사를∼들어서는'이라는 긴 관형절이 붙어 있다. 여기에 '비루먹은∼싸고돌았을 때'라는 부사절이 있는데, 이는 주인공이 기침을 하는 상황의 자연적 배경을 서술한다. 또 '미역장사를∼기침을 하기 시작했는데' 다음에는 '기침이 시작되자∼터뜨려놓았다'라는 문장이 종속적으로 이어져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짜여져 있는 이 문장은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 작가가 찍어놓은 쉼표가 네 개인데, 최소한 여기서 한 번씩은 쉬어가며 읽어야 의미가 이해된다. 이렇게 껄끄럽게 긴 문장은 늙은 어머니의 한스럽고 신산스러운 삶을 다룬 내용과 조응한다. 만약 이 작품이 짧고 경쾌한 단문 위주의 문장으로 서술되었다면 내용과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 작품 끝부분으로 갈수록 문장 길이가 짧아지는 이유
이 작품을 주의깊게 읽은 독자라면 '늙은 어머니'가 광주에 있는 형무소에 가는 대목에서부터 앞부분에 비해 문장의 길이가 대체로 짧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다음 문장을 보자.
이날 밤 쇠고깃국을 끓여놓고 밤을 숫제 하얗게 밝힌 늙은 어머니는 새벽녘에 일어나, 아직 열릴 생각도 않는 형무소의 철문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다가 들어왔다.
이렇게 짧아지는 것은 이 작품의 결말과 연관이 있다. 부산하게 막내 아들에게 먹일 음식을 준비하는 '늙은 어머니'의 태도를 보며 독자는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든다. 결국 '늙은 어머니'는 끝내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막내 아들을 면회하지 못한다. 목포로 옮겨졌다는 것이지만, 상황으로 보아 막내 아들은 사형을 당했음에 분명하다. 이처럼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을 묘사하는 데 앞부분에 사용된 긴 문장은 어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