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절정은 애국가를 신호로 시위대를 향해 정조준 사격을 가하면서부터 이다. 자위를 위한 대부분 하층 시민들로 구성된 자발적 시민군의 시가전, 상상은 참혹한 실재가 된다.
같은 언어, 같은 애국가, 같은 민족에게 총부리를 겨눈 행위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반민족 범죄이다. 그 민주의 씨앗으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인다.
퇴역 예비역 대령 박흥수(안성기), 그의 딸 박신애(이요원), 신애를 사랑하는 택시기사 강민우(김상경)는 보통 시민들이다. 민우의 동생 진우(이준기)가 계엄군에 의해 희생되고, 신애가 민우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멜로드라마의 틀이 장착된다.
상업영화의 속성상 상업적 코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한계는 이 영화가 애초에 가졌던 지향점 이었다. 이만하면 잘 만든 영화이다. 세계의 우수영화를 두루 섭렵한 관객들의 레벨에도 성공작이라는 말을 듣는다. 오래 만에 실컷 울어본 영화라는 말을 듣는다.
20대의 택시기사 김복만과 가톨릭농민회 회원 홍순권, 가두방송을 했던 전옥주, 민주의 이름으로 희생된 무고한 시민들이 복합적 영화의 동인을 제공한 이 영화는 지식인과 권력자가 배제되고 3.1운동처럼 민초들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전투란 민초들의 전투가 있고, 왕․ 귀족․ 장군이 중심이 되는 전투가 있다, 프랑스나 러시아처럼 승리하면 혁명에 성공하는 것이다. 민초들은 대부분 실패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화려한 휴가』에서도 마지막 전투로 모든 시민군이 희생된다.
영화는 몇 갈래의 관객흡인 장치를 갖고 있다. 1980년 민우와 신애의 광주식 러브 스토리, 민주화항쟁의 구체적 도화선이 된 금남로 발포장면, 도청 안의 긴박한 상황, 인봉(박철민)과 용대(박원상)이 담당하는 코미디 등이다.
이 영화는 허구를 표방하면서도 디테일이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방대한 자료들은 축약되고, 압축되어 기호와 기표의 늪을 헤치고 영화의 작은 부분들을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인들의 사연들은 이 영화의 속살을 찌우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자주 들어왔던 ‘님을 위한 행진곡’이 영화 속에서 의미가 다르듯 영화 속의 인물들도 실존 인물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인물들의, 소시민들의 시각으로 보여 지는 이 영화는 유사 상황이 전개된다면 어느 나라건 비슷할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대나무는 5년 만에 싹을 틔운다고 한다. 그 싹을 틔우기 위해 노력해온 스탭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사실보다 더 영화적인『화려한 휴가』가 역사를 읽어내는 좋은 텍스트로서 많은 담론을 창출해낼 것이다.
『화려한 휴가』에서 영화에 대한 세부 분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슴 뭉클한 감동이다. 세월은 흘러가도 산 자는 산자의 몫을 다해야 한다.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할 영화가 드믄 세상에 이런 영화가 만들어 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엄숙주의자들의 도식적 소도의 제의를 우회, 대중적 순교의 전형을 보여준 이 영화는 희비가 개인과 집단의 야욕에 의해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내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평범한 시민들이 총을 잡아야 했던 ‘잠들지 않는 남도’ 이야기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김지훈 감독의 바른 역사관과 탄탄한 연기, 수려한 미장센과 깔끔한 화면처리, 편집, 음악 의상 등이 있는 칠월의 영화, 슬프지만 희망을 주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