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今笑叢(고금소총)44. 炭女發汗

[巨村]

44. 炭女發汗  -숫처녀가 땀을 내주다.-

古有一鄕族士人, 爲人庸暗而家稍饒. 其父生員頗好色. 生員室內有一童婢而, 年十七, 自幼生長於室內, 未嘗出外,   (庸-어리석을 용, 稍-적을 초) [炭女]; 숫처녀의 이두식 표현,

옛날에 한 시골 집안의 선비가 있었는데, 사람 됨됨이는 어리석고 사리에 어두웠으나 집안은 조금 넉넉하였다. 그 아버지인 생원은 자못 색을 좋아하였다. 생원의 집안에는 한 여종 아이가 있었는데, 나이는 열일곱이었으며, 어려서부터 집안에서만 생장하고 일찍이 밖에 나간 적이 없어서,

無異閨女, 面貌絶美, 生員欲狎之, 暫不移室內左右. 心生一計, 一日對隣里切親醫朴姓人, 說此事. 託以吾當佯病, (閨-안방 규, 狎-친압할 압, 託-핑계할 탁, 佯-거짓 양) [切親]; 아주 친함,

규중의 처녀와 다름이 없었으며, 얼굴과 모양이 뛰어나게 아름다운지라, 생원이 그녀를 친압하고자 했으나, 그녀는 잠시도 집안의 좌우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생원이 마음속으로 한 가지 꾀를 내서, 하루는 이웃 동네에 사는 절친한 사이의 의원인 박이라는 사람을 보고, 이 일을 말하였다. 내가 마땅히 거짓 병으로 핑계하겠으니,

君必如此如此爲言則, 當有好個道理, 醫人許諾, 數日後生員自夜, 忽作大痛之狀, 早朝家人告于士人曰; “老爺病患猝重.” (爺-아비 야, 아빠 야, 猝-갑자기 졸) [個]; 별 뜻이 없이 ‘～하는 것’의 의미, [老爺]; 늙으신네, 할아버지,

자네는 반드시 이러이러하게 말을 하면, 마땅히 좋은 방도가 있을 걸세 하니, 의원이 그러겠다고 허락하자, 며칠 뒤 생원이 밤중부터 별안간 크게 아픈 형상을 지으니, 이른 아침에 집안 하인이 선비에게 와서 말하기를, “늙으신네께서 병환이 갑자기 중하십니다.”하거늘,

士人驚憂, 卽問候則, 生員曰; “渾身俱痛, 寒氣最苦.”云而, 呻吟之聲, 不絶於口, 昏迷若危, 士人大憂, 卽請朴醫診脈, (候-물을 후, 상태 후, 조짐 후, 渾-모두 혼, 흐릴 혼) [渾身]; 온 몸,

선비가 놀라고 근심스러워서, 곧 문후를 드리니, 생원이 말하기를, “온몸이 다 아프고, 한기가 가장 괴롭다.”라고 하면서 신음소리가 입에서 끊이지 않고, 정신이 혼미함이 위태로운 것 같아서, 선비가 크게 근심하여, 곧 박의원을 청하여 진맥케 하니,

朴醫診察而出外, 士人隨出問之則, 醫人曰; “數日前來拜時, 未見有不安之節, 何期患候之猝重如此.

박의원이 진찰하고서 밖으로 나가는지라, 선비가 따라 나가서 그에게 병세를 물었더니, 의원이 말하기를, “며칠 전에 와서 인사를 드릴 때는 편찮으신 기색이 있음을 보지 못했는데, 어찌 환후의 갑작스럽게 위중함이 이와 같을 줄 미리 알았겠소.

老人之脈度如彼, 愚見實無可用之藥. 更求名醫而, 議進當劑, 似好矣.” 士人十分驚惶, (惶-당황할 황)

노인의 맥도가 저와 같으니, 내 생각으로는 실로 쓸 수 있는 약이 없소. 다시 이름난 의원을 구하여, 의논하여 마땅한 약을 지어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소.”하니, 선비가 매우 놀라고 당황하여,

執手懇請曰; “他醫不勝於君, 且君熟知家親氣品與脈度則, 何不深思良方而, 遽然退出乎?” (遽-급할 거) [遽然]; 급한 모양,

의원의 손을 잡고 간청하여 말하기를, “다른 의원은 그대보다 낫지 못하며, 또 그대는 가친의 기품과 맥도를 익히 잘 하시는데, 어찌 좋은 처방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급히 물러나가시려 하오?”하니,

醫人深思半餉, 乃曰; “百藥無可合, 只有一方而, 此則得用困難, 若誤用則, 有害故, 此爲可悶矣.”   (餉-먹일 향, 점심 향, 悶-번민할 민) [半餉]; 점심 먹는 시간의 반 정도, 한참 동안,

의원이 한참 동안 깊이 생각하다, 이윽고 말하기를, “백 가지 약이 모두 합당하지 않고, 다만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나, 이는 사용하기가 곤란하며, 만약 그릇 사용하면 해가 있는 까닭에, 이는 가히 걱정이 되오.”하니,

士人曰; “雖極難, 吾當盡力得用, 第言之.” 醫人曰; “病患專因寒氣結於胸腹, 若得十六七歲未經人炭女, 溫房中,  [第]; 상관없이, 오로지,

선비가 말하기를, “비록 극히 어려워도 내가 마땅히 힘을 다하여 얻어 사용할 것이니, 오로지 그것을 말하시오.”하니, 의원이 말하기를, “부친의 병환은 오로지 한기가 가슴과 배에 결집됨으로 인한 것이니, 만약 열여닐곱 살로, 남자를 겪지 않은 숫처녀를 얻어서, 따뜻한 방안에서,

以屛防風, 接胸抱臥發汗則卽快, 外無他藥而, 第念十六七歲女子常賤則, 經人否未能詳知, 閭閻女子, 雖一時藥用, 誰肯納之, 此所謂極難也.” (屛-병풍 병, 防-막을 방, 詳-자세할 상, 第-다만 제, 그러나 제, 閻-마을 염) [常賤]; 여기서는 상놈의 천한 딸을 일컬음, [閭閻]; 보통 백성,

병풍으로 바람을 막고, 가슴을 대고 껴안고 누워 땀을 내게 하면, 곧 병한이 나을 것이요, 그밖에는 다른 약이 없으니, 그러나 생각건대, 열여닐곱 살 여자로서 상놈의 천한 딸은 사람을 겪었는지의 여부를 자세히 알 수가 없으며, 보통 백성집의 딸은, 비록 한때의 약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도, 누가 즐겨 그 딸을 들이겠소, 이는 이른바 극히 어려움이.”하니,

此時士人母, 適在窓下, 聞醫言, 急召士人謂之曰; “我聞醫言, 此藥不難矣.” 士人曰; “何以得之?”

이때 선비의 어머니가 마침 창문 아래에 있다가 의원의 말을 듣고서는, 급히 선비를 불러 그에게 일러 말하기를, “내가 의원의 말을 들었는데, 이 약은 얻기가 어렵지 않느니라.”하니, 선비가 말하기를, “어떻게 하면 그것을 얻을 수 있습니까?”하니,

母曰; “某婢自幼養育吾之衾內, 至今未出門外, 此則無異於兩班處女, 年今十七, 若求炭女, 此婢無慮一時藥用, 豈不好耶.”

어머니가 말하기를, “아무개 여종이 어려서부터 나의 이불 안에서 길러서 이제까지 문 밖을 나가지 않아, 이는 양반집 처녀에 다름이 없으며, 나이가 이제 열일곱이니, 만약 숫처녀를 구한다면, 이 여종이 한때의 약으로 쓰는 데도 아무 염려할 것이 없으니, 어찌 좋지 않겠느냐.”하니,

士人大喜曰; “果如敎意.” 卽以醫人之言, 其母之意, 告于其父, 生員曰; “世上豈有如許藥物乎? 然而朴君之言如此, 第爲試之, 何妨耶.” (果-과연 과, 妨-거리낄 방) [許]; 그따위의,

선비가 크게 기뻐하며 말하기를, “과연 어머님이 가르치시는 뜻과 같이 하겠습니다.”하고, 곧 의원의 말과 그 어머니의 뜻을 그 아버지에게 고하니, 생원이 말하기를, “세상에 어찌 그 따위 약물이 있단 말이냐? 그러나 박군의 말이 이와 같다면, 다만 시험해 보는 것을 어찌 거리끼겠느냐.”하거늘,

其夜以屛風防于溫房, 以其童婢解衣裳, 入于衾內, 士人出門外, 其母亦立窓外, 欲察其發汗, 俄而生員與其婢, 雲雨極淫,   (俄-잠깐 아) [雲雨]; 본래 뜻은 구름과 비이지만, 음담에서는 남녀간의 육체적 교정을 일컬음,

그날 밤에 병풍으로 따듯한 방을 막고, 그 어린 여종을 옷과 치마를 벗게 하여 이불 속으로 들어가게 하고는, 선비가 문 밖으로 나오니 그 어머니가 또한 창 밖에 서서 그 땀내는 것을 살피고자 하였는데, 조금 있다가 생원이 그 여종과 더불어 교정이 극히 음란하거늘,

其母喞喞回入內曰; “此是接胸發汗之藥耶? 如是發汗, 何不與我發汗?” 士人隨後睨視止之曰; “母親何出迷劣之言乎? 母親炭女耶?” 聞者絶倒.  (喞-중얼거릴 즉, 두근거릴 즉, 벌레 소리 즉, 睨-흘겨볼 예) [迷劣]; 사리에 어긋나고 모자람,

그 어머니가 중얼중얼거리며 몸을 돌려 안방으로 들어가면서 말하기를, “이것이 가슴을 대고 땀을 내는 약이란 말이냐? 이와 같이 땀을 낸다면, 어찌 나와 더불어 땀을 내지 않는고?”하니, 선비가 그 어머니 뒤를 따라가며 눈을 흘겨보면서 어머니의 말을 막으며 말하기를, “모친은 어찌 사리에 어긋나는 모자란 말을 하십니까? 모친이 숫처녀에요?”하니, 이 말을 들은 사람이 포복절도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