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온 세상 어린이가 하하하하 웃으면
그 소리 들리겠네 달나라까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이 노래에 관해 어느 한 매체에 게재된 작곡가 이수인 씨의 이야기다. 1970년 어느 날 아동문학가 윤석중 씨가 찾아 오셨더란다. 윤석중 씨는 나이로 한참 선배시다. 윤 선생님은 동요 가사 하나를 내놓으시면서 작곡을 부탁하셨다.
“작년 미국이 쏘아 올린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지 않았던가. 이제 우리나라 어린이도 더 큰 꿈을 품고 자라도록 노래 하나를 지어봄세. ‘앞으로’란 제목은 ‘아폴로’와 발음이 비슷해서 거기에 착안했다네.”
정말 평생 어린이들을 위한 문학 활동에 매진하신 원로답게 한없이 순진무구하고 재기발랄한 착상 아닌가! 발음의 유사성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미래를 향해 끝없이 전진하자는 메시지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들어맞는다. 그리고 가사에서 보이는 어린이다운 천진난만한 상상력은 어떤가? 지구가 둥그니까 계속 전진해서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오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날 수 있다는 것, 즉 모든 인류가 친구가 되어 다 같이 화합하자는 세계 평화의 전언이 아닌가? 그리고 모든 어린이가 힘을 합쳐 이 세상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면 그 웃음소리가 온 지구 곳곳에 울려 퍼질 것이라는 격려! 그런 시대가 올 때까지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씀!
이런 진취적인 가사의 뜻에 이수인 씨가 입힌 멜로디는 어떤가? 씩씩한 행진곡풍의 노래는 가사의 참맛을 훨씬 확장, 고양시킨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 모두가 저절로 고개는 드높이, 시선은 저 멀리, 어깨는 활짝 펴고, 두 주먹은 굳게 쥐고, 두 팔을 힘차게 흔들며, 목청 높여 노래하며 큰 걸음으로 행진하여 크고 넓은 거리로,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어우러져 홍익인간, 이화제세하는 대동의 세상이 보이지 않는가!
참으로 어린이와 같은 천진한 감성과 상상력으로 충일한 말/글의 대가(大家)와 음악의 대가, 이 두 분의 절묘한 만남이 아니었다면 이런 걸작이 탄생할 수 없었으리라. 이런 씩씩하고 멋진 노래를 부르며 자라는 어린이는 필시 온전한 인격과 풍부한 감수성을 갖춘,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랄 것이고 나중 어른이 되면 세계를 통일해서 지구 대통령이 될 꿈을 꾸지 않겠는가?
작사가 윤석중: (1911년 5월~2003년 12월) <퐁당퐁당>, <옥수수 하모니카>, <종달새의 하루>, <달맞이>,<돌과 물> 등 주옥같은 동요를 만들어 ‘동요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의 작품집으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집 <윤석중 동요집, 신구 서림, 1932>, <윤석중 동요 525곡집, 1980> 등이 있다.
작곡가 이수인: <둥글게 둥글게>, <앞으로 앞으로>등의 동요를 작곡했고, 그가 창작한 곡만 동요 500여 곡, 가곡 100여 곡이 있다. 작품집으로는 <이수인의 음악과 삶 ‘내 맘의 강물’, 교육과학사, 2012>, <이수인 동요작곡집 ‘어린이나라’, 한국음악교육연구회, 2000>이 있다. 숭의여전교수, 서울 어린이합창단 지휘, 한국 동요 작사작곡가회 회장(2006년)을 역임했고, 2016 제24회 대한민국 문화연예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