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집경_인욕_47. 자기가 구한 사람에게 해침을 당한 원숭이의 서원
예전에 보살이 몸이 원숭이가 되니,
힘이 무리에서 뛰어났고 밝은 지혜가 사람보다 나았으며, 항상 넓은 자비를 품고 중생을 건지기에 힘썼다.
깊은 산에 처하여서 나무에 올라 과실을 따다가, 산골짜기 깊은 구렁에 사람이 빠져서 스스로 나오지 못하고, 수일을 애절하게 하느님을 부르면서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것을 보았다.
원숭이가 듣고 불쌍한 생각에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내가 부처가 되기를 서원한 것은 오직 이러한 무리들을 위함이었다.
이제 이 사람을 구출하지 않는다면 그는 반드시 죽을 것이니, 내가 마땅히 언덕을 찾아 골짜기에 내려가서 업고 나오리라.”
드디어 깊은 골로 들어가서, 사람을 업고 풀포기를 더위잡고 산으로 올라와서 평지에 놓고, 산골의 좁은 길을 가르쳐 주면서 말하였다.
“그대가 가고 싶은 데로 가시고, 헤어져서 간 뒤로는 삼가 나쁜 짓을 하지 마시오.”
그리고는 사람을 끌어내기에 피로가 심하여서 한가한 데 나아가서 누워 쉬는데,
사람이 생각하였다.
‘골짜기에서 허기가 졌더니 이제 나와서도 역시 그러하다면 빠졌을 때와 무엇이 다르랴.’
마음속에 마땅히 원숭이를 죽여서 먹음으로써 자기 목숨을 건지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으로 돌로써 머리를 치니, 피가 흘러서 땅이 붉게 물들었다.
원숭이가 놀라서 일어나니, 현기가 일어 쓰러지려는 것을 나무에 의지하였다.
그러나 마음에 성내는 뜻이 없고, 사랑하고 가엾어하는 마음으로 그가 악한 생각을 품은 것을 슬퍼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지금 내 힘으로 건지지 못할 자는, 내세에 항상 모든 부처님을 만나서 가르침을 믿고 받아 제도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도록 하옵소서.’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원숭이는 나였고, 골짜기 속의 사람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