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등무상경 제5권
37. 대운초분 증장건도(增長健度)[3], 계율, 보시, 여래의 법신
[금계를 지키는 것]
또 선남자야, 만일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은 경전을 읽고 외우고 받아 지니되,
끝내 수다원(須陀洹)의 과(果)를 위해서 금계(禁戒)를 지키는 것이 아니고,
끝내 사다함(斯陀含)을 향(向)하거나 사다함을 얻거나 아나함(阿那含)을 향하거나 아나함을 얻거나 아라한(阿羅漢)을 향하거나 아라한을 얻거나 하기 위해서 금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고,
부처님을 향하거나 위없는 과위[無上果]를 취하기 위해서라면 이는 곧 참으로 금계를 지키는 것이라 하느니라.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위하여 금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고, 여래의 불가사의를 위한 것이라야 금계를 지킨다 하느니라.
여래는 마음을 머무르게 하기 위해 한량없는 삼매를 닦고 쌓는 것이 아니며,
또한 마음을 머무르게 하기 위해 모든 부처님과 평등함을 닦고 쌓는 것이 아니며,
또한 다시 마음을 머무르게 하기 위해 한량없는 인과(因果)를 닦고 쌓는 것이 아니며,
머무르기 위한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을 닦고 쌓는 것이 아니니,
여래는 머무르는 바가 없는[無所住] 데에 머무르는 이것이 바로 진실한 모양[實相]이니라.
만일 이것이 여래의 무상인(無上印)이라 한다면 금계를 지킨다고 이르지 않고,
만일 여래가 바로 인(印)이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이른다면,
너는 이 가운데 부디 의심을 내지 말라.
여래는 모양이 없기[無相]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하고,
만일 여래는 모양이 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한다면, 역시 의심을 내지 말라.
여래는 종호(種好)가 없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하고,
만일 여래는 종호이기 때문에 금계를 지닌다고 한다면, 역시 의심을 내지 말라.
여래는 신통의 인연 때문에 금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요,
여래는 비밀한 갈무리[密藏] 때문에 금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며,
여래는 위없는 복전[無上福田]이기 때문에 금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요,
여래는 여래장(如來藏)이기 때문에 계율을 지키는 것이 아니니라.
여래는 모든 중생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뭇 고통의 핍박을 끊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하고,
모든 중생을 안락하게 하고자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하며,
중생의 나고 죽는 속박을 끊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느니라.
중생으로 하여금 오로지 위없는 보리의 도에 향하게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하며,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느니라.
중생을 위하여 법륜을 굴리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느니라.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성승(聖僧)의 이름을 얻게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고,
중생으로 하여금 여래의 거룩한 종성(種姓)을 끊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며,
중생으로 하여금 온갖 법과 승의 종성[法僧種]을 끊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느니라.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삼매(三昧)ㆍ선정(禪定)ㆍ지혜(智慧)ㆍ해탈(解脫)을 얻게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느니라.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청정한 계율을 얻어 완전히 갖추어 이지러뜨림이 없게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고,
여래는 계율이 없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며,
온갖 계율을 끊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고,
여래께는 이런 계율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며,
이런 계율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느니라.”
그때 대운밀장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여래는 금계를 지키지 않는다’고 하면, 그 뜻은 무엇입니까?
만일 또 어떤 이가 ‘보살이 이 큰 바다에 깊이 나아가는 수조삼매에 머무르면 금계를 지키지 않는 이다’라고 하면, 그 뜻은 무엇입니까?
‘여래는 무상인(無上印)이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 그 뜻은 또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은 이 삼매에 머무른 이후에는 처음부터 유위법(有爲法) 안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부처님 법을 완전히 갖추어 성취하느니라.
왜냐하면 이와 같은 삼매는 모두 이미 모든 부처님 법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마치 큰 보배 무더기에 그 빛깔이 청정한 청유리(靑琉璃)가 있어 사람이 그것을 보고 의심을 내지 않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이 삼매에 머무르고부터는 곧 불성(佛性)을 똑똑히 보고 의심하지 않게 되느니라.
왜냐하면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니, 만일 의심이 있다 하면 이치에 맞지 않느니라.
여래의 경계는 불가사의하느니라.
선남자야, 보살은 이 삼매에 머무르고 나면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성취하고 두루 갖추느니라.”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마지막[畢竟]이 됩니까?”
“선남자야, 너는 ‘보살이 마지막이 됩니까?’라고 그렇게 말하지 말라.
왜냐 하면 모든 중생들이 이 삼매를 얻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다 마치고 난 뒤에야 ‘이 보살은 마지막이 됩니까?’라고 물어야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삼매는 매우 희유합니다.
만일 모든 중생이 듣고 받들지 못하면 심히 불쌍히 여길 만하지만,
만일 듣게 되면 이 사람이야말로 큰 이익을 얻는 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만일 어떤 이라도 이 삼매의 이름을 들으면 이런 사람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으뜸가는 이인 줄 알아야 하느니라.
비유하면 족성(族姓)이 단정한 왕자(王子)가 위엄 있고 용맹스럽고 마음에는 간탐(慳貪)이 없고 지니는 계율이 청정하여 나무랄 데가 없으면,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고 권속이 공경하며 국토를 다스리되 백성들이 따르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이 삼매에 머무르면 역시 그와 같아서, 모두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성취하느니라.
선남자야, 마치 전타라(旃陀羅)는 끝내 왕이 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설령 왕이 된다고 해도 이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라.
왜냐하면 모든 상족(上族)들이 비웃기 때문이니라.
만일 어떤 중생이 이와 같은 삼매를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베껴 쓰지 못하고서 모든 부처님이 지닌 미묘한 공덕을 성취하려 한다면 역시 옳지 못하느니라.
왜냐하면 모든 보살들의 비웃음을 받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이 삼매에 편히 머무르는 모든 보살들은 여래는 항상하여 변하지 않음을 능히 알지만,
만일 이 삼매에 머무르지 못하면 여래는 항상하여 변하지 않음을 알지 못하는 줄 너는 이제 자세히 관하라.
[보시]
보살마하살이 중생을 위하여 이와 같은 삼매를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 단바라밀(檀波羅蜜:보시바라밀)을 완전히 갖추느니라.
왜냐하면 이와 같은 보살은, 어떤 이가 머리ㆍ눈ㆍ골수ㆍ뇌ㆍ뼈마디ㆍ손ㆍ발ㆍ나라ㆍ성ㆍ아내ㆍ아들ㆍ남종ㆍ여종ㆍ하인ㆍ코끼리ㆍ말ㆍ칠보 등을 구하는 것을 보면, 곧 그가 바라는 대로 갖가지를 베풀어 주기 때문이니라.
몸조차도 보시하거늘 하물며 또한 그 밖의 보배이겠느냐?
보시할 때는 기뻐하고 보시하고 나서는 후회가 없느니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하여 얻거나 얻지 못하거나 간에, 마음에는 의심이나 염려가 없고, 끝내 보답을 위하여 보시하지 않느니라.
만일 보답을 위하여 보시한다고 하면 옳지 못하느니라.
탐욕을 위하여 보시하지 않고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보시하는 것이며,
여래의 상(常)을 위하고, 법을 보호하기 위하고, 단바라밀을 두루 갖추어서 여래는 항상하여 변하지 않음을 연설하기 위하여 보시를 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에 머무른 뒤에는,
곧 모든 중생은 모두 불성이 있고,
여래는 항상하여 변함이 없음을 조금은 아느니라.
이 삼매에 머무르는 보살마하살은 언제나 이와 같이 관하느니라.
‘나의 지금 이 몸은 공(空)하여 아무것도 없고, 이미 위 없이 크게 이익되는 일을 얻었다.
나는 이제 이 뼈 마디ㆍ손ㆍ발ㆍ머리ㆍ눈ㆍ골수ㆍ뇌ㆍ살갗ㆍ피ㆍ살로써 남에게 보시하면, 미래에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라고 하느니라.”
[여래의 법신]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어떻게 이와 같이 몸을 관합니까?”
“선남자야, 이 보살마하살은 이 몸이 가고 오고 앉고 눕는 것을 마치 빈 병[空甁]과 같이 보지 않느니라.
이 때문에 보살은 몸은 비고 고요하여 피ㆍ살ㆍ골수는 공신(空身)이라고 관하며,
이 삼매에 머무르는 모든 보살들은 피ㆍ살ㆍ골수의 몸이 아닌 것을 얻어서 법신(法身)을 성취하는 것이요, 식신(食身)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세존이시여, 여래는 법신이요 식신이 아니라는 그 뜻은 무엇입니까?
법신은 형상이 없어서 볼 수조차 없는데 어떻게 중생을 교화할 수 있습니까?
여래께서는 언제나 모든 경 가운데 말씀하셨습니다.
‘마치 새가 허공을 날 적에 그 발자국이 없는 것처럼,
여래의 법신도 그와 같아서,
가고 오는 것도 없고 움직이는 것도 없으며 설명도 없고 파괴할 수도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