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5권
47. 불설구살라국오왕경(佛說拘薩羅國烏王經), 네 마리의 까마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이때 세존께서는 새벽에 옷을 입으시고 발우를 들고 성 안에 들어가셔서 걸식을 하셨다.
국왕인 파사닉왕(波斯匿王)에게는 네 명의 대신이 있었는데 이들을 장수로 임명하여 4부(部)의 병사를 합하여 다른 지역에 있는 소국(小國)을 정벌하려 하였다.
그때 네 명의 신하는 멀리 세존께서 여러 승가대중들과 함께 계신 것을 보고 즉시 부처님께로 나아가 그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으로 물러났다.
세존께서는 그들에게 물으셨다.
“여러 대신들께서는 왜 모여 계십니까?”
여러 대신들이 대답하였다.
“파사닉왕께서는 대신들을 파견하여 4부의 병사를 일으켜 다른 나라에 나아가 작은 나라를 정벌하게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우리들의 몸은 이 국왕을 위하여 하는 일이 많습니다. 또한 여러 사람이 애를 씁니다. 항상 목숨이 위태로운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이제 멀리 가야하고, 가서 싸워야 하고 공격하여 정벌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선발되어 갑니다.”
세존께서는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여러 현자들께서 하시는 일은 누구도 미치기가 어렵고 그 하는 일도 따라가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것은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니, 이것을 반복하여 실행하면, 적어도 하는 일에 실패는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왕의 봉록을 받는 신분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 일은 잘하는 것입니다. 삼가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 정사(正士)를 성취하는 것이며 대신(大神)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입니다.
되풀이되던 일이었으니, 여러분께서는 잘 들어보십시오. 여러 분들은 이번 세상에서만 이 국왕을 위하여 공을 세우며, 그 하시는 것들이 누구도 미치기 어려웠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오랜 먼 옛날에 사갈(沙竭)이라는 나라에 많은 까마귀가 모여 와서 그 나라에 머물렀습니다. 거기에 까마귀의 왕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감자(苷蔗)였습니다. 왕에게는 8만 마리의 까마귀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홀로 존귀했습니다.
까마귀의 왕에게는 구리니(舊梨尼)라고 하는 아내가 있었는데, 그때 새끼를 배어 상하거나 거친 음식을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마음속으로 이와 같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슴 왕의 고기를 먹어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성으로 왕에게 말하였습니다.
‘지금 제 몸에선 먹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이런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연한 사슴 왕의 고기를 먹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살아날 것만 같은데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습니다.’
사갈국 왕은 연하고 좋은 사슴 왕의 고기가 먹고 싶어서 사냥꾼을 모집하여 그것을 구해 오도록 하니, 그것을 잡아 가지고 왔습니다. 이에 까마귀 왕이 그 소리를 듣고 까마귀의 무리들을 모이게 하였습니다.
‘너희들은 사갈국의 왕에게 가보아야 하겠다. 크고 좋은 사슴 왕의 모습을 한 것이 있는데 그 이름을 수구야(須具夜)라고 한다. 그 고기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그때 네 마리의 까마귀가 그 모집에 응하며 말했습니다.
‘우리들이 그 연하고 좋은 고기를 가져오는 일을 해보겠습니다. 국왕께서 쓰는 것이니 신명을 아끼지 않고 이 일을 힘써 하겠습니다. 나머지 새들이 우리의 뒤를 따르지 않게 해 주십시오.'
이때 네 마리의 까마귀는 까마귀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자주자주 왔다 갔다 하며 각자가 의논하였습니다.
‘무슨 방편을 써서 그것을 가져올까?’
그때 국왕의 사자가 태자에게 말했습니다.
‘까마귀가 자주 날아와서사슴이 있는 동산을 지키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안 될 때는 다시 큰 까마귀의 무리가 와서 수구의 고기를 찾습니다. 현재 이런 형편대로라면 그 주위를 따라 돌다가 즉시 고기를 채 가지고 가버릴 것입니다.’
그때 국왕의 태자는 큰 까마귀의 무리를 보고 놀랍고 두려워 도망하여 국왕에게 가서 그 전말을 고하였습니다.
국왕이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까마귀가 어디서 와서 그곳에 이르렀는가?’
태자가 말했습니다.
‘제가 보니까 네 마리의 까마귀가 그 모습이 이러이러한데 사슴이 있는 동산에 자주 옵니다. 저도 자주 갔었는데 네 마리의 까마귀가 온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사갈왕은 즉시 밖의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려 새를 잡아오도록 하였습니다.
새 사냥꾼이 매를 오게 하니 네 마리의 까마귀가 이를 보고 목숨이 위태로운 것을 두려워하여 왔다 갔다 하다가 즉시 가르침을 받고 가버렸습니다.
새 사냥꾼은 그 가는 방향에 대응하여 여러 가지 변화를 써서 그 가는 곳을 살피고 방편을 써서, 새 그물을 치고 까마귀를 잡았습니다. 빨리 그것을 잡아서 산 채로 국왕에게 올렸습니다.
그때 사갈국왕은 그 네 마리의 새에게 문책을 하며 야단을 쳤습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자주 이 곳에 와서 나의 경계를 범하였는가?’
네 마리의 새가 대답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저희들도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원치 않지만 이곳에 온 것입니다.
안주(安住)라고 이름 하는 왕이 있습니다. 8만 마리의 새들이 함께 있는데 그의 권속들로서 그 왕을 존경하는 스승으로 받듭니다.
그 아내인 구리나가 새끼를 배었는데 거친 음식은 먹지를 못하고 꼭 수구의 연하고 좋은 사슴 고기만을 먹고 싶어 하여 그 왕이 보내서 왔습니다. 그 임금의 명령을 받아 목숨을 아끼지 않고 몸을 던져 삼가 명령을 받들어 모시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국왕이 이 말을 들으니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라 놀라우면서도 이상스러웠습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새들이 자기가 먹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왕의 명령을 받아 이런 방침을 세우고 목숨을 아끼지 않고 그 군왕을 위하여 자기 몸을 내던져 이런 행동을 하다니, 그 정성은 누구도 미칠 수 없는 것으로서 세상에서 희유한 일이구나.
세상 사람들에게 왕과 아버지의 가르침을 반복하여 가르쳐도 듣지 않는데 하물며 새들이 그럴 수가 있는가?
그 목숨을 바치는 것은 누구도 미치기 어렵고도 어려운 것이다. 실로 일찍이 없던 일이로구나.’
이에 여러 새들이 왕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원하옵니다. 대국왕이시여,
우리들은 사갈국에 머물며
우리들의 왕인 안주(安住)는
8만 마리의 대중과 함께 있습니다.
그 아내의 이름은 구리나로서
연하고 좋은 고기를 먹고 싶어 합니다.
이 대왕의 사슴 동산에는
왕을 위한 먹을 것이 구족합니다.
우리들 국왕의 사신은
목숨을 걸고 여기에 왔습니다만
임금의 명령을 받든 것이지
자신을 위해 여기에 이른 것이 아닙니다.
이에 국왕은 마음속으로 이러한 일은 일찍이 없었던 일로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국왕이 여러 새들에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여기에 와서 머문 죄를 사하여 주노라. 잡아두지 않고 풀어주겠노라.’
부처님께서 여러 신하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네 마리 새의 몸이 누구인줄 알고 싶으십니까? 지금의 네 분 대신인 여러분들입니다.
안주 국왕은 지금의 파사닉왕이고, 지금 국왕의 여러 병사들과 신하와 관리들은 8만의 새들입니다. 그때에는 풀려나서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았었고, 이 세상에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네 명의 신하와 병사와 관리들과 비구들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