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경요집 제9권
17. 사선부(思愼部)
〔여기에는 다섯 가지 연(緣)이 있음〕
17.1. 술의연(述意緣)
대제로 생각을 신중히 하여 과실(過失)을 막는 것은 근심을 없애는 진리요,
입을 다물어 비방을 그치는 것은 악을 여의는 근원이다.
시작을 경계하고 끝을 삼가하는 것은 바로 군자에게 필요한 소금과 매실[鹽梅]이요,
처음을 공경하고 끝을 보호한 것은 바로 양생(養生)의 요긴한 길이다.
죄복의 부침(浮沈)을 거울처럼 비추어 보고 길흉(吉凶)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아는 것은
비유하면 눈은 스스로를 보기에는 어두우므로 거울을 빌어 제 모습을 관찰하고
머리털은 스스로를 다스리기에는 기술이 없으므로 반드시 빗 [櫛]을 빌어 스스로를 소통시키는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얼굴이 나타나게 하는 것은 밝은 거울의 힘 때문이요,
머리털이 다스려지는 것은 현묘한 빗의 공 때문이다.
행동이 아름답게 되는 것은 착한 말의 도움 때문이요,
과보가 훌륭한 것은 선한 씨앗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몸이 장차 망가지려면 결코 바르게 충고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목숨이 장차 끝나려면 결코 좋은 약을 받아들이지 않는 법이다.
17.2. 신과연(愼過緣)
『대집경(大集經:大方等大集經)』『제룡품(濟龍品)』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때 대중들 중에 어떤 눈 먼 용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파라기리사(頗羅機梨奢)였다. 그 용은 큰 소리로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큰 성인이신 세존이시여, 부디 저를 구제하여 주십시오. 부디 저를 구제하여 주십시오.
저는 지금 몸에 큰 고뇌(苦惱)를 받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늘 온갖 벌레들이 제 몸을 파먹는 데다 끓는 물 속에 기거하고 있어서 어느 때이건 잠시도 안락하지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이사(梨奢)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과거 세상에 부처님의 법 가운데에서 일찍이 비구가 되었었는데, 그 때 금계(禁戒)를 깨뜨리고 마음 속엔 온갖 거짓으로 속일 마음을 가졌으면서도 밖으로는 좋은 상(相)을 나타내며 권속을 널리 탐내고 제자를 많이 두었었다. 그래서 이름이 사방에 멀리 퍼져 듣고 알지 못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하여 제자들이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화상(和上)께서는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셨다.〉
이 인연 때문에 이렇게 많은 공양을 받아 혼자만 다 쓰면서 계율을 지키는 사람을 보면 도리어 욕설을 하면서 그를 괴롭히곤 하였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고뇌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세상에 태어날 때마다 네 몸의 살을 먹는 것이 소원이다.〉
이와 같이 서원한 악업 때문에 죽은 뒤에 용으로 태어나게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네 몸의 전신이요, 중생들은 그 서원 때문에 네 몸을 씹어먹는 것이며, 그 악업의 인연으로 너는 지금 이 장님의 과보를 받는 것이다.
또 과거의 한량없는 겁 동안 적동(赤銅)지옥에 있으면서 항상 온갖 벌레들에게 파먹히는 몸이 되었었느니라.’
용이 그 말을 듣고 근심하고 시름에 겨워 통곡하면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저희들은 지금 모두 다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합니다.
바라옵건대 부디 저희들로 하여금 이 고통 속에서 빨리 해탈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 용들 가운데 이십육억이나 되는 굶주린 모든 용들은 과거의 몸을 기억해보고 다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저희들이 과거의 몸을 기억해 보니 부처님 법 가운데에서 비록 출가는 하였으나 갖가지 악업을 빠짐없이 지었고 한량없는 몸을 거치는 동안 세 갈래 악한 세계에 떨어졌으며,
그리고도 담은 과보가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용 가운데에 있으면서 지극히 큰 고통을 받고 있으므로 마치 우리는 푸른 빛의 용처럼 되었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용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물을 가지고 여래의 발을 씻으라. 너희들로 하여금 죄의 재앙이 점점 사라져 없어지게 하리라.’
그래서 그 때에 모든 용들이 손으로 물을 움켜 들자 그 물이 다 물이 되었고 다시 변하여 큰 돌이 되더니 손 안에 꽉 찼는데 그 돌에서 큰 불꽃이 일어났다. 그것을 버려도 다시 생기곤 하여 이와 같이 일곱 번이나 되풀이되었다.
일체 용의 무리들이 이와 같은 것을 보고서 놀라고 두려워 고뇌하면서 통곡하니 눈물이 비오듯 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시켜 큰 서원을 세우게 하자 불꽃이 다 사라졌다. 이와 같이 여덟 번 되풀이하고 나서 손으로 물을 떠서 여래의 발을 씻고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그들에게 수기를 주셨다.
‘너희들은 미륵(彌勒)부처님 시대에 틀림없이 사람의 몸을 얻어 그 부처님을 만나 출가하게 될 것이요, 열심히 정진하고 계를 지녀 다 아라한이 될 것이다.’
그 때 모든 용들은 숙명(宿命)의 마음을 얻어 스스로 과거에 지었던 업을 기억해 보았다.
‘부처님 법 안에서 혹은 속인이 되기도 하였고 친척과 권속의 인연으로 혹 다시 부처님 법을 들으려고 오갔으며, 그런 인연으로 믿는 마음이 생겨 온갖 종류의 꽃ㆍ과일ㆍ음식을 보시하였고, 여러 비구들과 함께 차례를 따라 먹곤 하였구나.’
혹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항상 사방 모든 승려들의 꽃과 과일과 음식을 먹었습니다.’
혹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절에 가서 여러 스님들께 보시하고 때로는 예배도 하였으며 이와 같이 음식을 먹기도 하였습니다.’
또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비바시(毘婆尸)부처님 때부터 그 법 안에서 속인이 되기도 했였습니다.’
나아가 이렇게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저는 석가모니부처님의 법 안에서 일찍이 속인이 되어 혹 친구를 문안한 인연과 때로는 다시 오고 가면서 법을 들은 인연으로 사찰을 오고 갔으며,
신심(信心)이 있는 사람이 스님에게 공양하기 위하여 꽃과 과일과 갖가지 음식으로 보시하면, 비구는 그것을 얻어 가지고 다시 나에게 베풀어주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얻어 먹었었는데, 그 업의 인연 때문에 지옥 안에서 한량없는 겁(劫)을 지내는 동안 사나운 불 속에서 혹은 태워지기도 하고 때로는 구워지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구리쇠 녹인 물을 마시기도 하였고, 때로는 쇠구슬을 삼키기도 하였습니다.
그 지옥에서 나와서는 다시 축생(畜生) 가운데에 떨어졌고 축생의 몸을 버린 뒤에는 아귀(餓鬼)의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이와 같이 갖가지로 갖은 고통을 다 받았으나 악업이 다 끝나지 않아 이 용의 세계에 태어나서 늘 이런 고뇌를 받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용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악업(惡業)은 부처님의 물건을 훔친 것과 다름이 없고, 이것을 다섯 가지 역죄의 업에다 비교하면 그래도 그 죄는 절반밖에 안 된다.
너희들은 지금 당장 삼귀계(三歸戒)를 받고 일심(一心)으로 선(善)을 닦아라.
이러한 인연 때문에 현겁(賢劫) 중에 최후의 부처님을 만나리니, 그 부처님의 명호는 누지(樓至)라고 하느니라.
그 부처님의 세상에서 너희들의 죄는 다 없어지게 될 것이니라.’
그 때 모든 용들이 이 말을 듣고 난 다음 모두 다 지극한 마음으로 몸과 목숨을 다해 각각 삼귀계를 받았다.
그 때 대중들 가운데 눈 먼 용의 아내가 있었다. 그녀는 입 속이 다 문드러지고 온갖 벌레가 가득하여 그 형상이 마치 똥과 오줌 같았고, 마침내는 너무도 더럽고 추악한 것이 마치 여인의 생식기에 더럽고 냄새나는 것들이 가득한 것과 갈아 보기조차 민망스러웠다.
갖가지를 씹어 먹으면 피고름이 흘러 나왔고 온몸의 부위에선 항상 모기와 등에, 그리고 온갖 악독한 파리 따위가 피를 빨고 있는데다 신체에선 악한 냄새가 나서 보고 들을 수조차 없었다.
그 때 세존께선 매우 불쌍한 생각이 드셨다. 그래서 저 용의 아내가 눈이 멀어 이와 같이 피곤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물으셨다.
‘여인아, 너는 무슨 인연 때문에 이렇게 나쁜 몸을 받았는가? 과거 세상에 일찍이 무슨 업을 지었느냐?’
용의 아내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의 지금 이 몸은 온갖 고통으로 핍박당하고 있는데, 잠시도 그 고통이 그치지 않습니다. 모쪼록 다시 말하고 싶어도 이루 다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저는 과거 삼십육억 년 동안의 일들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백천 년 동안은 악한 용의 세계에 태어나 이와 같은 고통을 받는 것이 마침내 밤낮 동안 찰나에도 멈추지를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과거 아흔한 겁 전에 비바시 부처님의 법 가운데에서 비구니가 되었었으나 애욕의 일을 생각함이 술에 취한 사람보다 더하였습니다.
비록 출가는 하였었지만 법대로 하지 못하여 가람(伽藍) 안에서 법과 계율을 범하였으므로 항상 세 갈래 악한 세계에서 온갖 태우고 지지는 고통을 받있습니다.’
이와 같이 말하고 난 뒤에 다시 애원했다.
‘부디 제 몸을 구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 진리의 말씀을 하신 뒤에 곧 물을 조금 가져다가 용의 입 속에 쏟아 넣어 주셨다.
그러자 불과 벌레와 피고름 따위가 다 사라져 없어졌고, 용의 입 안이 청량(淸涼)해져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큰 성인이신 여래시여, 제가 과거의 일을 기억해 보니, 가섭(迦葉)부처님 시절에 일찍이 속인으로 있으면서 쟁기로 받을 갈았었습니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와서 저에게 돈 오십 전만 달라고 빌었습니다.
저는 그 때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조금 기다려 주십시오. 곡식이 익으면 그 때 당신에게 음식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비구가 다시 말했습니다.
〈만약 당장에 오십 전이 불가하다면 부디 십 문(文)이라도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 때 그 비구에게 성을 내면서 말했습니다.
〈십 문도 드릴 수 없습니다.〉
그 때 그 비구는 마음으로 괴로워하고 고민했었습니다.
또 다른 때에는 절에 가서 근처 숲 속에 들어갔다가 문득 현재 스님의 소유물이었던 암라(菴羅)과일 열 개를 몰래 훔쳐먹었습니다.
사사롭게 그것을 먹었기 때문에 그 업보의 인연으로 지옥에 들어가 고통을 받았고, 그 악업이 아직 끝나지 않아 늪 속에 태어나 굶주리는 용의 몸이 되어 늘 온갖 벌레에게 뜯어 먹히고 고름과 피가 흘러내리며 목마르고 배고픈 이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또 저 비구에게 성내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그 악업의 인연으로 그가 죽어서는 곧 작은 독을 지닌 용의 몸이 되어 제 겨드랑이 밑에 생겨나서 내 피를 빨므로 그 뜨거운 기운이 내 몸에 닿아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제 몸에는 뜨거운 피와 고름이 가득 차 있습니다.’
용은 또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크게 자비하신 부처님이시여, 부디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시어 저를 구제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저로 하여금 저 원수 같은 독한 용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그 때 세존께서 손으로 물을 떠다가 뿌리시며 진실한 말씀으로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흉년이 든 세상에서 그때 몸의 길이와 너비가 한량없이 큰 그런 중생이 되기를 원하여 신통의 힘으로써 허공으로 올라가 이와 같이 외쳤다.
〈저 늪 속에 큰 몸을 지닌 짐승이 있으니, 그 이름은 부진(不瞋)이다.
너희들은 거기에 가서 그 짐승의 살을 음식으로 삼으면 배고픔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그 세상의 인(人)ㆍ비인(非人) 등이 나의 이 말을 듣고는 모두 다 그곳에 가서 그 짐승의 고기를 뜯어 먹었다.’
이렇게 진실되고 성실한 믿음이 있는 말씀을 하시자, 그 때에 그 용의 겨드랑이 밑에 있던 작은 용이 곧 기어나왔다.
그 때 이 두 마리 용이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어느 때나 이 용의 몸을 여의고 죄의 재앙에서 해탈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그 용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업은 크고 무거워 다섯 무간[五無間]지옥의 다음에 해당된다.
왜냐 하면 만약 사방에 상주(常主)하고 있는 스님들의 물건이나, 혹은 현전(現前) 스님들의 물건이나 독실한 신심을 지닌 단월(檀越)이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보시한 물건 가운데 꽃ㆍ과일ㆍ과수원 따위와 음식과 생활필수품, 그리고 평상ㆍ이불ㆍ침구ㆍ방석과 질병을 치료하는 탕약(湯藥) 등
일체의 필수품을 사사로운 비용으로 쓰거나, 혹은 가지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나 고향에 살고 있는 속인들에게 주면,
이 죄는 아비지옥에서 받는 과보보다 더 무겁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너희들은 삼귀계(三歸戒)를 받고 삼보(三寶)에 귀의하면 저 찬물 속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그들은 세 차례 칭송하고 세 차례 받고 나서 곧 몸이 편안해져서 물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때 세존께서 곧 모든 용들을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차라리 예리한 칼로 자신의 몸에서
지절(志節)과 몸 일부분인 피부와 살을 베어낼지언정
신심(信心)이 있는 사주들이 보시한 음식을
속가 사람들이 먹게 되면 진실로 큰 재난이 되리.
차라리 불에 벌겋게 달군 쇠구슬을 삼켜
온 입 안에서 불꽃이 피어나올지언정
많은 스님들이 먹어야 할 음식을
마땅히 밖으로 가지고 나가 사사로이 사용하지 말라.
차라리 수미산과 같은 큰 불을
손으로 잡아 스스로 먹을지언정
속가에서 살고 있는 모든 속인들로서
스님에게 보시한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예리한 칼로 제 몸을 회쳐서
신체의 껍질과 막(膜) 따위를 스스로 먹을지언정
속가에서 살고 있는 모든 속인들로서는
마땅히 스님들의 잡식(雜食)을 먹어서는 안 된다.
차라리 그 몸을 저 방 안에 가득한
사납게 타오르는 큰 불꽃 속에 던질지언정
속가에 살고 있는 속인의 무리로서는
마땅히 스님이 앉는 평상이나 자리에 앉거나 누워서는 안 된다.
차라리 불에 달군 저 뜨거운 송곳을
손으로 움켜쥐어 그 손이 다 탈지언정
속가에 살고 있는 속인들로서는
마땅히 스님의 물건을 사사롭게 써서는 안 된다.
차라리 훌륭하고 이롭고 좋은 다듬잇돌에
제 스스로의 살을 펴놓고 그 살을 저밀지언정
속가를 떠나 수행하는 저 청정한 사람에 대하여
한 생각이라도 성내는 마음을 내지 말라.
차라리 제 손으로 두 눈을 후벼 빼어
땅에 던져 버릴지언정
저 선(善)한 법을 닦고 행하는 사람에게
마땅히 분노하는 마음을 가지고 보아서는 안 된다.
차라리 뜨거운 쇠붙이로 그 몸을 엮어
동쪽ㆍ서쪽으로 기동(起動)하고 앉거나 누울지언정
마땅히 성내고 분해하는 마음으로 질투하면서
스님이 보시받은 깨끗한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차라리 갯물이나 소금물을 마시고
뜨겁게 끓는 물에 불처럼 태워질지언정
마땅히 탐욕과 진에의 악한 마음을 품고
모든 스님에게 보시한 깨끗한 약을 먹어서는 안 된다.
그 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다 읊고 나자 일만 사천의 모든 용의 무리는 다 삼귀계를 받고 과거와 현재의 모든 업보의 고뇌에서 해탈하게 되어 삼보를 깊이 믿는 그 마음에서 물러 나지 않았다.
그리고 팔십억이나 되는 모든 용의 무리들도 다 삼보에 귀의하여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켰다.
또 『대집경(大集經)』에서 말하였다.
“혹은 비구가 되어 얻은 갖가지 생활을 돕는 도구는 다 신심이 있는 단월이 보시한 것이니,
중생이 혹 스스로 먹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혹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훔쳐서 숨겨두거니 사사로운 곳에 쓰면
그는 이와 같은 업 때문에 세 갈래 악한 세계에 떨어져서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이다.
또 어떤 중생은 빈궁(貧窮)하고 하천(下賤)하여 자재(自在)롭지 못하다.
그런 까닭에 집을 떠나 부유함과 해탈, 그리고 안락해지기를 희망하고
이미 출가한 뒤에는 게으르고 타락하여 경전을 독송하지 않고 선정과 지혜와 정진을 버려 둔 채 익히지 않으며,
승려들의 모든 일에 대해서 알기만을 좋아한다.
또 어떤 비구는 밤낮없이 정진하여 선한 법을 즐겨 닦고 경전을 독송하며 좌선(坐禪)하고 지혜를 익히면서 잠시도 그 일을 버려두지 않는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네 부류에 감동되어 갖가지 공양을 받는다.
그 때 일만 알던 사람은 이양(利養)을 얻고 나면 혹 제 자신만 먹거나 혹은 훔쳐 가지고 친구나 속인들에게 나누어 준다.
이러한 등의 인연 때문에 오랫동안 악한 세계에 있게 되고 그곳을 벗어나서는 다시 이와 같이 어리석고 어두운 사람이 되어 미래 세계의 과보에 대한 경중(輕重)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나는 지금 경계하여 분부하노니 사문 제자들은 법을 생각하고 법에 머무르며 잘 간작해야 하느니라. 그러더라도 자칭
‘내가 곧 사문이다, 나는 참다운 법을 수행하는 사람이다’라고 하지도 말라.
여러 스님들에게 의지하기 때문에 다른 신심 있는 이의 시주 물건인 떡이나 나물ㆍ과일ㆍ꽃 따위를 받으나, 다만 이것들은 다 많은 스님들이 써야 할 물건이니 일체의 속인들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
또 이것은 내 물건이라고 하면서 다른 대중들과 함께 먹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여러 스님들의 물건을 가지고 저축해 두고 이자놀이를 하거나 갖가지 물건을 팔아 먹고는 이익이 생겼다고 말하면서 세상의 비웃음을 사서도 안 된다.
또 귀중한 물건을 방출하여 싼 것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세간 사람들과 이익을 다투어서도 안 되며,
또 음식을 위해서 스닝과의 인연을 빙자하여 저 중생들로 하여금 세 갈래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하고,
부디 편안하고 착한 법을 권유하고 인도하여 저 비구 대중들로 하여금 삼보를 참으로 믿게 하고
모든 중생들과 나아가 부모님까지도 잘 거두어 그 모두로 하여금 안온함을 얻게 하며 세 가지 해탈에 머물러 있게 하라.’
또 『십륜경(十輪經)』에서 말하였다.
“만약 사방 스님들의 물건과 생활을 돕는 잡물(雜物)따위가 있으면, 계율을 지키거나 계율을 깨뜨린 이와 같은 사람 등에겐 모두 주지 말라.
그렇게 하면 이 이연 때문에 목숨을 마친 뒤에는 다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17.3. 신화연(愼禍緣)
『구잡비유경(舊雜警喩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옛날에 어떤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는 오곡이 풍성하게 잘 익었고 백생들도 편안하였으며, 아무 질병도 없어서 밤낮으로 음악이 울려 퍼지며 누구에게나 걱정거리가 없었다.
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물었다.
‘내가 들으니 천하에 재앙이 있다고들 하던데 어떤 종류이냐?’
대답하였다.
‘신들도 또한 보지 못했습니다.’
왕은 곧 한 신하를 시켜 이웃 나라에 가서 어떤 재앙이 있는지 알아보게 하였다.
그 때 천신(天神)이 한 사람으로 변화하여 시중에게서 그것을 팔고 있었는데 그 모양은 돼지와 같았다. 그는 그것을 쇠줄로 묶어 놓고 팔고 있었다.
신하가 물었다.
‘이것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천신이 대답하였다.
‘화모(禍母)라고 합니다.’
신하가 물었다.
‘그 물건을 팔지 않겠습니까?’
천신이 대답하였다.
‘팔아야지요.
다시 물었다.
‘값이 얼마요?’
‘천만(千萬)입니다.’
‘이 놈은 무엇을 먹고 삽니까?’
‘바늘 한 되씩 먹고 삽니다.’
그러자 이윽고 그 물건을 사가지고 와서 그 신하는 집집마다 명령하여 바늘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와 같이 하자 백성들은 둘씩 셋씩 떼를 지어 다니면서 서로 만나 바늘을 구하느라고 모든 고을이 곳곳마다 시끄러웠다. 그리하여 백성들이 살고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그 폐해가 적지 않았다.
신하가 왕에게 아뢰었다.
‘비록 화모는 얻었으나 백성들을 혼란하게 하여 남녀들이 모두 생업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저것을 죽여버리고 싶사온데 허락해 주실지 모르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좋다.’
그리하여 곧 성 밖으로 끌고 나가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창으로 아무리 찔러도 창이 들어가지 않았고 도끼로 찍어도 상처가 나지 않았으며, 칼로 잘라내도 죽지 않았고, 나무를 쌓아놓고 태워봤으나 몸이 벌겋게 달구어져 불덩어리처럼 되어 가지고는 곧 달아나버렸다.
그것이 마음을 지나가면 마을이 다 타버렸고 시장 바닥을 지나가면 시장이 다 타버렸으며, 성 안으로 들어가면 성이 다 타버렸다.
결국 나라 안으로 들어가서 나라를 다 태워버렸다.
그래서 백성들은 동요하고 굶주리며 곤궁에 빠져버렸다.
이것은 다 앉아서 즐거움에 염증을 느껴 화모를 사들였기 때문에 야기된 괴로움이었다.”
이것은 여색(女色)을 탐내는 욕애의 불에 타는 남자들이 독(毒)을 탐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되면서도 그 괴로움을 알지 못하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