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 내려 온 지, 두 달이 다 되어가고 있는 시점,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넣고 있는데, 번번히 낙방이다.
서류합격 조차 안 된 곳도 있고, 어느 곳은 나의 이력에 비해 월급이 너무 적어
월급도 많고 이력에 맞은 일이 생기면 바로 갈 것 같음에 확신이 없다고 낙방.
한 곳은 서로 너무 마음에는 드는데, 고용촉진대상자 기준이 안 되어서 낙방.
마지막으로 어제 면접을 본 곳은 원인은 모르겠고, 다른 지원자가 더 마음에 들었나 보다.
와~~~ 기운이 확 빠지기 시작했다.
다시 또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볼 생각을 하니 지친다.
그래도 마음을 다시금 가다듬고, 이 조급함과 내가 어찌 해보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현 상황을 있는 그대로 그냥 받아들이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일요일. 나는 청소도 하고, 밥도 하고, 한적한 오후를 보내고 있는데,
아쉬람 선생님 한 분께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다.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
‘내려놓고, 맡겨 버리면 주변이 선생님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할 거에요!’
나는 그 말씀에 아직 소화되지 않은 이 마음의 잔재가 조금은 더 내려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 맡기자, 내가 무엇을 어찌, 어찌하려 애쓰지 말자!’
다음 날, 아침.
동료 선생님이 시립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간다고 문자가 왔다.
나는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 거절문자를 보내려는데, 문득
오늘 도서관에 가서 빌리는 어떠한 책에서 나에게 통찰을 줄 수 있는
어떠한 문구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나는 바로 같이 가자고 문자를 했다.
무슨 책을 빌릴까? 라는 생각도 없이 도서관을 들어가 검색대 컴퓨터에 섰는데,
어제 저녁에 문득 생각이 나서 에크하르트 톨레의 동영상을 본 기억이 떠올라
에크하르트 톨레를 검색해 볼까 하는데,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은 서점을 찾아 거의 다 봐서
잠시 멈칫하는 순간도 잠시 손가락은 키보드를 치고 있었다.
어~~~ 안 본 책이 두 권이나 있다.
책을 찾아보니 아주 초창기에 나온 책인지 아주 낡고 지저분했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얇은 책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평범함’이라는 문구에 갑자기 통찰이 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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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
지금의 평범함에 무엇을 하기위해 그리도 애쓰는 나.
이 정도는 욕심이 아니고, 많은 내려놓음이 있었기에 적당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나.
알코올중독에서 이 술만 끊고, 가족들과 평온히 지내고, 내 밥벌이만이라도 할 수 있는 날을 위한 목표로 나는 단주를 결심했고, 술을 끊기 위해 노력을 시작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지금이 그 때가 아닌가!
단주를 한 지 4년이나 됐으며, 가족들과의 화목에 너무도 감사하고 있는 지금 아닌가!
거기에다가 대학 졸업에 모자라 대학원까지 졸업하지 않았냐! 김강준이 진짜 출세했는데?
진주에 내려 와 취업은 아직 이지만, 이전과 비해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져 있지 않은가!
맨날 고된 노동 일만 하다가 상담심리 대학원 졸업장도 있고,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있고.
단주를 시작하는 날 계획했던 목표를 이미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너무도 당연시 해버리고,
다시 더 높은 이상을 잡아 지금을 또 너무 부족한 모습으로 보고 있는 내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하~~~ 이 눔이 이러고 있었구나!!!’
주위에서는 지금의 나의 모습을 엄청 높이 칭송해준다. 대단하다고~~~~~
그런데도 나는 지금을 너무도 당연시 해 버리는 것과 더 높은 이상에
지금의 나를 너무 부족하고 못 마땅히 받아들이고 있다.
‘야~~ 너는 지금 이대로 술 안마시고 쭉 살다가 죽으면 그게 성공한 삶이야!
돈? 생활? 야~~ 빚도 없지, 그냥 네 한 달 생활할 돈 벌 수 있는 아무 일이나 하면서
그냥 살다 죽어도 넌 성공한 삶이고... 아니~~~ 지금 너 성공했다니까?‘
맞다. 맞는 이야기다.
이것은 부정적인 감정의 합리화도 아니었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
지금 한 달에 나 하나 살 수 있는 생활비는 100만원만 있으면 집세도 내고, 등록금도 내고,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앞으로 박사과정이라는 타이틀이 욕심도 아니고,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해야 하는 것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머리로서는 기회가 주어지면 하고, 아니면 만다고는 하고 있으나,
그러기에는 평범한 이 생활이 싫으니 박사가 아니면 정신보건사회복지사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정신보건사회복지사도 1년 무급으로 인턴교육을 받아야 하니, 이 때의 1년 생활비나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박사과정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 지금은 최소한 150만원에서 200만원은 벌어야 저축을 할 수 있는데, 그 금액 맞는 일자리 찾기도 힘들고, 잘 되지도 않으니 전전긍긍이다.
특별해지고 싶은 이 욕망이 지금의 성공을 그저 평범함으로 치부 시 해버리고, 더 높은 이상을 위해 지금의 내 자신을 부족하게 여겨버리고 있는 내 자신을 보는 순간,
앞서나간 많은 선배님들의 이야기들이 이제야 가슴에 와 닿았다.
‘그저 단주 열심히 하면서 살다 보니 이렇게 됐다.’
‘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그냥 단주하면서 공부하고 살았는데, 선배라고 계속 누가 물어 보길래 대답해 주다보니
상담 일도 하게 되고, 교수도 되더라.’
‘죽다가 살아나서 그 때부터 남은 인생은 덤으로 얻은 삶이라 여기며
그냥, 그냥 살았더니 나머지는 알아서 그냥 되더라.’
머릿속으로는 그래 나도 덤으로 얻은 삶, 욕심 없이 살아야지, 지금이 행복이야, 온갖 말들을 많이도 했는데, 특별하고 싶은 이 에고의 놀음에 현재에 있지 못하고 있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앎의 순간, 박사, 정신보건사회복사가 없어졌다. 무슨 일을 할까가 없어졌다.
공부하면서 100만원을 벌 수 있는 일은 많았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까!’ 와 ‘돈을 벌면?’ 이라는 생각 또한 없어졌다.
그냥 이렇게 살면 된다. 그냥 쭉!!!
미래의 계획도 사라지고, 세상의 목표도 사라졌다.
그러니 단 하나의 목표만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 이제 좀 깨달아야 되겠다.
나에게는 이제 깨달음의 목표만이 남아 있음이 보였다.
그동안 깨달음의 공부와 수행을 하면서도 ‘그래도’ 라는 것이 항상 끼어있었음이
상기된다.
‘그래도’ 가 사라지니, 이제 하나만 남았다.
외적으로는 그냥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일을 그냥 하며,
내적으로는 공부와 수행.
앞으로 해야 할 것은 이것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 때의 시간 이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문득 ‘그래도’ 가 불현 듯
나타나기는 했지만, 그것을 보는 순간, 그것들은 이내 사라지고 없다.
자식, 정체를 들켰다.
진주에 내려 온 이후, 처음으로 편하게 쉬는 날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공부도 공부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며 분명 이전과 다름을 느낀다.
어~~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좋은 일도 생겼다. 취업을 하는 일은 아예 뒷자리로 밀려났다.
공부를 하면서 정녕 내가 이제부터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하는지가 더욱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시간들이 지난 오늘. 10시 까지는 보통 자야하는데, 눈이 6시에 뜨여졌다.
다시 잘까 하는데, 문득 길거리 벼룩시장과 교차로 신문을 가지러 갈까? 하는 생각이
들어 바로 집 앞으로 나가 신문을 가져왔다.
멀어도 돈 많이 주는 직장을 구하려니 컴퓨터 사이트 구인광고만을 보다가 이제 돈 많이 주는 곳은 필요 없으니
가까운 동네에서 아무 거나 하자 생각을 하다가 보통 동네일자리는 교차로 같은 신문에 많이 나와 있으니 가지러 갔는데,
취업란이 심하긴 한가보다. 낮에는 한 장도 안 남아 있다. 그럼 새벽에 가지러 가야 하는데,
맨날 10시나 돼서 일어나니 가지고 올 엄두도 못내고 있었고,
일부러 일어날 생각도 요즘은 별로 일어나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는데, 오늘 희한하게 눈이 떠지고, 생각이 떠올라 나갔다 왔다.
어~~ 딱 좋은 게 있다.
아하~~~ 그런데 요놈, 욕망에 의해 막 튀어나가던 놈이 사라지니 진정한 실체가 보였다.
시간도 요일도, 월급도 적절한 좋은 곳이 있는데, 하기 싫고, 그냥 쉬고 싶다 요놈.
요놈, 나약한 지 모습을 들키기 싫으니까 의욕을 부려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은 없고,
내가 놀고 있는 거는 내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문제고, 창원은 일이 많은데 비해 진주가
좁아서 일이 없다느니~~~ 다른 핑계와 탓만 하고 있었던 모습이 눈에 선하게 스쳐갔다.
햐~~~ 평범한 것은 싫고, 특별해지고 싶은데 그런 노력도 하기 싫고,
로또복권처럼 한 방에 그 모습이 되고 싶은 이 에고의 놀음을 보는 순간,
지난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쭉 펼쳐지더니 이내 내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또 한 순간, 감사했다.
이 2개월의 힘들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참으로 감사했다.
이러한 것들을 보여주시기 위한 시간들을 주심에....
취업에 계속 낙방하여 힘들었는데, 그 낙방들이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여정들이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나쁜 일이 꼭 나쁜 일만이 아니고, 좋은 일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말씀이 이런 것이었구나!
또 어느 한 곳이라도 취업이 되었다면 그대로 쭉~~ 한 달에 얼마를 모으고, 박사과정을 하면서 또 힘들어 하고, 졸업을 하면 또 취업에 힘들어하고.....
‘아~~ 고통을 스스로 자처하여 만드는 꼴이 이거였어! 이거~~~ ‘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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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이 순간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감사하다는 말밖에...!
감사합니다.
지금의 이 순간을 잊지 않도록 정신 똑바로 정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