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진달래)과 "개꽃"(윤달래& 철쭉)
요즈음도 시골에서는 아이들이 진달래꽃을 따먹는지 모르겠다.
일제 말기와 해방 직후의 그 궁핍했던 시절에 우리는 해마다 봄철이 되면
산으로 뛰어다니면서 진달래꽃을 따먹었다. 남벌로 인해 점점 황폐해지고 있던
벌거숭이 산에도 봄이 되면 어김없이 진달래만은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왜 진달래꽃을 그렇게나 좋아했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우리는 언제나 군것질 거리를 밝혔다. 요즈음은 아이들의 체중이나 치아 건강을 생각해서
어른들이 단 것을 경계하는 눈치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는 단 것이 귀해서 몸에 필요한 최소량도 얻어먹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따금 몰래 숟가락을 들고 다락에 올라가서
엄마가 작은 항아리 속에 비상용으로 숨겨 놓은 꿀이나 설탕을 축내곤 했다.
그리고 밖에 나가면 까마중 열매며 산딸기를 열심히 따먹었고,
미처 굵어지지도 않은 칡뿌리를 캐어 잘근잘근 씹으면서 그 쌉쌀하고 달콤한 즙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단 것을 찾아서 진달래꽃을 따먹었던 것 같지는 않다.
먹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진달래꽃은 그다지 달지가 않다.
그 소담스럽게 핀 진달래꽃 떨기에 벌이나 나비들이 득실거리는 광경을 보기 어려운 것도
바로 이 꽃의 꿀샘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편 그 꽃으로 배를 채운다는 것도 생각할 수 없다.
그 얇은 꽃송이를 도대체 얼마나 먹어야 배가 찰 것이며,
아무리 배가 고픈 사람도 사실 여러 송이를 먹기 전에 식상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진달래꽃 먹기는 그저 우리 나름의 봄맞이 축제의 일환으로
행해지던 일종의 의식(儀式)이 아니었던가 싶다.
우리에게 모질게 굴던 겨울 추위가 끝나고 따뜻한 계절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첫 신호가 바로 진달래꽃이었고,
우리는 그 꽃을 따먹음으로써 새로 열리고 있는 좋은 계절과의 일체감을 느끼려 했을 것이다.
우리 고장에서는 진달래를 '참꽃'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 참꽃이 피는 계절이 다가오면 어른들에게는 걱정거리가 하나 는다.
아이들이 혹시 '개꽃'을 참꽃으로 잘못 알고 따먹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개꽃은 바로 철쭉을 가리키는 사투리인데,
사실 철쭉이나 산철쭉은 색깔이나 생김새가 진달래와 비슷해서
눈썰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이 걱정한 이유는 개꽃에 독성이 있다는 속설 때문이다.
개꽃을 먹으면 죽는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어떤 고장의 아이들은 개꽃을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실명한다는 경고까지 들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그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옛 어른들의 말씀이 전혀 근거 없는 적이 있었던가.
이래저래 우리는 아주 어려서부터 참꽃과 개꽃을 구별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
두 꽃을 구별하기는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진달래와 철쭉은 모두 분홍색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그 색상이 풍기는 인상은 사뭇 다르다. 진달래는 그 자생지의 위치와 토질에 따라 색깔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싱싱할 때 꽃이 더러 반투명해 보이는 것은 아마도 그 엷은 꽃잎에 반사된 햇빛이 빚어내는 효과일 것이다.
반면에 철쭉과 산철쭉은 분홍색의 농담(濃淡)에서 서로 차이가 있을 뿐
이 두 가지 철쭉꽃들의 색깔은 대체로 일정한 편이다.
그리고 산철쭉의 경우는 꽃술 때문인지 꽃잎 일부에 찍혀 있는 점이 더러 아주 진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색상을 가지고 진달래를 철쭉과 구별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몇 가지의 두드러진 차이점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진달래가 잎이 돋기 전에 꽃을 피우는 데 비해서
철쭉꽃은 잎이 상당히 자란 후에 핀다는 점이다.
또 철쭉은 진달래가 질 무렵이 되어야 피기 시작하되
그 꽃송이도 약간은 더 큰 편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일이다.
그러나 필자가 어릴 때 익힌 결정적 차별점은 꽃받침 주위에
접착물질이 분비되어 있느냐 없느냐이다. 어른들은 꽃받침 부분을 만져보고
쩍쩍 붙는 것은 절대로 먹지 말라고 해마다 우리에게 신신당부를 하곤 했다.
위에서 독성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거니와, 진달래에도 독한 성분이 들어 있어서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모양이다.
필자의 직장 선배 중의 한 분은 집에서
담근 진달래술을 맥주 글라스로 두 잔 얻어 마신 후에 길에 쓰러진 적이 있다.
그 분은 평소에 고혈압으로 시달리던 애주가였는데
병원에 실려가서 혈압을 재니 심한 저혈압이더라고 했다.
그 일과 관련해서 어느 화훼원예학(花卉園藝學) 교수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진달래꽃에는 혈압을 떨어뜨리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약술을 해 마시면 강압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진달래 꽃으로 담근 우리나라의 민속주인 두견주가
예로부터 약술로 애음되어 온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듯하다.
참꽃과 개꽃은 다같이 진달래과의 식물이므로 말하자면 서로 한 형제간이나
다름없는 관계에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꽃을 놓고 그 우열을 가리려 든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인들이 진달래와 철쭉에 별명을 붙이면서 심정적으로는 차별해서 대우했다.
그분들은 두 꽃에 각각 "참-"과 "개-"라는 접두어를 붙임으로써
두 꽃이 자기네의 애착과 선호에 있어서 달리 대접받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를테면, 살구 및 다래를 각각 개살구 및 개다래와 구별하려고 했던
의도가 진달래와 철쭉의 경우에도 그 대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꽃'과 '개꽃'이라는 속칭 속에 드러난 선인들의 속내는
온 국민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치고 진달래를 철쭉보다
더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며,
나라꽃을 무궁화에서 진달래로 바꾸어야 한다는
공공연한 주장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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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언니 꽃은 볼수록 빠져들게 하네요..사람에게도 그런 끌림을 줄수 있는 사람였음 좋겠는데..마음이 한없이 꿀꿀 하네요..어데론가 아무도 없는곳으로 가고 시포요..ㅠㅠㅠ
이쁜뜰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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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함께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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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마니보고싶은데 이런 꿀꿀한 댓글보니 내마음도 어디론가 가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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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산행후 
은 지났지만 우리끼리 기분전환 한번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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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거 너나 나나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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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살자구요 오늘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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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는 
이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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