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19) 사제 성추행 문제, 이제 아시아교회 차례 / 윌리엄 그림 신부
아시아에서는 흔히 여성과 아동의 권리가 침해당하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되지 않고 있다. 사제 성추행, 추문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은 즉각적이며 진실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칠레에서 일어난 성직자 성추행을 은폐한 주교 세 명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그 중 한 주교는 사제 시절 자신의 멘토였던 선배 사제의 성추행을 은폐해 칠레 신자들의 비난을 받아 왔다. 교황은 그를 주교로 임명하고 칠레 신자들의 반발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해 교황직에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나머지 두 명은 이미 75살이 넘어 현직에서 은퇴한 상태다. 교황이 이들의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해도 칠레 신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들은 칠레교회의 사제 성추행 은폐는 몇몇 주교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칠레 주교단 전체를 로마로 소환한 교황은 이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이러한 인식이 칠레교회뿐만 아니라 전체 교회에서 이 사제 성추행 문제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문제는 성직자와 교회 인사들의 아동과 청소년 성추행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추행은 누가 저지르더라도 악랄한 범죄로,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교회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가톨릭교회가 주교들과 장상뿐만 아니라 악랄한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는 문화를 키워왔다는 것이다. 주교들은 사회와 함께 이 문제를 직면하는 대신 성추행 가해자들을 이곳저곳으로 이동시켜 무마해 왔다. 더욱이 피해자들을 교회의 보상을 요구하는 적으로 여겨 이들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공개적으로 비방해 고통을 가중시켰다.교황은 칠레 주교들과 관련해서 뿐만 아니라 전체 교회의 사목자로서 더 일해야 하고 더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처음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당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다리오 카스트리욘 오요스 추기경은 이 문제가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만 국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어권 국가에서 성추행 문제가 불거진 것은 미디어 감시단체의 보호 아래 사법정의와 개인의 권리를 외쳤기 때문이었다.오요스 추기경은 콜롬비아 출신으로 스페인어를 사용했다. 이제 오요스 추기경의 모국어를 쓰는 남미 교회가 사제 성추행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이제 이 조명 등은 아시아를 향하고 있고, 최근 방글라데시에서 사제 성추행 문제가 불거졌다.아시아교회에는 사제 성추행을 야기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 권위를 존중하는 문화로 성직중심주의가 강화됐고, 많은 주교들이 진실과 정의를 알리기보다는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주교들은 “주교를 비판하는 기사는 교회의 이미지를 훼손한다”고 여긴다. 특히 사실일 경우 더욱 그렇게 생각한다.교황청은 아주 오래 전 성직자 아동성추행 상황을 처리할 지침을 만들 것을 요구했지만, 아시아의 주교회의들은 늑장을 부리고 있다. 몇몇 주교회의들은 교황청에 보고하기 위해 지침을 마련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본주교회의가 2002년 예외적으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조사해 지침을 만들었다.교황은 성직중심주의에 격분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인도와 한국, 필리핀에서 성직중심문화가 팽배한 것으로 꼽힌다. 아시아에서는 흔히 여성과 아동의 권리가 침해당하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되지 않고 있다. 사제 성추행, 추문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은 즉각적이며 진실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물론 추문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대책을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다. 추문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만든다는 것은 가증스러운 일이다. 아시아교회 지도자들은 사제 성추행을 막는 것이 옳은 일이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시아교회는 일본의 주교들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윌리엄 그림 신부(메리놀 외방전교회)rn※윌리엄 그림 신부는 메리놀 외방전교회 사제로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