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치성 태을도인 도훈
"왜 어질 인(仁)인가"
2017. 12. 22(음 11. 5)
정유년이 무술년으로 접어드는 첫 일양시생의 동지를 맞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없었지만, 유독 올해는 국내 정세의 변화가 컸습니다. 소위 보수정권이 좌파정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론을 선동하는 데 언론이 놀랄 만큼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촛불시위로 이름 붙여진, 철저히 기획되고 거기에 선동된 여론이 막강한 힘을 발휘해주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아직도 진실이 계속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진실을 목놓아 외치고 있지만, 주요 언론 방송은 알면서도 모른 척 함구하는 모양새가 다들 입을 맞춘 듯 합니다. 그렇겠지요. 좌파성향의 언론노조 방송노조가 장악했으니, 그들은 지금의 좌파정권과 한 배를 탄 것입니다. 자기들에게 불리한 진실을 드러내줄 이유가 없습니다. 권력을 잡은 좌파정권은 같은 배를 탄 언론 방송과 스스로 진보이고 자유민주주의자라고 믿는 국민여론의 지지를 업고, 절호의 기회를 십분 활용해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보수세력을 치밀하게 각개격파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시절에 교과서에서 배웠던 공산당의 통일전선전술을 눈앞에서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법 위의 '위원회'를 만들어, 지난 보수정권시절의 온갖 분야를 다 헤집고 있습니다. 마치 인민재판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 국정운영상의 의혹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그 부분이 성역(聖域)일 테니까요.
증산상제님이 조선을 일본으로 넘기실 때, "어질 인(仁)자는 주지 못한다." 하셨습니다.
@ 조선을 서양으로 넘기면 인종이 다르므로 차별과 학대가 심하여 살아날 수 없을 것이요, 청국으로 넘기면 그 민중이 우둔하여 뒷감당을 못할 것이오, 일본은 임진난 후로 도술신명들 사이에 척이 맺혀있으니 그들에게 넘겨주어야 척이 풀릴 지라. 그러므로 그들에게 일시 천하통일지기(天下統一之氣)와 일월대명지기(日月大明之氣)를 붙여주어 역사를 잘 시키려니와, 한 가지 못줄 것이 있으니 곧 어질 인(仁)자라. 만일 어질 인자까지 붙여주면 천하는 다 저희들의 것이 되지 않겠느냐. 그러므로 어질 인(仁)자는 너희들에게 붙여 주노니, 오직 어질 인자를 잘 지키라. 너희들은 편한 사람이오, 저희들은 곧 너희들의 일꾼이니 모든 일을 분명하게 잘하여주고, 갈 때에는 품삯도 못 받고 빈손으로 돌아가리니, 말대접이나 후하게 하라. (대순전경 pp204-205)
솔직히 처음 상제님의 이 말씀을 접했을 때에는 '좋은 말씀이다, 어질 인자가 좋은 건가 보다' 이 정도였습니다. 태을도에서 심법신앙을 하면서 '마음을 닦는다', '마음 바꾸기가 죽기보다 어렵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고 나니, 왜 상제님께서 '어질 인자를 잘 지키라'고 하셨는지 너무나 잘 알게 되었습니다.
공자는 인(仁)에 기초한 정치를 해보고자 꿈꾸었던 사람입니다. 요순이 다스렸던 시대와 주나라의 정치를 흠모했던 그는 어진(仁) 정치를 해보고자 철환천하(轍環天下)하였지만, 그가 원한 권력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부자(父子)지간에도 나누지 못한다는 권력을 누가 그에게 주겠습니까? 결국 정치참여에 실패한 그는 후학 양성에 힘을 쏟게 되는데, 그의 교육목표는 학식과 덕행을 겸비하고 극기복례와 살신성인을 이룩한 사람, 즉 어짊을 체화한 군자(君子)에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을 군자화(君子化)하는 대동인(大同仁)을 이루는 게 공자의 꿈이었고, 그걸 통해 요순세상이 명실상부하게 이루어진다고 믿었지요. 바로 대동세계(大同世界)이지요. 그런 공자도 증산상제님은 불러서 야단치십니다. 돌아가시기 이틀 전에 말입니다.
@유월 스무 이튿날 약방 마당에 자리를 깔고 상제님께서 그 위에 누우사, 치복을 명하여 "새 자리를 그 앞에 펴라." 하시더니, 문득 공자를 부르시며 가라사대 "소정묘를 죽였으니 어찌 성인(聖人)이 되며, 삼대(三代) 출처(出妻)를 하였으니 어찌 제가(齊家)하였다 하리요. 그대는 이곳에서 쓸 데 없으니, 딴 세상으로 갈 지어다."
(대순전경 p294)
인(仁)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인물이 또 있습니다. 유비 현덕입니다. 유비의 좌우명은 '백성이 나를 버릴지언정 나는 결코 백성을 버리지 않는다' 였습니다. 그와 대립각을 세웠던 라이벌 조조는 반대로 '내가 백성을 버릴지언정 백성이 나를 버리게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자였지요. 천하창생을 지극히 아꼈던 유비가 마땅히 성인(聖人)에 가깝다 할 것입니다. 그러한 유비도, 그 이름도 유명한 제갈공명과 5호장군 관우 장비 조자룡 황충 마초와 힘을 합쳐 한왕실 재건에 힘썼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실패한 유비 관우 장비가 성공한 조조보다 역사적으로 더 칭송받는 것은 그만큼 세상사람들의 민심을 감동시켰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갈공명은 유비의 대업이 성공하지 못할 걸 알고 있었을 거라고 세상사람들은 짐작합니다. 그러나 유비의 대인대의한 명분에 자신의 인생을 걸 만하다 판단했기에, 제갈공명이 기꺼이 동참했겠지요. 사마의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천재적인 지략가인 제갈공명도 시운이 따르지 않아, 최선을 다했지만 먼저 죽은 유비의 유업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죽습니다. 증산상제님은 그때 나온 술수가 지금 다시 나온다 하시면서 성공을 예고하십니다.
@ 증산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길 "술수가 삼국시절에 해원하지 못하고 이 때에 해원하느니라." 하시니라. (이중성의 천지개벽경 pp51-52)
@ 기유년 봄에 증산상제님께서 구릿골에서 계실 때 "삼국시절이 사마소에 가서 그칠 줄을 누가 알았으리요!" 라고 말씀하시며, "삼국시절(三國時節)이 수지지어사마소(誰知止於司馬昭)!"라고 크게 외치시며, 제자들에게 "너희들도 함께 나를 따라 크게 외쳐라" 하시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삼국시절의 장래가 어떻게 귀결될 지를 안 사람은 오직 사마소 한 사람뿐이었느니라." 제자가 여쭙기를 "증산상제님의 도문에서 천하사의 장래를 알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증산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이 성도하기 전에, 한 사람이 천명과 신교를 받들어 천지에 보은할 것이니라."하시니라. (이중성의 천지개벽경 p538)
이처럼 인(仁)을 추구해도, 공자처럼 하늘에서 그 인을 인정해주지 않거나, 유비처럼 시운(時運)이 맞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하는 게 지금까지의 역사였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상극지리로 운영되는 선천세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생지리로 운영되는 후천을 맞이하는 후천개벽기입니다.
이제는 인(仁)이 아니면 죽습니다. 태을도가 작년 후반기부터 시작된 종북좌파의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정치적 급변 과정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어온 이유입니다.
저들이 어떤 명분을 붙이건 간에, 이는 상극의 마지막 해원의 결정판인 것입니다. 집권이후 그들이 보여주는 집요한 행적들을 보면, 그 속에 어떠한 관용도 배려도 용서도 사랑도 없습니다. 촛불을 아무리 미화해도 그것은 결코 상생이 될 수 없습니다. 태생이 상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움과 증오가, 분노가, 파괴가, 그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수세력도 당연히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그 애국심이, 대한민국을 해체하겠다는 좌파세력의 의도보다는 낫다는 것이지, 지금의 보수 정치세력이 보여주는 행태 역시 민망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속을 들여다봐도 상생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 원래 인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분통이 터져서 큰 병을 이루나니, 그러므로 이제 모든 일을 풀어놓아 각기 자유행동에 맡기어 먼저 난법을 지은 뒤에 진법을 내이리니, 오직 모든 일에 마음을 바르게 하라. (대순전경 p306)
지난 대설치성 도훈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자칫 상극의 해원판에 휩쓸리지 않아야 합니다. 천재일우의 운수인 후천개벽기를 맞았지만, 마음을 감평해 생사판단이 결정되는 급살병목 또한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급살병으로 빠뜨리기 위한 함정이 바로 지금의 해원판이기에, 내 마음속의 분노나 살기가 이 해원판으로 나를 이끌지 않도록 스스로 내 안의 독기와 살기를 끊임없이 풀어내야 합니다.
남북한 모두 나름의 대의명분을 앞세우며 상극의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강대국들도 예외가 아니며, 세계 곳곳에서 무차별적인 테러도 각각의 명분을 내세우며 상극의 극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히 열풍뇌우의 상황이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미사여구를 써가며 스스로를 미화시킨들, 그 속의 상극기운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습니다. 상제님의 말씀에 철저히 입각해 냉정하게 살펴보면 옥석이 가려질 일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명분 속에 감춰져 있던 상극기운은 결국 그 정체가 드러날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 수 있는 그때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겠지요.
증산신앙인들에게 이런 때일수록 급한 것은, 마음 닦고 태을주 수행으로 수신하는 일이고, 이를 바탕으로 가족과 이웃에게 성경신을 다해 상생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앞에 올 세상은 '오직 인(仁)의 세상'이기에,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인(仁)을 키워가지 않으면 그 세상에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상제님의 당부대로 '오직 어질 인(仁)자를 잘 지키라'는 말씀을 드리며, 동지치성 태을도인 도훈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