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이 정진하고 아낌없이 교화하라”
<38> 이참정에게 보내는 대혜선사의 답장 ①-5
[본문] 세분 선지식의 세 가지 깨달음의 인연으로 그대가 한번 웃는 가운데 석연하게 풀려버린 叩� 비교하면 그 우열이 어떻습니까? 스스로 판단해 보기를 부탁합니다.
또한 다시 특별하고 기특한 도리가 있습니까? 만약 특별한 점이 있다면 도리어 석연하게 풀리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다만 부처되기를 알지언정 부처가 되어 말을 할 줄 모를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설] 스스로 깨달음을 이뤘다고 생각이 들면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과거 수많은 선지식들의 깨달음의 인연들을 하나하나 검정을 하여 서로 다른 점이 없어야 한다. 1700공안(公案)이 하나라도 미진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화두를 제대로 타파하지 못한 것이다. 굳이 또 다른 선지식을 찾아 나설 필요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다만 부처되기를 알지언정 부처가 되어 말을 할 줄 모를까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한 것이다. 실로 사람들은 부처라는 사실을 확연하게 아는 것이 중요한데 부처가 되어서 부처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까를 걱정한다.
벽에 걸린 밝은 거울 무엇이든 비치듯
공부 충만하면 해탈 누리며 중생 교화
진정한 부처의 능력이란 이미 모든 사람들이 평소에 발휘하고 있는 그 능력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글을 읽고, 말을 하고 말을 듣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웃고 울고, 배가 고프면 먹을 줄 알고 피곤하면 쉴 줄 아는 바로 그런 능력이다. 여기에서 조금도 부족한 것은 없다. 만약 이것 외에 다른 어떤 초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것은 마술이지 부처의 능력은 아니다.
[본문] 예로부터 도를 얻은 선비가 자기를 이미 충족시키고 나서 자기의 남은 것을 옮아 근기들을 응하고 사람들을 제접하는 일에 마치 밝은 거울을 걸어두는 것과 같고 밝은 구슬을 손바닥에 올려놓은 것과 같아서 마음에 집착하지 않느니라.
만약 마음에 집착한다면 실다운 법이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 되리라. 그대가 큰 법을 밝히고자 하며 근기를 응하고 사람을 제접하고자 한다면 다만 옛날의 모습 그대로 할지언정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묻지 마십시오. 오래오래 하다보면 저절로 점두하게 될 것입니다.
돌아가실 때 마주하여 일러준 말을 꼭 써서 좌우에 두십시오. 이 말 외에는 특별히 이야기할 것이 없습니다. 비록 할 말이 있다 하더라도 그대의 분상에는 모두 필요하지 않는 말이 될 것입니다. 갈등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만 마치겠습니다.
[강설] 불법을 공부한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은 상구보리(上求菩提)하고 하화중생(下化衆生)하는 일이다. 끊임없이 궁극적 경지를 향한 정진을 하는 한편 많은 사람들을 열심히 교화하는 일이다. 사람들을 교화하는 이 일은 자신의 공부가 충분하다면 자연스럽게 저절로 되는 일이다.
예컨대 밝은 거울이 벽에 걸려있으면 무엇이든 비친다. 그 비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듯이 사람을 교화하는 일도 마치 그와 같다.
또 한 가지 부탁은 대혜선사를 친견하고 떠날 때 일러준 말을 절대로 잊지 말고 좌우에 써두어 수시로 생각하라는 당부의 말씀이다. 떠날 때 얼굴을 마주하여 일러준 말이란 이즉돈오 승오병소 사비돈제 인차제진(理則頓悟 乘悟幷消 事非頓除 因次第盡)라는 말이다.
불교를 제대로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 있어서 곧바로 해탈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치로는 모든 문제가 다 풀린 듯하지만 사면(事面)으로는 곧 바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순서대로 번뇌가 사라지고 장애가 없어진다는 말씀이다.
완전한 해탈을 누리면서 자유롭게 사람들을 교화하려면 불법을 깨닫고 나서도 살아가면서 천천히 완숙하여 진다는 것이다. 명심하고 또 명심할 일이다.
[출처 : 불교신문 201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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