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조선업계의 해양플랜트 수주 추세가 시추 설비에서 원유 및 가스 생산 설비로 이전하고 있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오일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원유 및 가스 개발을 위한 해양시추 및 굴착용 설비 수주는 줄어드는 반면 수주 물량 대부분을 석유나 가스를 본격 생산하고 저장하기 위한 생산 설비가 차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드릴십, 반잠수식 시추선 등 시추용 설비를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시추용 설비 수주액은 지난 2011년 11척, 60억 달러 규모에서 2012년 4척, 25억 달러 정도로 수주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원유생산 플랫폼,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등 생산용 플랜트 수주액은 지난 2011년 45억 달러 상당에서 2012년 21억 달러 규모로 감소했지만, 올 들어 이미 53억 달러를 기록해 2011년 한 해 수주액을 뛰어넘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유가 추이를 지켜보던 오일메이저 선주사들이 시추한 해양유전에서 본격적으로 생산 채비를 서두르며 발주물량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뚫을 만큼 뚫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시추설비 수주 실적이 지난 2011년 92기에서 2012년 74기로 줄어든데 이어 올해 3월말 현재까지는 8기의 수주 실적에 머물러 있다. 반면 생산설비 수주는 2011년 14기, 2012년 21기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드릴십 점유율 1위인 삼성중공업은 시추설비 수주가 지난 2011년 10기, 55억 달러에서 2012년 9기, 49억 달러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현재까지 1기, 6억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최근 해양플랜트 수주 추세가 시추 설비에서 원유 및 가스 생산 설비로 이전하는 흐름을 보였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은 시황에 불과한 것이지 전체 흐름이 변했다고 단정 짓기엔 아직 이르다”면서도 “올 하반기 수주 물량도 이와 같다면 석유자원 수요와 유가 흐름에 따라 해양플랜트 수요가 점차 시추에서 생산설비로 넘어간다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생산 설비 수주 역시 국내 조선사들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같은 추세 변화가 국내 조선업계에 타격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더 장기적으로는 해상설비 시대가 저물고 해저에서 자원을 채취하는 서브시(Subsea) 추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에너지 분야 시장조사기관인 더글라스 웨스트우드는 세계 에너지수요 증가와 고유가에 따라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은 2010년 1,400억 달러에서 2020년 3,20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