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회원권 시가가 분양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제주 및 영․호남권 회원제 골프장들이 입회금(예수보증금) 반환에 비상이 걸렸다.
골프뉴스가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각 골프장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입회금 반환 청구가 예정되어 있는 골프장수는 24개소(2005년 분양한 골프장 기준)이고 입회금 반환 규모는 총 1조6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회금 반환 거치기간은 골프장 운영업체와 회원간의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분양대금 완납 후 5년(일본 10년)이 일반적이다.
이를 지역별로 보면 제주권이 약 3932억원으로 전체의 37.0%(6개사)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영남권이 3427억원(32.2%, 8개사)로 나타나 제주 및 영남권 회원제 골프장들이 입회금 반환청구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에 입회금 반환이 도래하는 골프장수는 더 늘어 37개소, 입회금 반환금액은 1조9260억원에 달하고 2012년에는 47개소(3조111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입회금 반환금액이 전체 입회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1.1%, 2006년 17.4%, 2007년에는 23.9%로 급상승하고 있다(전체 입회금 규모 2005년 9조5610억원, 2006년 11조381억원, 2007년 13조43억원).
2005년의 입회금 규모를 주요 업체별로 보면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블랙스톤CC(18홀)가 1033억원으로 가장 많고, 입회금 반환소송이 걸린 타미우스CC(옛 로드랜드)가 930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다. 에덴밸리리조트(회원제 골프장 18홀, 스키장 7면, 콘도 255실)를 운영하는 (주)신세계개발은 공사대금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에 이미 들어갔다.
이처럼 입회금 반환 문제가 불거진 것은 골프장수 증가와 시세하락 등으로 보유가치(투자가치)가 떨어지면서 골프회원권 시가(時價)가 분양가를 밑돌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2008년 3월까지는 대세 상승기로 회원권을 사면 값이 올라가 투자가치가 있었지만 2008년 4월 이후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급기야 시가가 분양가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골프회원권 가격을 보면 제주권은 5년전인 2005년 6월보다 -38.5%, 호남권 -20.5%, 영남권 -12.5%, 강원권 -2.7%씩 각각 하락했다. 수도권과 충청권은 마이너스 성장은 피했지만 성장률이 각각 +14.1%, +4.6%에 불과해 상승기에 비하면 성장세가 완전히 꺾였다.
현재 시가가 분양가를 상회하는 골프회원권도 입회금 반환 문제로 어느 한 골프장이 부도가 나면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도권 소재 회원제 골프장들까지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회원권을 분양할 때 받았던 ‘예수보증금’은 통상 5년의 거치기간이 지난 후 회원이 반환 청구를 하면 되돌려줘야 하는 ‘장기 부채’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원제 골프장 업체들은 입회금을 공사대금, 땅값 등에 지불했기 때문에 반환자금이 거의 없는 상태다. 금융권 차입은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골프장 업체가 입회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부도나게 되고 회원권 가격이 폭락해 입회금도 일부밖에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입회금 반환 사태가 불거지면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 계열 골프장들만 불똥을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회원권을 소지한 대부분의 회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얘기다. 회원들이 회원권을 이용권이 아닌 재산권으로 인식하고 접대골프를 위해 구입한 법인회원들은 부도가 나더라도 담당자가 피해보지 않는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와 똑같은 입회금제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1750개 회원제 골프장중 절반에 육박하는 800개 이상이 부도났고 골프회원권 가격도 95% 이상 폭락했다. 잘못된 제도인 입회금제도를 일본에서 그대로 들여오면서 국내 골프장들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고 이제 그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소장은 “자기자본이 거의 없이 타인자본(회원권 분양대금)에 의지해 건설되었기 때문에 망하는 게 당연하다. 이 제도를 도입한 정부는 회원제 골프장업계와 함께 당장 발등의 불이 된 입회금 제도에 대한 대응방안을 하루 빨리 강구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골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