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제주 도보 순례 피정
세째날 4월 23일(목)
4월 23일 목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7시 15분 미사를 시작으로,
신부님께서 노란 리본띠와 묵상 질문을주셨습니다.
묵상질문 : “하느님은 나에게 어떤 분이십니까?”
빵과 우유와 어제 남은 밥으로 만든 죽과 김치찌개, 컵라면...
조촐한 식탁인 것 같지만 많은 인원이 한 자리에서 먹는 식사는
그 자체로꿀 맛 같았습니다.
식사를 하고 푸른 바다 펜션에서
다시 세화공소로 출발을 준비하려고 이동했습니다.
세화공소에서 제주순례 1,2차는 모두 숙소로 일박을 하셨는데,
제삼피에서는 인원이 많아서 숙소를 달리 했기 때문입니다.
세화공소에서 체조를 하고 출발하는 시간은 9시 30분~~
드디어 걷기 3일째를 시작합니다.
우리 모두는 어제의 힘들었던 강행군으로 많이 지쳐있었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순례 길을 향해 힘차게 앞으로 전진 했습니다.
팀 전체의 막내이기도한 사도요한은
꼭 맞는 운동화를 신은 탓에 뒷 발꿈치가 모두 까져서
운동화 구입하러 처음 출발은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16명 인원 중에 운전으로 봉사해 주시는
신부님과 세례자요한 형제를 빼고나면 14명.
그 중 다리가 붓고 물집이 생기고
도저히 걷기 힘든 4명 빼고
신발 사러 간 막내 사도요한형제를 빼니
세화공소에서 출발한 인원은 9명이었습니다.
길을 나서며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순례 길 선배님들이 달아놓은 노란 리본입니다.
각자가 맡은 3개의 띠를 이정표처럼
길을 알려야 할 위치 쯤에 달게 되는데,
첫 날 신부님께서 정해주신대로
일행 중 키가 제일 큰 박승근 형제님에게
마지막 일행을 챙기라고 하셨습니다.
본인도 힘드실텐데 리본을 달 때 기다려주고
신부님 말씀을 충실히 지켜 주시는 그 마음이 참 정겹습니다.
10시 용문사 앞을 지나며 침묵시간이 주어집니다.
용문사를 지나는데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빨래하는 소리 같은데, 요즘도 빨래를 이런 식으로 하는가 싶어서
들여다보니 짐작대로 방망이로 빨래감을 두드리고 있었고,
강아지는 예쁜 옷을 입고 앉은 자세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평화롭고 정감 있고, 사람 사는 풍경처럼 고운 모습이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닷길을 보며 걸어가는 제주의 올레길이
아픈 다리임에도 걷는 걸음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걸어가는 길 곳곳에 해조류를 펼쳐 놓았는데,
어느 곳을 지나면서보니 부부가 서로 도와가며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부가 서로 힘을 합쳐 꾸려가는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답게 보입니다.
펼쳐놓은 해조류를 밟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걸어가노라니,
이런 자리에 불러주신 하느님께 새삼 감사의 마음이 피어납니다.
침묵의 시간엔 왠지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된 기분에 젖어듭니다.
제주도가 부산과 특별히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길에서 사람을 별로 볼 수 없는 것과 건물의 높이가 아담하다는 것,
차가 별로 많이 다니지 않고 맑은 날씨에 출발했지만
걸어가는 동안 몇 번 흐려지고 다시 밝아지는 반복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세계의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을
아름다움을 끝없이 펼쳐보여 주었습니다.
곳곳에 팻말들이 많이 있었는데, 불턱의 종류가 다양했습니다.
불턱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곳이며,
작업 중 휴식하는 장소가 되고, 어장의 위치 파악 등
물질작업에 대한 정보 및 기술을 전수하고 습득하는데
지명이나 용도에 대한 다양한 이름들이 있었습니다.
말을 안할 땐 다른 많은 것들이 더 가까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도 해수욕장에 이르러 침묵을 풀고, 팔각정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 팔각정은 우리 일행의 쉼터가 되어주었습니다.
양말을 벗고, 간식을 먹고 있는데,
길잡이 반장님은 신부님과 통화를 하더니,
무조건 모래사장으로 가보라고 하였습니다.
발가락양말을 신고, 그 위에 두꺼운 양말 신고,
신을 신는 과정을 거쳐서 잠시의 휴식을 뒤로하고 내려가보니
모래 위에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제 3 P”
우리를 위한 바닷물에 쓸려가기 아슬한 위치에 써놓은 글씨가
얼마나 살갑게 느껴지는지, 걷는 걸음에 힘이 실렸습니다.
종달항을 지나고,
12시 50분 성산포 조가비 박물관 앞의 팔각정에서
또 우리는 신부님과 상이용사님들(?)과의 만남에서
몇 년을 못 본 사람처럼, 반가움의 포옹을 나누고,
주먹밥을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보니,
신발 사러 가느라 일행과 떨어졌던 막내가
혼자서 못 걸었던 길을 걸어서 나타났습니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선을 보일 때,
모두는 군에 갔다 첫 휴가 나온 아들을 반기듯이
환영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조가비 박물관을 관람하고,
14시에 다시 도보를 시작했습니다.
조금 걷다가 다시 14시 15분 침묵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하느님은 내게 어떤 분이셨는지?
글도 몰랐던 어린 시절 하느님이라는 글자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2를 써놓고 그 속에 색칠을 하며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20대 초반쯤엔 집 앞에서 찬송의 소리에 잠을 깨면서,
마치 천상의 소리를 들은 듯 감격하며
나도 저 대열에 끼이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일...
그리고 몇 년 뒤, 내 발로 성당을 찾아서 오늘까지 이른 일...
막내로 커오면서 철없던 나를 시련을 통해 점차 단련시켜가고 계시고,
사랑 받고 살아온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돌려줄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것이
길 위에 있음을 어렵지 않게 생각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나를 다듬고 계시는 분이라고 묵상을 하였습니다.
“종, 쉬영갑서예”가 있는 곳에 이르러 신부님의 지시대로
모두들 한 장씩 기념 사진을 남기며, 침묵의 시간은 끝이 났습니다.
15시 드디어 성산포 성당에 도착했습니다.
자연을 통해서 잘 꾸며진 성산포 성당의 아름다움에 도취되고,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추기경님이 남기신 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도 해보았습니다.
모처럼, 한가하게 쉬는 시간이 주어졌고, 따뜻한 방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18시 30분 모두가 함께 하는 식사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도우미 세례자 요한이 직접 잡은 우럭이
오늘의 밥상의 주인공이 되어 놓여져 있으니,
염치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젓가락이 분주했습니다.
20시 10분 묵상 나눔 시간을 통해서,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알아갔습니다.
곁에 있는 “너”가 “우리”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진정한 해방감을 느낍니다.
주님 안에서 우리는 모두가 한 형제요 자매이기에 가능한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나눔을 마치고, 이어서 영화 ‘쎄시봉’을 보았습니다.
젊음의 아름다움을 시기하고 싶은 만큼 젊음이 그리워지는 애틋한 영화였습니다.
오늘 하루 은혜로운 시간을 주신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 백희숙(율리안나)님의 글을 제가 대신해서 올려드립니다.
사진과 동영상은 빠른 시간 안에 올려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3피 도보순례 3일째.
고통에 끙끙대는 인원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저, 순수총각 사도요한도 발이 아파 새 신발로 바꿔 신었습니다.
새 신을 신으니 날아다닐 것 같네요.
오늘도 발걸음마다 주님께 말을 걸어 봅니다.
이 길을 걷게 해주셔서, 이 풍경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억을 되살려주는 영화로 하루를 멋지게 마무리.
내일도 잘 부탁드립니다, 굿나잇. 주님.
박광택 사도요한(필명: 순수총각) 올림
첫댓글 힘내세요
홧팅..♡
넷! 힘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순례기를 읽으며 지난해를 회상해 봅니다.
힘든 중에도 밤새워 하루 일을 기록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납니다.
기록을 기다리던 이들이 댓글을 달아줄 때 힘이 솟던 일이 생각납니다.
아침에 카페문을 열면 기록부터 살펴읽고 이렇게 댓글을 씁니다.
오늘은 자매님께서 글을 쓰셨나봅니다. 사진이 없어도 사진을 보는 것 같습니다.
글을 읽으며 피정에 참가하신 모든 분들의 안녕을 기도했습니다.^^
순례기를 쓰면서,
1, 2차때 많이 무심했었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이렇게 댓글 보는 재미가 큰줄
몰랐었습니다.
함께해주시는 마음 감사드립니다.
모처럼 시간나는 노을과 어울림에서
점심먹고 댓글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4.28 06:24
오늘은 율리님의 글이네요...기쁜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계속 화이팅!!
댓글달아서 고마워요~
건강 잘챙기세요~^^♡
저는 언제' 제 O 피' 대열에 함께 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해 봅니다. 오늘도 고단한 순례에 함께 해 주시는
하느님을 느끼며 은혜롭고 축복된 시간 되시길 기도합니다.^^
기도하시고,
마음만 가진다면 이뤄질거라 믿습니다.
꼭 제주순례길에 함께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순례의 의미를 한껏 느껴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성산성당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며 배려하고 희생하는 자세를 통해 주님의 무한 사랑도 체감하리라 생각됩니다.
율리님! 세화공소의 학꽁치는 드셨는지요,
1회때부터 매년 순례자를 위하여 정성을 베풀어 주시는 공소의 부회장님 보고 싶습니다.
자기성찰을 위한 소중한 침묵의 시간을 값지게 채워 가시는것 같군요.
연로하신 분들이 많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국 세월의 짐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들에게도 하느님의 은총이 듬뿍 내릴것입니다.
고단하실텐데 순례기 이렇게 잘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훗날 이 순례의 날들이 참 그리울것입니다.
네~ 그리울 것 같아요
지금 이곳에 있으면서도 날짜가
지나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힘은들지만 조그만 것에서부터
행복을 느끼는 시간들입니다.
학꽁치는 이날 모두들 드셨는데,
저는 완전히 다운되어서
제일 먼저 학꽁치도 먹지않고
자버렸답니다.
제가 안먹어서 못올려드렸네요~~
잊어버리기도했구요~~^^*
율리님 피곤 하실 텐데 눈에 선하게 동영상 안봐도 풍경이 떠 오르도록 나눠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모두 건강하게 완주 하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건강회복 잘하세요~~~^^
힘든 순례길에서도 낭만적인 느낌이 드는군요. 장하십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화!!
나를 통하여 바라본 대상들, 나를 걸러 나오는 묵상 . 그러면서 모두의 시선과 마음을 담아낸 율리님!! 고맙습니다^^*
글을 대신올려주신 신부님!! 감사합니다^^* 밤을 지새지는 않으셨는지요?
바다 건너 해외(?)에 계신 순례단을 향한 기도탄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육지에서 발사되고 있으니 힘내세요~~
"제 3P" 실제로 보는듯 가슴이 뭉클합니다 -신부님의 마음이 보여지네요
함께 나누는 묵상시간 - 서로가 조금씩 제살을 드러내는듯 저도 함께있는 느낌이 들어 눈물이 납니다
순례기를 읽는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이제 반고비 언덕을 넘었네요 남은 여정도 은총의 시간이 되시길~~~
곧 출발이라 길게 못쓰겠네요~
감사합니다,
왕언니 잘하고 게세요ㅎㅎ
참가하지도 않으면서
전해주는 엑기스만 받아먹고
있다는 죄송함^^
상상력이 풍부해서일까요?
제주의 일상과 쪽빛바다의
아름다움, 고즈넉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순간의 아름다움, 그 모든걸 창조하신 주님께 솟아오르는 열정,
오월의 피정을 기다립니다.^^
그 모든걸 담아 밝고 환한 모습으로 뵐테니까요.^^♡
고맙습니다~~
바빠서~~ 휭~^^*
순례기를 읽으면서 저도 함께 하는 것같은 풍요로움을 느낍니다
모두들 힘내시고 끝까지 화이팅!!!
도움을 주시는 신부님의 자상함이 살갑게 느껴집니다.
엄청나게 걷기를 좋아하는 나도 용기를 못내고 있는데
약하게만 보였던 율리가 잘하고 있는 걸 보니
내년에는 도전해보고 싶네요
다리가 아프신 분들도 빨리 회복하셔셔 함께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힘내세요. 빨리빨리 힘내세요~~~~
순례기를 읽으면서 제1회 힘들게 순례햇었던 12박13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곁에 있는 너가 우리로 변하면서 남자들이 군대에 갓다오면 전우애가 왜 생기는지를 알게 되었구요.
출발선상에서 신부님이 내어 주시는 묵상거리가 좋아서 한 없이 그야말로 도보하는 내내 침묵을 일관하고 싶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도보순례 하시느라 힘드시고 순례기 올리시느라 다른 일행보다 더 힘드실줄로 압니다.
그러나 말씀하셨듯이 주님은 우리를 다듬어주시는 분이심을 감사드리며 끝까지 기도로서 함께합니다
제3피 화이팅!!
율리님..
정겹고 소박한 순례기.. 잘 읽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제게도 추억의 장소이기에..언젠가 마음의 영성 가족속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순례이야기들을 아름다운 마음으로 전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