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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위안화의 부상과 국제화 진전에 따라 우리 원화는 한번 날개도 펴 보지 못하고 더욱 더 초라한 통화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얘기를 한 다음날 대부분의 신문이나 통신에서 중국 위안화가 작년 12월에 세계 5위의 결제 통화로 부상했다는 뉴스를 전하였습니다. 중국증권망(中國證券網)이란 주식관련 정보사이트가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s)*의 발표를 인용하여 1월 28일 보도하였습니다. 작년 4월 7위에서 12월에는 캐나다 달러와 호주 달러를 제치고 미 달러(44.64%), 유로(28.30%), 영국 파운드(7.92%), 일본 엔(2.69%)에 이어 위안화 비중이 2.17%를 차지하여 5위로 급부상하였답니다. 위안화는 엔화를 근소한 차이로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인민(人民)대학 국제화폐연구소의 전망을 인용해서 위안화 국제화가 진전을 이루면서 2020년까지 3대 국제화폐가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전망이 결코 허튼 게 아닐 겁니다. 몇 년 안에 달러, 유로, 위안의 3개 권역으로 재편되겠지요! 그 때, 우리 원화는 어떤 상태에 있을 지 걱정됩니다. 엔화만큼은 아니더라도 캐나다 달러나 호주 달러와 비슷한 정도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원/달러 NDF시장을 없애야 한다’는 좀 자극적인 주제로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국제금융 및 외환시장에서 우리 원화가 조그만 존재감이라도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것 이라고 생각해서 다뤄봅니다.
제 개인적으로 NDF를 경험한 것은 3년간의 해외 근무를 마치고 은행의 딜링 룸으로 복귀한 1999년 가을이었습니다. 제가 다닌 은행의 원/달러 딜링 업무는 과거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은행이었습니다. 그러나, IMF외환위기를 겪고 난 후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당시 원/달러 딜링을 담당하였던 이모 과장은 동물적인 감각과 과감한 트레이딩으로 시장에서 유명한 외환딜러였음에도 종종 시장 상황을 오판하거나 외은 서울지점의 작전에 휘말리기도 하였습니다. 그 원인을 파악해보니 그 해 4월에 이미 허용된 외국인과의 NDF거래를 전혀 하지 않은데 있었습니다. 2000년 초 서둘러 원/달러 NDF 딜링을 담당하는 데스크를 별도로 만들고 역시 딜링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던 또 다른 이모 과장에게 그 일을 맡겼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데스크를 만든 지 오래지 않아 제가 다닌 은행이 원/달러 NDF거래의 중심에 자리잡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과거의 위상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NDF(Non-deliverable Forwards)는 영어 글자 뜻 그대로 ‘넘겨줄 수 없는’ 선물환거래를 의미합니다. 외환거래에 통상 현물환거래와 선물환거래가 있다는 건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들 거래는 매매한 양국 통화를 주고 받는 시점에 따라 구분됩니다. 현물환은 매매일로부터 2영업일 이내에 주고받는, 즉, 결제하는 거래이고, 선물환은 2영업일을 초과한 날에 결제하는 거래입니다. 어쨌거나 이들 거래는 매매한 통화를 실제로 주고받는다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그러나, NDF거래는 매매한 통화를 서로 넘겨주지 않는다는, 아니 넘겨줄 수 없는 거래라는 의미입니다. 대신에 선물환 만기일(정확히는 만기일 2영업일 전)의 현물환율과 비교해서 손실이 발생한 당사자가 이익이 발생한 상대방에게 해당 금액만큼 달러를 지급하기로 하는 거래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NDF를 ‘차액결제선물환’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오늘 1개월물 원/달러 NDF 1백만 달러를 매입했다고 합시다. 요즘 같은 경우에는 현물환율보다 대충 1원 정도 높은 수준이니, 현물환율이 달러당 1100원이라고 하면 달러당 1101원에 달러를 사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됩니다. 1개월 후 현물환율이 달러당 1091원이 되었다면, 원/달러 NDF 매입자는 달러당 10원, 즉, 1천만 원의 손실을, 매도자는 달러당 10원, 즉, 1천만 원의 이익을 봅니다. 따라서 1천만원/1091원/달러=9,165.90달러를 원/달러 NDF매입자가 매도자에게 지급하면 거래가 종결됩니다. 이런 방식은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통화선물(Currency Futures)과 유사한 것으로 NDF거래는 통화선물을 장외거래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거래가 발생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외환시장에서 거래를 한 양 당사자가 원화를 주고받을 수 없거나, 주고받을 수 있어도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해 매우 불편하든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외국인(비거주자)가 외화를 매각한 대가인 원화 자금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내 은행이나 증권회사에 원화 구좌를 개설해야 하는데 이들 원화 구좌는 원화자금의 용도에 따라 다 꼬리표가 붙어 있습니다. 따라서, 선물환거래를 활용하여 환위험을 헤지하거나 환투기를 하고자 할 때 우리나라 외국환관리법(1999년 4월 이후는 외국환거래법)과 관련 규정은 여간 귀찮은 존재가 아닙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투자가들은 이런 경우에 활용하고자 NDF시장이란 것을 만들어서 활용했습니다. 해당 통화 국가와는 별개로 해외에서 자기들끼리 선물환거래를 하고, 자기나라 통화나 미 달러화로 손익을 정산하여 주고 받음으로써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거래는 원/달러 거래가 처음이 아니고 외환규제가 있으면서 투자해서 수익을 올릴 기회가 있는 국가라면 어느 나라 통화나 이런 NDF거래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동남아국가의 통화 대부분이 NDF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 만큼 동남아국가의 통화가 우리 원화 이상으로 국제화가 덜 되어있다는 얘기입니다.
반면에 선진국에 해당되는 국가의 통화끼리는 이런 NDF거래를 잘 활용하지 않습니다. 활용할 수도 있지만 NDF거래가 오히려 불편하고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불편하고 분쟁의 소지가 큰 것은 차액을 정산하는 기초가 되는 만기일의 현물환율로 어떤 환율을 사용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NDF거래 만기일에 상호정산에 활용되는 환율은 통상 만기 2영업일전의 현물환율입니다. 그런데 하루 중에도 수시로 환율이 바뀌는데 일중 어느 시점의 환율을 사용해야 할까요? 간단하게 생각하여 종가를 사용하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거액의 NDF매도잔액이나 매입잔액을 갖고 있는 어느 기관이 종가를 관리(조작)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활용되는 Libor(London Interbank offered rate)의 경우도 조작을 막기 위해 여러 은행이 제시하는 금리의 평균을 활용하는 Fixing방식을 이용하고 있음에도 조작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또한, 2013년 초, 싱가포르 NDF시장에서 말레이시아 링기트, 인도네시아 루피, 베트남 동과 관련하여 NDF거래의 정산환율을 결정하는 Fixing거래에서 환율 조작이 있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작년 초에는 미국, 영국과 스위스 금융당국이 Libor에 이어 환율에 있어서도 주요 은행들이 조작하여 고객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증거를 잡고 조사에 착수하였다는 기사가 나왔고, 12월에는 6개 은행(J. P. 모간체이스, 씨티그룹, 바클레이스, HSBC홀딩스, Royal Bank of Scotland, UBS)에 40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원/달러 NDF거래에 있어서 정산환율 조작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MAR(Market Average Rate; 시장평균환율)라는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조작을 피할 수 있습니다. MAR는 일중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외환거래의 가중평균환율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 3월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면서 환율의 급등락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시장평균환율제를 채택하였습니다.*** 현재도 이에 따라 매일 은행 간에 거래되는 원/달러거래의 가중평균환율을 계산하여 당일의 MAR, 즉, 시장평균환율을 공표하고 있고, 이 환율은 다음 영업일 최초로 고시하는 원/달러 환율의 매매기준율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즉, 하루 종일(오전 9시 ~ 오후 3시) 거래되는 외환의 가중평균환율을 구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 은행이 환율을 조작하고자 해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제도 덕분에 우리나라는 NDF거래의 차액 정산에 활용할 수 있는 아주 공신력 높은 정산 환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큰 문제점 중 하나를 해결해주었습니다.
공신력 높은 정산환율이 제공된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NDF거래에 따른 환리스크 관리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매일 NDF거래의 매입액과 매도액이 일치하면 환리스크 관리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나 실제 일치하는 날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NDF 매입과 매도를 상쇄하고 남은 잔액(이를 ‘포지션’이라고 하며, NDF는 선물환 포지션에 해당합니다.)의 환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은행들은 현물환 거래로 대응합니다. 즉, 1 백만 달러의 NDF 매입(매도) 잔액이 있으면 1 백만 달러의 현물환 매도(매입)으로 상쇄하여 환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합니다. 일반적인 선물환 거래에 있어서 이와 같은 거래를 실행하였다고 가정하면, 만기일에 선물환이 결제되어 원화와 달러를 주고 받아 과거에 매입한 현물환과 상쇄되어 별도의 추가적인 관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NDF거래는 그렇지 않습니다. NDF거래는 차액 정산하는 환율이 결정되고 나면, 덜렁 현물환만 남아있게 됩니다. 환리스크를 없애기 위해서는 다시 현물환 포지션을 없애는 거래를 실행해야 합니다 위의 예에서는 다시 현물환 매입(매도) 작업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렇게나 현물환을 정리하면 될까요? 최대한 MAR에 일치하도록 해야 NDF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 또는 손실의 차액과 동일한 손실 또는 이익을 현물환거래에서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 영업일 후 NDF 1 백만 달러 매입 포지션이 있으면 이를 정리하기 위해 오늘 현물환 1 백만 달러를 매도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MAR가 얼마가 될 지는 시장이 종료되어야 알 수 있습니다. 1 백만 달러를 1100원/달러에 팔았는데 오늘의 MAR가 1095원/달러라면 달러당 5원의 이익이 발생하고, 1105원/달러라면 달러당 5원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현물환의 정리를 보다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투기거래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외환딜러들은 그렇게 하고 있구요. 그러나, 이 정리 금액이 1 백만 달러가 아니라 수천만 달러나 억 달러 단위가 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이익 창출을 위한 투기의 수단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손실이 발생하지 않게 MAR에 일치하도록 현물환을 처분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됩니다. MAR에 가깝게 현물환을 정리하는 방법은 거래 시간 중에 적절히 나눠서 정리하는 것입니다. 거래가 활발할 때는 좀 많이, 소강 상태일 때는 좀 적게 정리합니다. 딜러들은 이 일을 오래 해 봐서 거의 MAR에 일치하는 환율로 현물환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통화끼리는 굳이 이렇게 피곤하고 불필요한 노동력이 투입되는 거래 방식을 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느 통화든 자금을 주고받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고, 비용도 별로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MAR에 대응해서 하루 종일 외환거래에 신경을 쓸 필요 없이 과거에 거래한 환율로 서로 자금을 주고 받으면 되니까요. 이런 업무는 애초 선물환을 거래한 시점에 전산에 이미 입력이 되어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노력은 거의 필요 없이 자동으로 다 처리됩니다. 선물환거래의 이행과 관련해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별로 없다고 하겠습니다.
원/달러 NDF거래가 시작된 것은 1994~5년경 홍콩이나 싱가포르 시장에서 간헐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환리스크 헤지를 위해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NDF거래는 크게 늘어났습니다. 증가한 이유야 외환위기에 따른 환헤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국내 은행이나 기업은 NDF거래를 할 수 없었고, 외국인들은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NDF시장은 국내 외환시장과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외국은행 서울지점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연계하여 NDF시장의 매매를 바탕으로 국내외환시장에서 원/달러 거래를 하여 외환시장을 휘어잡고 있었습니다. 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된 1998년 하반기 이후에도 환율은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급등락을 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은행의 외환딜러는 환율 변동의 영문도 모른 채 뒤따라 다니다 상투잡기 일쑤였고 외환 당국도 이들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해 외환시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런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1999년 4월 외국환은행(국내은행과 외은 서울지점)과 비거주자간 NDF거래를 허용하였습니다. 결국 IMF외환위기가 우리로 하여금 NDF시장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이후 국내 외환시장과 해외의 NDF시장이 유기적인 관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2014년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거래규모(외환 브로커 경유 거래, 한국은행 발표 자료)는 일평균 200억 달러를 좀 넘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 중 현물환 거래 규모는 80억 달러이고, 선물환 거래는 1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NDF거래규모는 국내 외국환은행과 비거주자 간에만 60억 달러(매입과 매도 합계)에 달합니다. 2000년의 일평균 수억 달러에 불과하였던 것을 감안하면 정말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국내은행을 경유하지 않는 외국인 상호 간의 원/달러 NDF거래는 확인이 불가능하나 런던이나 뉴욕시장에서 거래되는 규모도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세계 NDF시장에서 거래되는 통화 중에서 우리 원화가 규모 면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달러 NDF의 상당 부분은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현물환 거래를 통해 커버됩니다. 즉, 국내 외환시장은 NDF거래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이들 거래가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환율도 따라 움직입니다.
이처럼 NDF거래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영향력도 대단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NDF가 우리 원화의 국제적 통용에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NDF거래를 없애야 한다니요? 이미 이렇게 커진 시장을 인위적으로 없앨 수 있기나 한 걸까요?
앞에서 NDF거래가 선물환에 비해 불편한 점을 말했습니다만, 이 때문에 NDF거래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원화가 NDF거래에 의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회가 그 만큼 줄어들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NDF거래가 전부 정상적인 선물환거래로 전환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들은 선물환거래에 따른 원화 자금의 결제를 위해 우리나라 은행의 국내 본점이나 해외지점에 원화 구좌를 개설하고 일정 수준의 원화예금을 유지하고 있을 겁니다. 특히, 아시아시장이 끝나는 오후 4~5시 이후 런던을 중심으로 한 유럽시장과 뉴욕 등 미국시장에서 거래되는 원화 대 외화간 선물환거래의 결제를 위해서는 국내은행의 해외지점에 원화예금 구좌가 개설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은행의 해외지점은 대부분 외환 딜링 기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면 맞습니다. 그런데, 원화예금 거래가 시작되면, 원화 대 달러(또는 현지통화) 간 현물환과 선물환거래가 자연스럽게 발생할 것이고. 은행간 시장에도 참여하여 이들 외환 거래를 중개하는 은행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NDF거래에서는 차액을 달러로 정산하기 때문에 우리 해외지점이 끼여들 여지는 별로 없고, 높은 Leverage와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 관리 상의 애로로 인하여 쉽게 접근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선물환거래는 거래 자체가 매우 단순하고 관리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 해외지점이 본점과 연계하여 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체제가 어느 정도 구축이 되면, 선진은행과 같이 전 세계를 연결하는 24시간 딜링 Network로, 나아가서는 외환거래를 넘어 IB(Investment Banking) Network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NDF거래를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요?
이미 크질 대로 커진 원/달러 NDF시장을 인위적으로 하루 아침에 없앨 수는 없겠지요. 다만, NDF거래를 불편하게 하고 선물환거래는 더욱 편리해지도록 하여,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NDF거래의 비중이 줄어들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없어지도록 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원/달러 NDF는 외국인들에게 굉장히 편리하고도 친화적인 거래시스템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공신력 있는 정산환율을 제공하고 있고, 소액의 증거금만 있으면 큰 금액의 외환거래를 할 수 있으며, 유동성이 풍부해서 헤지나 투기를 하고 싶을 때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시장규모도 적당(?)하여 큰 은행의 딜러 몇 명이 공모한다면 NDF시장을 통해 원/달러 환율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현재의 NDF시장은 아쉬울 게 하나 없습니다.
NDF시장을 불편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평균환율의 산출 및 공표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현행 환율시스템에서 굳이 시장평균환율을 산출하고 공표할 필요성이 있는 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과문해서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만, 선진국 중에서 이런 시장평균환율을 산출하여 공표하는 나라도 아마 없을 겁니다. 회계적인 측면(외화 자산과 부채의 원화 환산 등)에서나 다른 업무적인 측면에서 통일된 기준으로서 특정 환율(매일의 매매기준율)이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처럼 오전 10시에 주요 은행이 제출한 환율을 기초로 Fixing 환율을 발표하면 해결됩니다. Fixing환율을 발표하면 NDF정산환율을 시장평균환율에서 Fixing환율로 바꾸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평균환율에 비해 신뢰도는 매우 떨어지고, 현물환 청산에 따른 손실 발생 우려가 높아져 NDF거래의 매력은 많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으로는 외국인들이 선물환거래를 더욱 편리하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는 외국인들의 원화 예금에 대한 제한을 대폭 없애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외환관련 법규, 특히 외환거래규정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외국환거래규정을 다시 들여다 봤습니다. 세부규정들은 많이 바뀌었겠지만, 제 눈에는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외국인들의 국내 원화나 외화예금은 그 종류가 많습니다. 외화 대외계정, 비거주자 원화계정, 비거주자 자유원계정, 비거주자 원화신탁계정, 투자전용 대외계정 및 비거주자 원화계정, 증권회사에 별도로 개설하는 비거주자 투자전용 원화계정 등등. 과거에는 통계, 실태 파악, 외환 관리 등 다양한 이유로 필요했을 수 있으나 지금도 이렇게 구분해야 하는 지는 의문입니다.
오랜만에 외환관련 규정을 보면서 저는 우리 외환당국이 아직도 ‘빅 브라더’의 환상에 젖어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런 촘촘한 규정을 갖고 면밀하게 외환시장을 내려다 보면서 외환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외환위기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위기 발생시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과거 여러 차례 경험했듯이 규정이 있다고 위기가 발생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생각으로는 위기 발생 징후가 있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몇 가지 핵심적인 긴급 발동 장치만 남겨두고 외국환거래관련 법규는 대폭 간소화해야 하고 규제의 실질적인 Negative System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현행 규정은 외환이 극히 부족하고, 수출입 관련 정책금융이 은행이나 기업에 사활적인 영향을 미치던 시절의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있습니다. 1999년 4월 과거 ‘외국환관리법’을 ‘외국환거래법’으로 전환하였지만 외환거래규정상 여전히 ‘관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금융거래 실명제, 자금세탁이나 탈세 방지 관련 법으로도 현행 외환거래 규정의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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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간 통신을 코드화, 표준화하여 다양한 은행간거래의 결제 및 정보의 교환을 원활하게 하는 기구입니다.
** 한국경제(인터넷, 2013. 1.30일)의 “NDF환율 조작 후폭풍, 말레이시아 중앙은, ‘싱가포르 고시 믿지마라’” 기사를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환율 조작에 연루된 화폐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말레이시아 링깃화, 베트남 동화다. MAS는 작년 7월 말 은행들에 금리 설정 방식을 자체 점검하라고 지시하면서 NDF 시장의 환율 설정 방식까지 함께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일부 트레이더들이 온라인 메신저로 픽싱(fixing·만기 정산을 위한 환율 결정)을 위해 싱가포르은행연합회(ABS)에 제출할 환율을 사전에 모의한 사실을 밝혀냈다. WSJ는 “오늘은 네가 날 도와줘야겠다” “낮은 환율이 필요하다” 등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NDF 시장에는 UBS JP모건체이스 DBS홀딩스 HSBC홀딩스 스탠다드차타드 등 18개 은행들이 참여하고 있다. 어느 은행이 환율 조작에 관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 당시 일중 환율의 변동폭은 전일 시장평균환율의 ±0.4% 범위 내로 제한되었습니다. 그 후 여러 차례 에 걸쳐 그 폭이 확대되었고, IMF외환위기 발생 직전인 1997 년 11 월 20 일부터 ±10%로 유지되어 오다가 1997 년 12 월 16 일부터는 변동폭 제한이 폐지되어 환율은 완전히 시장기능에 맡겨지게 되었습니다.
**** 설명의 편의상 원화와 달러화의 금리 차이에 의한 자금관련 손익은 제외하였습니다.
첫댓글 대충 알고 있던 NDF에 대해 제대로 배웠습니다. 그리고 개선 방안 탁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