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에 아주 특별한 우체국이 생겼습니다.
편지도 부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우체국은 여행자를 위한 우체국입니다.
바람도 머물다 가는 바닷가의 옛 우체국을 여행자를 위한 플랫폼으로 바뀌었습니다. 거제시가 공모를 한 사업입니다. 2년 전 문을 닫은 거제구조라 우체국을 임대해서 어떻게 활용을 할까 고민하던 손용석 씨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는 ‘남기다 읽다 쉬다 생각하다’ 라는 콘셉트로 ‘바람곶우체국’이라는 오프라인 여행자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조금 서둘러 다녀왔습니다.
▲바람곶우체국
“바람곶우체국(?) 뭐 하는 곳이지”
“요즘 우체국도 요즘 갬성 트렌드 따라가나?”
거제시에 여행자들의 플랫폼이 생겼습니다. 이름해서 ‘바람곶우체국’입니다.
바람곶우체국은 바다를 향해, 그리고 모두를 위해 열려있습니다. 여행자들이 거제도에 와서 필요한 여행 정보를 얻어가며 쉬어갈 수 있는 오프라인 플랫폼입니다.
‘바람곶우체국’은 거제시가 여행자 플랫폼 공모를 해서 손용석 씨가 공모사업에 선정돼 탄생한 우체국입니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곤 손용석 씨가 바람곶우체국장에 취임했습니다.
‘바람곶우체국’은 진짜 우체국이었습니다. 1976년 12월 30일 지세포우체국 구조라 분국으로 개국했습니다. 1986년 5월 7일 지세포구조라우체국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2011년 4월 1일 거제구조라우체국이 됐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2014년 12월 31일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2020년 4월 바람곶우체국이 문을 열었습니다. 여행자들의 보금자리가 됐습니다.
바다로 향하는 바람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지나다가 머물러 가는 곳이라고 해서 ‘바람곶우체국’이라고 이름했습니다.
바람곶우체국은 옛 우체국 건물(2층)을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우체통이 생각나도록 건물 바깥 벽면을 모두 빨간색으로 칠했습니다. 아무런 소식도 오지 않는 이곳을 다시 빨갛게 물들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층은 여행자들의 쉼터입니다. 소포실에 의자가 놓이고, 소인을 찍던 책상은 테이블로, 돈을 보관하던 금고는 편지도 쓰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여행자들이 짐을 맡기고 쉬면서 여행 정보를 얻고, 허기진 배를 간단히 채우며,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는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그리움을 간직한 우체국은 편지와 엽서로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달됐습니다. 아주 오래 잊고 있던 소중한 사람이 떠오르면 펜으로 꾹꾹 눌러 쓴 손편지를 써 보는 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이나 메시지에는 담을 수 없는 감성을 그대로 담을 수 있어서겠지요.
1980년대 감성을 자극하는 게스트 룸도 있습니다. 채널을 직접 손으로 돌리는 14인치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있는 방인데 그냥 옛날 생각 물씬 나는 그런 곳입니다.
2층에 오릅니다. 계단이며 벽이며 모두 빨갛습니다. 6개의 방이 있는데 일부는 사무실로 쓰고, 두 개 정도는 예술을 하는 분들에게 나눠줄 방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여행자들이 잠깐 쉬면서 음식을 먹거나 여행 계획을 짜는 공간으로 내어줄 방입니다.
우체국 뒤쪽은 옛날 관사였습니다. 역시 빨갛게 칠해진 이곳에서 바람곶어묵과 우체국떡볶이, 좋은날칩스, 컵라면 등 간단한 요기가 될 것들을 여행자들에게 판매합니다.
관사 위 루프탑에 오르면 따스한 거제도의 봄볕과 함께 진하게 우러나는 바다 내음은 바다로 여행 왔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빨갛고 파란, 그리고 짙은 초록색 의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 높지 않은 곳인데도 주위를 돌아보면 사방이 다 보입니다. 서쪽으로는 구조라 바다에 떠 있는 윤돌섬과 구조라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남쪽으로는 구조라의 최고봉 수정봉과 구조라성, 그리고 거제도의 유명한 카페 외포널서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마을에 옹기종기 붙은 집들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저 멀리는 구조라 앞바다가 시원함을 더해줍니다.
북쪽으로는 폐교(구조라초등학교)가 그 옛날 소중하고 그리운 학창 시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바람곶우체국은 여행자에게 그저 짐을 맡기고 여행 정보만을 얻어가는 그런 공간을 뛰어넘습니다. 자그마한 어촌마을 여행에서 여행자는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촌마을에서 추억을 남기고, 우체국에서 책도 읽고, 여행에 지친 몸을 쉬면서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그려보는 아주 소중한 여행의 발자취로 바람곶우체국은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곳은 유리 난간을 설치해 안전하게 꾸며 놓았습니다. 본관 옥상은 노키즈 존으로 운영됩니다. 긴 의자와 테이블이 자그만 파티하기에 딱 좋은 공간 같습니다. 바람곶우체국장은 이곳을 프리마켓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까만 밤 본관 루프탑에 전등이 켜지면 정말 아름다운 밤이 될 것 같습니다.
손용석 바람곶우체국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와서 시간도 보내고 거제도 여행 정보를 알아가고 다른 여행자와 수다 떨면서 쉬어가는 편안한 쉼터”라면서 “바람도 머물다 가는 바닷가 옛 우체국 바람곶우체국에서 소중한 추억도 남기고, 책도 읽고, 쉬면서, 미래를 생각하는 멋진 추억의 장소로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거제도 바다가 그리워 떠나온 여행자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바람처럼 편지처럼 그리운 이곳에서 얼마든지 머물다 가세요
바람곶우체국은 늘 열려 있습니다”
바람곶우체국
경상남도 거제시 구조라로 4길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