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의 세상
10cm의 세상 225
트위터에 눈이 내린다.
메시지만 있고 실체는 없는 눈송이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명예퇴직하고 심마니가 된 <직장암 랭보>가 산으로 간 뒤 베트
남 새댁 <월남국수>의 아오자이가 뜨거운 눈물을 훔친다. 신문
배달하던 <ET>의 자전거가 금성으로 간 까닭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용이 된 미꾸라지>의 성공 신화는 <매 맞는 카사노바>
의 후일담에 묻혀 재빨리 잊혀졌다. 푸른 눈의 강사와 어울리던
<미미>가 기지촌에 짐을 푼다. <이웃사촌>은 어제도 오늘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귀 밝은 베토벤>이 쓴 시가 세상을 밝힌다. 어
린왕자를 기다리던 <사막여우>는 이미 죽은 지 오래 <천국의 양
치기>가 세상 모든 羊을 이끌고 강을 건너간다.
트위터에 눈이 내린다.
메시지만 있고 실체는 없는
눈송이들의 행렬이 세상을 바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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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시인
성신여자대학교 同 대학원 일문학 석사.
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역임.
2012년 月刊 <現代詩學>신인상 수상 등단.
2014년 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수상.
E-mail: haik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