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요약>
톰 라이트가 소개하는 바울의 삼위일체 신학
삼위일체론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삼위일체론을 하나님의 존재 방식에 대한 설명이라고 이해할 때 그런 종류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양태론이나 삼신론에 빠지게 된다. 결국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설명을 마치게 된다. 이것이 교리로 제시되는 삼위일체론에 대한 나의 평가다.
김세윤 교수는 삼위일체에 대하여 내재하시고 동시에 초월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성경의 표현 방식이라고 그 의미를 소개했다. 신학자 한스 큉은 그의 책 ‘그리스도교’에서 삼위일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정의했다: “아버지 하나님이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의 영 안에서 계시, 구원, 해방하시며, 우리 가운데 역사하신다.”
톰 라이트는 2014년 풀러 포럼에서 사도 바울의 삼위일체 신학에 대하여 강연했다. 그리고 2019년에는 짧은 영상으로 ‘예수님은 하나님이신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했다. 그 둘은 유사한 내용이다. 나는 톰 라이트의 위 두 영상을 모두 번역하고 자막을 달았다. 그 이유는 톰 라이트가 말하는 삼위일체론을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풀러 포럼의 강연 영상을 중심으로 톰 라이트가 설명하는 사도 바울의 삼위일체 신학에 대하여 요약도 하고 정리해 보겠다. 우선 톰 라이트는 헬라철학에 기반을 두고 형성된 삼위일체론이 추상적이고 교리적이며 실생활과 분리되어 기독교 신앙에서 말하는 하나님에 대한 적절한 설명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적어도 사도 바울은 삼위일체라는 말이나 본질 또는 위격 같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톰 라이트는 그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성경에서 사도 바울이 말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을 한다.
톰 라이트가 설명하는 바울 신학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그가 철저한 유대인으로서 유일신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쉐마 기도로 알려진 경건한 유대인들의 특징이며 그 기도는 그들을 한 분 하나님께 충성하게 하는 활력을 제공한다. 톰 라이트가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대사회가 이신론에 깊이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신론은 고대의 에피쿠로스학파의 주장과 통하는데 한분 하나님이 저 멀리 떨어져 계셔서 인간 세상에 관심도 영향도 없다는 생각이다. 톰 라이트는 현대 서구의 삼위일체 신앙이 이와 유사하게 교리화 되어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아브라함에게 자신을 계시하시고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원하신 하나님은 언제나 자기 백성들 가운데 거하시는 분이셨다. 그것이 성막과 성전에 가득한 하나님의 쉐키나다. 그런데 바벨론 포로기 이후로부터 유대인들은 하나님이 더 이상 자신들 가운데 계시지 않고 떠나가셨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하나님이 다시 돌아오실 것이라는 예언자들의 예언을 굳게 붙들고 살았다. 성전이 없던 시절의 유대인 디아스포라 중에는 두 세사람이 율법을 배우는 그 자리에 하나님의 쉐키나가 임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톰 라이트가 주목한 점은 복음서 기자들이 예수님의 행적을 기록하면서 하나님이 자기 백성에게 오신다는 구약의 예언이 이루어졌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는 사실이다. 요한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셨다고 했고, 마가와 마태는 이사야와 말라기의 예언을 소개하면서 하나님이 자기 백성에게 돌아오신다는 약속이 예수님을 통해서 성취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 소개되는 구약의 예언은 이사야 40장과 52장이다.
톰 라이트는 하나님이 자기 백성에게 돌아오신다면 그 모습은 출애굽 모델과 성전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노예생활과 포로생활에서 풀려나 해방을 얻게 하시려고 하나님이 오시는데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이 바로 그 일을 하셨다고 바울은 설명한다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이 자기 백성에게 돌아오실 때는 성전에 하나님의 영광이 충만하게 될 것이라는 모델을 제시한다. 여기서 톰 라이트는 사도 바울의 글을 인용하여 하나님의 신성이 충만으로 거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한다(골 1:19).
톰 라이트는 이사야 40장부터 55장까지의 주제를 하나님의 귀환으로 여긴다. 그렇게 보면 자기 백성에게 오시는 하나님은 고난 받는 종이 되셔서 자기 백성을 구원하신다. 그러므로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자기 백성에게 돌아오신 하나님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그림이다. 여기서 사도 바울은 이사야 45장 23절을 인용하여 모든 무릎이 주님 앞에 꿇겠고 모든 혀가 주님의 이름으로 맹세하리라는 말씀을 예수 그리스도에게 적용한다(빌립보서 2장).
이 부분이 톰 라이트의 신학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다. 기존의 삼위일체 논의가 하나님의 속성과 본질, 그리고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면, 톰 라이트는 아버지 하나님과 아들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성령의 관계를 구약성경의 길고 긴 이야기 속에서 언약의 성취라는 맥락에서 설명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기 백성에게 오리라고 약속하신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의 모습으로 오셔서 그 약속을 성취하셨다는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현현이며 영광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톰 라이트는 사도 바울의 글 속에서 하나님의 현현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에 대한 표현을 ‘수정된 유일신 신앙’(Revised Monotheism)이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삼위일체 신학을 통해서 공동체를 세우고 연합하게 하고, 거룩함을 추구하게 하는 기본정신으로 제시한다. 톰 라이트는 사도 바울의 삼위일체 신학이야말로 공동체의 소임과 사명, 그리고 싸움과 목적을 제시하는 지표라고 주장한다. 사도 바울에게 있어서 삼위일체 신학은 교회를 세우는 반석이 되면서 동시에 목회자로서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침이 되고, 교회들이 하나로 연합해야 하는 이유가 되며, 동시에 참된 예배로 인도하는 초청이었다.
톰 라이트는 신약학자로서 신약성경의 본문들을 깊이 묵상하면서 그 안에 배어 있는 삼위일체 신학을 드러내어 보여준다. 그의 설명을 통해서 율법 아래서 난 아들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고, 교회의 분열을 막고 일치를 이룰 수 있는 근거를 찾게 된다.
특히 톰 라이트가 주목한 대목은 초기교회가 있던 시대적 종교적 상황이다. 그 시대는 종교적으로 다원주의였고 로마 황제를 숭배하는 제국주의가 왕성하게 일어나는 세상이었다. 그런 가운데 복음을 전하는 사도 바울이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확신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한분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을 통해서 우리에게 오셨다는 수정된 유일신 신앙을 가졌기 때문이며, 그 유일신 신앙에 기초를 두었기에 사도 바울은 이방인과 이스라엘을 포함하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악한 권세인 죄와 사망을 꿰뚫어 보고 대적할 수 있었다. 이것이 톰 라이트의 설명이다.
나는 톰 라이트가 1세기 유대교 상황에 정통한 역사학자이자 신약성경에 정통한 신학자라고 들었다. 그가 과거 역사를 철저하게 연구하여 그 결과로 성경을 연구하고 오늘 우리와 우리 시대를 분별하는 안목을 제시할 때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강연 영상을 여러 번 들어보고 자막을 추출하여 번역도 하고 한글 자막을 단 영상도 만들어 보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요약도 해 본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믿고 전하는 복음이 세상을 변화시킨 위대한 능력이 있다면 그 능력이 어디서 비롯되며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태산과 같은 확신이 들기까지 겸손히 배우고 또 생각하고 기도할 것이다.
<끝>.
한글 자막 영상:
https://youtu.be/GuJD3srgkSs?feature=shared
짧은 영상 -한글 자막
https://youtu.be/9CFuL8E4uAQ?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