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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흥이칼럼] 녹색의 가치를 상실한 녹색성장 | ||||
요즘 MB 정부가 주창한 녹색성장이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다. 어떤 자치단체는 결재서류의 색깔까지 녹색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녹색성장 얼마나 좋은 말인가?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녹색은 녹색당으로 상징되는 진보 생태주의적 가치로 다가온다. 녹색의 가치를 천명하며 출범한 독일 녹색당의 정강 정책을 보면 그 첫번째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위해 성장제일주의에 기초한 생산구조의 변경, 둘째, 공정한 재분배의 실현, 셋째, 분권적 직접민주제의 채택, 넷째, 국가의 억압에 대한 저항권만 제외하고는 비폭력적 수단을 통하여 활동한다로 되어 있다.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사이의 상생과 공존의 가치가 바로 녹색의 가치인 것이다. 녹색은 단순한 색깔의 의미가 아니라 우리 삶의 태도와 가치의 문제인 것이다. 녹색의 가치는 성장 제일주의 생산구조의 변경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즉 경제가 천천히 발전하더라도 성장을 위해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핵심 이념이다. 또 자연과의 공존을 중시하는 만큼 인간사회의 상생과 공존, 평화와 평등의 가치를 추구한다. 그런데 속도전과 성장제일주의, 비복지적 작은 정부를 주창하는 MB정부는 녹색의 진정한 가치는 사장시키면서 개발과 성장주의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녹색성장이란 말을 유행시키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녹색성장의 핵심은 경제성장을 추구하되 자원이용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이를 다시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선순환구조’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성장을 희생하더라도 자연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녹색이념에서 보면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이정도의 원칙만 지킨다면 어느 정도 수긍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보면 녹색성장이란 구호가 무색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녹색성장의 구호속에 뭇 생명의 보고인 강과 하천이 회생 불능의 상태로 파괴될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개발과 성장, 물신주의 확산은 국민들이 우리 미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한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당장 얼마의 예산이 우리 동네에 배정되는지만 관심을 갖도록 지역간 경쟁의식을 유발하며 불도저와 콘크리트로 상징되는 토목사업에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저탄소 녹색성장’ 구호속에 저효율 고비용의 에너지 과소비와 이미 독과점 상태에 있는 대형 건설사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는 대규모 토목사업의 본질이 가려지고 있다. 이제 시민이 행동하는 양심으로 깨어있어야 한다. 문제의 현상을 넘어 그 이면에 있는 본질을 인식하는 건강하고 성숙한 시민사회야 말로 권력자들이 얄팍한 속임수로 국민을 기만할 수 있다는 유혹을 떨 쳐 버리게 하는 힘이다. 깨어 있고 행동하는 시민의 존재야 말로 우리사회의 희망이자 녹색의 가치를 제대로 살리는 일이다. 녹색은 모두의 마음을 선하고 따뜻하게 해준다. 그리고 무한 경쟁과 물질적 탐욕으로부터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 살아야 함을 느끼게 해준다.
송재봉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 두꺼비친구들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