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의 에인젤스는 참 멋있었습니다.
6승 14패라는 프랜차이즈 타이인 최악의 출발을 보였음에도 궁극적으로는
99승으로 프랜차이즈 최다승, 최고승률을 경신했고, WS에서도 특유의
끈질긴 승부욕과 스몰 볼로 WS 타이틀을 따왔습니다.
제가 에인젤스의 팬이 된 것도 변변한 전국구 스타 하나 없이 질기디 질긴
승부욕으로 양키즈를 격침시키고, 본즈의 샌프에 벼랑끝까지 몰려서도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역사를 만들어 버리는 (6차전 대단했죠^^) 모습에
반해서입니다.
뜬금없는 글입니다만, 얼마 전 은근히 응원하던 디트의 참패도 쓸쓸하고,
(그래도 엑스타인의 MVP 수상과 스피지오의 나름대로의 활약이 작은 위안이
됐습니다만,) 또 뒤늦게 에인젤스의 WS 우승 DVD를 뒤늦게 구입해 보고
새삼 그 시절 감격이 되살아나서 한번 써봅니다.
Game 1
두 어른은 81년 다저스의 월드 시리즈 우승 동기입니다.
각각 팀의 주전포수와 주전 외야수로 그 해를 책임지셨죠.
이런 인연을 가진 분들끼리 감독으로서 WS에서도 다시 만나는 것도 참
남다른 감회일 듯 합니다.
그 때 다저스의 우승 감독이 그 유명하신 라소다 ^^
이 분 시작부터 한방 날립니다.
괴물의 17년만의 WS 진출이라 해서 그에 대한 관심도 엄청났었습니다.
괴물은 괴물이시죠. 그런 중압감이라고는 관심도 없다는 듯 가볍게 첫
타석부터 한 방~
7차전 동안 OPS 1.294, 8안타 중 홈런 4개, 2루타 2개..
샌프가 우승했더라면 MVP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겠죠.
이에 질세라 에인젤스에서도 2002 WS의 스타 글로스가 한방 땡겨줍니다.
1차전 선발 워시번도 나름대로 역투했지만 5.2이닝 4실적으로 패전투수가
되고 맙니다. 본즈에게 홈런을 맞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는데,
명백한 실투인 걸 알고 있어서 그냥 껄껄 웃을 수 밖에 없었답니다.
1차전은 결국 본즈의 홈런이 결승점이 되어 4-3으로 샌프가 승리하였고,
이로써 에인젤스는 WC제 시행 이후 1차전을 모두 패한 후 WS 타이틀을 가져
가는 진기록을 세우게 되네요.
Game 2
이 게임에선 그야말로 난타전이 벌어지는데, 덕분에 오티즈와 에이피어는 WS
사상 45년만에 가장 일찍 끌려 내려간 선발투수들이라는 기록을 세웁니다.
(45년 전 밀워키 브레이브스의 벌과 양키스의 라센은 각각 1회와 2회에 쫓겨났죠..)
8회 새먼의 투런이 결국 결승포가 되어 난타전을 끝을 냅니다.
그러나, 쉽게 무릎 꿇지 않는 샌프(본즈)..
본즈, 9회에 심금을 울리는 한방을 다시 추가합니다만, 어렵사리 퍼시벌이
막아냅니다.
11-10으로 에인젤스가 승리함으로써 K-Rod는 만 21세도 안 된 최연소의
나이로 WS 승리투수가 되는 기록을 세웁니다.
Game 3
샌프에 본즈가 있다면 우리에겐 글로스가 있다.
02 WS에서 0.385 3홈런 8타점을 때려낸 글로스가 WS MVP를 먹죠.
8회 투런을 때려내는 본즈.
이로써 본즈는 첫 WS 첫 3게임 동안 연속으로 홈런을 때려내는 진기록을
세웁니다.
3차전을 10-4로 에인젤스가 가져감으로써 에인젤스는 첫번째 역전에 성공
합니다.
Game 4
글로스는 3회초에 투런을 날려 3-0의 리드를 가져옵니다.
이 홈런은 '02 포스트 시즌에서 그의 7번째 홈런이었고, 이는 메이저 리그
신기록입니다.
8회말 벨이 K-Rod에게서 뽑아낸 싱글이 결승타점이 되어 4-3 샌프의 승리
(간지 죽이는군요... ㅡ.,ㅡ)
K-Rod는 WS 최연소 승리에 이어 바로 WS 패배를 기록하게 됩니다.
02년 정규시즌 단 다섯번의 메이저 리그 경험 밖에 없었던 그에게 '02 WS는
그를 위한 스타 등용문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Game 5
샌프에는 본즈만 있는 게 아니라고 (실제론 그래 보이지만..) 켄트가 강력하게
어필한 게임입니다. 홈런 2개를 포함해 5-3, 3타점
(6회 홈런 장면)
홈런 맞고 맘 상한 웨버의 모습, 이 날은 도넬리를 제외하고 모든 에인젤스 투수들이
피떡(허걱!)이 되었죠..
16-4로 샌프가 승리함으로써 다시 재역전..
Game 6
대망의 6차전입니다만..
잠시 쉬어가기 위해 대런 베이커의 모습 ^^
빵집 할배는 어쩌자구 저런 늦둥이를.. ㅡ.,ㅡ
6회가 끝나고, 5-0..
샌프는 서부로 이사를 오고 첨으로 우승컵을 안을 수 있는 상황까지 바싹
다가가 있었습니다.
절망스런 에인젤스..
하지만 에인젤스에게는 멍키 랠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PS 타점 머신 스피지오도..
마지막 아웃 카운트 8개를 남기고, 5점차에서 스피지오의 3점포가 터집니다.
스피지오는 PS 19타점으로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번 '06년 포스트 시즌에서도 스피지오는 타율이 높지는 않았지만,
8안타 6타점으로 타점 머신의 위용을 자랑했네요.
그리고, 8회 글로스의 역전 결승타..
퍼시발이 9회를 말끔하게 틀어 막으면서 (Perci show no mercy!)
스코어 6-5로 경기는 끝납니다.
오트리 여사의 기뻐하는 모습이 왠지 뭉클하더군요.
DVD의 제목처럼 Heaven in Seven! 입니다.
Game 7
7차전이 열리는 에디슨 인터내셔날 필드..
아직 최종전이 남아 있음에도 완전 축제 분위기인 에인젤스 팬들..
"Bury Bonds"라는 살벌한 플래카드부터 "Angel stock ↑, Bury bonds ↓"
라는 소박한 플래카드까지 재치가 난무합니다.
래키의 선발등판.
WS 7차전에서 루키가 선발로 등판하기는 WS 역사상 처음이라고 합니다.
5이닝 1실점으로 일단 할만큼은 했습니다.
3회말 개럿 앤더슨 3타점 2루타가 터지면서 게임은 그대로 끝!
(엘리트 흑인의 냄새가 펄펄 풍기는 앤더슨...)
K 로드의 또 다른 쇼
Percival time 앞의 8회에 등판한 K-rod는 본즈를 걸린 것 외에는 오릴리아,
켄트, 산티아고를 차례로 3진으로 돌려 세웁니다.
마이너 리그에서 냉혈한으로 불리웠다는 K-Rod. 도무지 거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어 퍼시발이 약간 긴장한 듯 힘겹게 9회를 막아 내면서 '02년 애너하임의
신화가 완성되네요~^^
지금의 에인젤스는 투자도 듬뿍듬뿍 할 줄도 알고 전국구 스타들도 보유하고
있고, 무엇보다 애너하임이 아닌 LA 에인젤스입니다.
공룡이 되어 버렸죠.
가끔씩 그 때의 소박한 애너하임이 그리워지는 건 나이 먹어 생긴 고집스런
미련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
(예전에 에인젤스의 옛구단주인 미스터 오트리에 대해 어떤 분이 글을 올려
주셨던 것 같은데, 혹시 다시 올려 주실 수 없는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