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지옥’ 사라진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2027년 400만 명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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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3년 5월 3일 경기도 성남시 러스크재활병원에서 열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재활병동 현장 간담회에 앞서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2월 19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간병 부담은 ‘간병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간병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정부는 국정과제로 간병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12월 21일 간병 부담을 낮추고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간병 서비스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을 확정·발표했다. 국가가 중심이 돼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입원·수술, 회복·요양, 퇴원 이후까지 국민 수요에 맞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경감방안에 따르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이하 통합서비스)는 2015년 통합서비스가 법제화된 이후 처음으로 제도를 개편한다. 통합서비스는 입원환자에게 가족이나 간병인이 필요 없도록 전담 간호인력이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제도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간병비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경감방안에서는 이를 더 많은 국민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강화했다. 또 정부는 요양병원에서도 간병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제도화할 방침이다.
자료 보건복지부
간호인력 늘리고 서비스 질 제고
통합서비스 개편의 방향은 질 높은 간호·간병 서비스 제공이다. 중증환자를 집중관리하고 재활환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며 간병 기능도 강화하는 방안을 통해서다.
통합서비스는 간병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제도지만 의료현장에 널리 적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중증일수록 간호인력이 더 필요해 병원들이 중증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도 문제로 지적돼왔다. 간호인력의 업무범위가 제한돼 있어 간병기능이 약하다는 점은 이용자들의 불만거리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중증환자를 집중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우선 상급종합병원을 시작으로 ‘중증환자 전담병실’이 도입된다. 중증 수술환자나 치매, 섬망환자 등을 전담할 수 있는 별도 병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간호사 1인당 환자 4명, 간호조무사 1인당 환자 8명을 담당하게 된다.
병원이 중증환자와 경증환자를 선별해 병동별로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던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앞으로는 의료기관별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 대신 중증도와 간호인력 배치,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 수준을 연계한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중증환자 전담병실이 아닌 경우 간호사 1인당 환자 5명을 배치하고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더 많이 받는 병원일수록 재정 보상도 늘린다.
재활의료기관은 재활환자의 적정한 재활기간이 보장받도록 질환의 특성을 반영해 입원료 체감제를 적용한다. 입원료 체감제는 환자의 입원이 길어질수록 건보공단이 의료기관에 주는 입원료를 차감해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막는 조치다. 그동안 질환 종류와 상관없이 16일 이후 입원료가 차감됐지만 앞으로는 뇌·척수 질환의 경우 180일 이후, 하지 절단은 60일 이후 입원료가 차감된다.
간병 기능은 더 강화된다. 현재 간호조무사가 10개 병실당 1명 배치되던 것에서 3개 병실당 1명으로 늘려 인력 배치를 현재보다 최대 3.3배 확대한다. 또 병동·재활 지원인력이 일반식 식사를 보조하거나 세수나 머리감기를 도와주는 등 위해 가능성이 낮은 간병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간호인력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를 위해 간호사 배치를 확대하고 교육전담간호사 배치를 의무화하며 간호인력의 처우개선을 강화했다.
간호사 배치와 관련해서는 중증환자 비율이 높은 종합병원도 상급종합병원의 인력배치 기준을 따르도록 한다. 지금까지는 종합병원의 통합서비스는 간호사 1인당 최소 환자 7명을 배치하는 것에 그쳤지만 이제는 간호사 1인당 환자 5명을 배치받을 수도 있다. 다만 간호사 인원을 산정할 때 행정담당 간호사는 배치 인원에서 제외하거나 차등 적용해 인력배치가 실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중심으로 구성될 수 있게 한다.
긴급하게 결원이 생길 때에 대비해 대체 간호사를 2개 병동당 1명씩 지원하고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도입한다. 신규 간호사의 임상 적응을 지원하는 교육전담간호사는 100병상 이상 운영 시 100병상당 1명을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간호인력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성과평가 인센티브 지표 중 간호인력 처우개선 성과의 가중치를 강화한다. 야간전담 간호조무사에 대한 수가도 신설된다.
합리적인 보상으로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과 병원을 늘려가는 방안도 추진된다. 성과평가 인센티브 지원금 규모를 연 290억 원에서 연 73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린다. 2022년 기준 37.4%인 종합병원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성과평가 인센티브 지표 중 병상참여율 비중을 확대한다.
자료 보건복지부
요양병원에서도 질 높은 간병서비스
통합서비스를 개편하는 것과 동시에 요양병원 간병 지원이 단계적으로 제도화돼 국민의 간병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요양병원 간병비는 모두 개인이 부담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 본인 부담이 낮아진다.
정부는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1년 6개월 간 10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1차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에서는 의료서비스와 간병 필요도가 모두 높은 환자 중 의료 필요도와 요양 필요도를 함께 판단하는 의료·요양 통합판정 방식으로 선정해 간병비 지원 대상이 정해진다. 지원기한은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달라진다.
1차 시범사업에서는 간병인 1인당 연평균 환자 수가 4명이 되도록 한다. 간병인은 간호사의 지도·감독 아래 간병업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간병업무를 표준화하고 교육·훈련을 실시해 서비스 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한다.
10개 요양병원 600명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1차 시범사업이 종료되면 2026년부터 2단계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이를 통해 대상자 수요와 소요재원이 정밀하게 추계되고 재원조달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2027년부터 전국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본사업이 실시된다.
환자들이 퇴원 후 집에서도 의료·간호·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도 만들어진다. 2027년까지 전국 시·군·구에 퇴원 노인도 이용할 수 있는 재택의료센터가 1곳 이상 설치된다. 2024년부터는 퇴원환자 등이 긴급하게 필요할 때에 대비해 ‘긴급돌봄 지원 사업’도 신설된다.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 간에 정보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퇴원환자의 정보를 받아 지역에서 의료·간호·돌봄서비스를 지원하는 시범사업도 진행한다.
공공의 간병서비스를 확대하는 동시에 민간의 간병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간병인 공급기관의 기준을 마련하고 등록제 등 관리체계를 도입한다. 간병인 관리 표준지침과 표준계약서도 마련하고 간병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한편으로 정부는 복지기술을 활용해 간병 부담을 줄이고 관련 산업도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통합서비스에 자동 배변 처리기나 욕창 예방 매트리스 같은 간병 용품 대여서비스가 도입된다. 대소변 배설과 위생 등 간병 부담 절감 효과가 큰 품목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적용 보조기기 확대 방안도 검토된다. 현재 다부처 연계로 진행 중인 간병·돌봄 로봇에 대한 연구개발(R&D)도 확대한다. 배설, 식사, 이동, 커뮤니케이션 등을 수행하는 로봇의 개발과 함께 사회서비스 연계모형도 개발해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게 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에 대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환자가 입원·수술부터 회복·요양, 퇴원 후 집에서까지 필요한 의료·간병서비스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겠다”며 “간병비 지원뿐만 아니라 양질의 간병인력 양성 및 근무여건 개선, 민간의 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한 지원·관리로 간병서비스의 품질 향상 등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