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지하상가의 밤하늘
심열희
오늘 몇 년 만에 지하상가에 갔다. 토요일에 민화 수강생들 작품을 찾아오고 오늘 수업 시간에 족자며, 패널 값을 걷어가지고 중앙시장 부근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명동을 지나 표구사에 갔는데 주인장이 자리를 비워 돈을 지불하지도 못하고 되돌아오는 길에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니 지하상가로 내려갔다.
한때 지하상가가 한창일 때 딸네는 의류점을 여러 곳에 했는데 올 여름 한곳을 정리하고 이제 마지막 하나 남은 가게에 모처럼 들렸다. 지하상가 가게를 접은 후 지상 명동에다 큰 의류매장을 하고 있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명동에 나가도 가끔 딸이 근무하는 지상에 있는 가게를 들리게 되지 지하에는 가게 안되어 몇 년 만에 지하상가에 갔는데 만남의 광장 역시 많이 변했다. 물줄기를 뿜어내던 분수도 없어지고 무대로 사용하던 공연장도 그 자리에 없고 대신 천정에는 밤하늘에 은하수가 흐르고 별이 반짝이고 있다. 바닥에는 초승달과 토끼 모형을 만들어 조명까지 밝히니 달나라에 온 기분이다.
지상 명동에도 빈 가게가 많지만 지하상가에는 중앙에만 살아 있지 끝으로는 거의 비어있다. 성황을 이루던 지하상가의 풍경은 앞으로는 없을 것 같아 아쉽다. 그래도 마지막 한 곳 남은 딸네 가게가 있어 내 발길이 지하상가로 향했을 것이다. 이래서 늘 모든 추억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