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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추천하는 『어머니의 탄생』은 여성 그리고 모성애에의 역사와 한계에 머무른 인문학적인 답답함에서 벗어나 자연선택에 대한 판도를 바꾼 결정적인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자식을 둔 젊은 엄마들에게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난 결혼 전부터 애 엄마에게 강력하게 경고한 것이 있다. 아이교육을 핑계로 학교 엄마들과 그리고 동네 엄마들과 싸댕기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의 양육 방식과 타인의 양육 방식은 다르다. 학원과 학업이라는 문제를 핑계로 엄마들과 잡담할 시간에 조용히 앉아 2달이건 3달이 걸리던 이 책을 부여 잡아라! 일반인이 소화하기에는 어렵다. 그러나 언제까지 맨날 거기서 거기인 마음의 위로만 받는 책만 읽을 것인가? 문제는 사건과 현상이 아닌 본질에 있다.
나라는 존재를 결정하는 자연 상태에서 어머니는 어떻게 탄생되었고 모성애는 어떻게 진화되었는가?
그리고 내 엄마와 내 자식을 보라!
여전히 내 엄마와 내 아이가 이 『어머니의 탄생』을 읽고도 사고와 행동이 변하지 않았다면 헛산 인생이다.
어머니의 탄생은 지구 생명사에 가장 위대한 사건이다. 여운이 자연주의적 페미니스트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이유다. 이 땅의 엄마이자 어머니임을 스스로 대견스럽게 여기길 바라며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내가 도덕경을 다른 철학자들과 다르게 주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는 이런 책들을 고집스럽게 읽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세라 블래퍼 허디(Sarah Blaffer Hrdy, 1946~ )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과학 책은 단 한 권도 안 읽은 사람일 것이다. 어머니의 탄생은 수많은 책에서 가장 인용이 많은 책이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은 어머니의 진화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저자 세라 블래퍼 허디(Sarah Blaffer Hrdy)는 1946년 7월 11일, 미국 텍사스 주의 댈러스에서 태어나 래드클리프 칼리지(Radcliffe College)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 1968년, 인류학자 어빈 드보어(Irven DeVore)의 학부 수업을 수강하던 중 인도의 랑구르원숭이(Langur)가 보이는 기괴한 행동(영아 살해 행동, infanticidal behavior))에 흥미를 느껴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 영장류 사회 생물학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인도 아부에서 랑구르원숭이, 특히 수컷 랑구르원숭이에서의 영아 살해 행동을 관찰,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1975년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 연구 결과는 1977년 『아부의 랑구르: 암컷과 수컷의 번식 전략(The Langurs of Abu: Female and Male Strategies of Reproduction)』으로 출간되었다. 영아 살해가 스트레스 상태에 놓인 동물이 무작위적으로 벌이는 비정상적인 행동이라는 통념을 뒤엎고 번식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개체들의 적응적 행동임을 밝혀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그동안 낡은 편견에 가려 누락되어 왔던 암컷의 관점을 다윈주의에 통합시킴으로써 진화 패러다임을 양성 모두로 확장하는 데 크나큰 역할을 했다.
1981년에 출간한 『여성은 진화하지 않았다(The Woman that Never Evolved)』는 자연계의 암컷 영장류들이 경쟁적이고 성적으로 독단적이며, 능동적인 전략가라는 사실을 입증해 찰스 다윈(Charles Darwin) 이래 생물학을 지배하고 있던 성적으로 수동적이며 수줍은 암컷이라는 가정을 폐기하도록 만들었다. 이 책은 그해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그 후 15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아마존 저지대와 아프리카 등지의 부족 집단 및 현대 도시 사회, 사회성 곤충과 포유류, 영장류 등 방대한 인류학, 생물학 자료들을 바탕으로 모성과 여성/암컷의 본성을 재검토한 결과물로서 1999년에 『어머니의 탄생(Mother Nature)』을 출간했다. 2009년에는 모성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양육과 관련한 주제를 좀 더 심화시켜 다룬 『어머니와 타인들(Mothers and Others)』을 출간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 인류학과의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미국 국립 과학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미국 기술 과학 아카데미 회원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환경 복원에 힘쓰고 있다.
" '어머니 대자연(Mother Nature)'과 같은 개념은 더 이상 낭만화된 자연법칙의 속기법이 될 수 없다. 그러한 법칙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 속의 생명체들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보다는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는 어머니에 대한 개념들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널리 받아들여진 지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다면적인 생명체로, 여러 정치적 목표들을 손에 쥐고 곡예를 하는 전략가다. 그 결과, 태어난 각각의 아이들에 대한 헌신의 정도는 상황에 따라 크게 달랐다. 이 사실을 깨달은 나는, 나의 성장 과정과 현재의 삶에서 받아들였고 또 받아들이고 있는 가치들을 고려해 보면, 우리의 여성 조상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장비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머리말
나는 어른이 된 후로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생명체들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내 삶의 전부를 바쳐 왔다. 적어도 인간은 운이 좋았던 덕택에 진화할 수 있었다. 나 자신이라는 존재는 다른 사람들 모두와 마찬가지로 운 이상의 것이다. 나는 하나의 기적이다. 내 어머니가 가지고 태어난 700만 개의 난자 중 성숙해서 내 아버지의 정자로 수정된 난자는 나의 것이었다. 수정된 태아는 태아에게 닥치기 마련인 난국을 헤치며 변덕스러운 임신 과정을 극복하고 태어나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이 될 예정이었던 이 생명체는 어땠을까?
타인을 돌볼 수 있게 하는 정서적 유산을 물려받고, 유인원의 난소로 번식(reprodution) 하며 인간의 정신을 소유한 한 마리의 포유동물로 태어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인간 여성이 홍적세(Pleistocene, 지금으로부터 160만 년 전에서 1만 년 전까지의 기간)를 살았던 조상의 후예라는 사실은 여성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의 조상들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필요한 식량을 모으고, 자손이 살아남아 번성할 수 있게 하려고 타인의 도움을 얻으려 애썼다. 이 모두가 야심 찬 여성 한 명에게 체현되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거의 지속적인 성적 수용성(sexual receptivity)을 지니고, 두 발로 걷는 털 없는 동물이며, 서로 모순적인 열망들로 가득하고,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씨름이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좋건 나쁘건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렌즈를 통해 세계를 본다. 나의 피사계 심도는 수백만 년 더 깊고, 내가 관찰하는 뷰파인더 대상들은 침팬지, 오리너구리,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같이 서로 다른 종들의 속성을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별난 버릇이 있다. 나는 어머니에 대해 생각할 때 비교 문화적관점과 역사적 관점뿐만아니라 진화적, 종간 비교적 관점이 포함된 넓은 시야를 택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따라서 모성(motherhood)을 조사하는 나의 연구는 내가 토대로 삼고 있는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 소설, 시, 그리고 사회사와 구분된다. 나는 인류학, 영장류학, 그리고 진화론을 통해서 학문적인 훈련을 받았다.
2010년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어머니의 탄생, 2021년 에이도스에서 출간 된 어머니, 그리고 다른 사람들
목차
머리말
1부 동물들을 살펴보기
1장 지뢰밭 같은 모성
2장 어머니에 대한 새로운 관점
3장 발달에 숨겨진 수수께끼
4장 상상 불가능한 변이
5장 진화적으로 유의미한 환경의 가변성
2부 어머니와 대행 어머니
6장 젖 길
7장 지상에서 모성으로
8장 영장류식 가족계획 285쪽9장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
10장 최적의 아버지 수
11장 누가 보살폈는가?
12장 비자연적인 어머니들
13장 아들이냐, 딸이냐? 경우에 따라 다르다
14장 오래된 타협과 새로운 맥락
3부 영아의 관점
15장 타고난 애착 능력
16장 애정 어린 눈길과의 마주침
17장 무엇으로부터 또는 누구로부터 안전한가?
18장 태아의 역량을 강화하기
19장 왜 사랑스러워야 할까?
20장 “기를 가치가 있는 아기”가 되는 법
21장 지방의 문제
22장 인간의 결속에 대하여
23장 엇갈리는 발달 경로
24장 좀 더 나은 자장가를 위하여
감사의 글
주(註)
참고 문헌
옮긴이의 글
찾아보기
그림 및 사진 저작권
1. 비행기를 탄 유인원들 9
협력의 배선 | 정서적 현대성의 의미 | 생존하기 위한 배려와 공유 | 침팬지와 사람의 비교 | 주고자 하는 충동 | 인간은 어떻게 협력적인 유인원이 되었나? | 이 책에 대해서
2. 왜 그들이 아니라 우리인가? 54
논리적으로 볼 때, 언어가 더 나중에 진화했다 | 포유류 역사와 함께한 희미한 공감의 빛 | 마음을 읽는 엄마 가설 | 마키아벨리 지능 가설 | 원숭이도 보면, 느낀다 | 눈은 알고 있다 | 다른 유인원도 응시하고 모방한다 | 새로운 차원의 상호작용 기반 | 기이한 탈선 | 퍼즐 다시 풀기
3. 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한가 98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시작 | 다른 유인원들과의 확실한 결별 | 새로운 세상에서 태어난 아기 | 애착 이론가들이 간과한 것 | 나머지 절반의 육아 | 완전한 형태의 협동 번식 | 협동 번식의 어두운 면 | 돌봄 공유의 인구학적 함의 | 대행 부모는 인간에게도 대단히 중요하다 | 동전 던지기
4. 독특한 발달 과정 163
인간 아기들이 찾는 추가적인 그 무엇 | 헌신 감별사 | 어머니 휴식 시간의 결과 | 떨어져 있는 동안 연락하기 | 캐스팅을 많이 할수록, 이야기가 탄탄해진다 | 애착 이론의 확장 | 다중 애착과 그 통합 | ‘베풀어 주는’ 곳으로서의 세계 | 공감적, 또는 정서적 현대 인류로의 변화 | 돌봄 공유의 심리학적 함의
5. 진짜 홍적세 가족 여러분, 앞으로 나와 주시겠어요? 208
비싼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섹스 계약” | 섹스 계약의 단점 | 아버지가 가장 중요한 경우 | 추가적 아버지, 또는 부분적인 아버지 두기 | 문화적으로 만들어진 키메라 | 남성의 여러 가지 동기 | 선택적인 아버지 노릇의 역설 | 전략적 유연성 | 아빠와 건달의 생물학적 기반 | 마모셋, 그리고 남자
6. 대행 부모를 소개합니다 255
조류와 유유상종, 왜 그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가 | 음식 나누기의 결정적 중요성 | 폴 셔먼의 “진사회성의 연속선” | 해밀턴 법칙은 혈연 선택을 넘어선다 | 돕지 않는 것이 더 비용이 큰 경우 | 선량한 도움은 찾기 힘들다 | 집단 멤버십의 혜택 | 협동 번식 진화의 생태적 요인 | 협동 번식 진화의 행동적 요인 | 인간에게도 불임계급과 동일하게 여길 만한 것이 있는가?
7. 감각을 사로잡는 아기들 304
유아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 | 태반 섭취에 대한 의문 | 아기의 가치 | 신생아의 매력 | 인기를 끄는 옷 입히기 | 돌봄 공유를 위한 유망한 지원자
8. 그중에서도 할머니 337
혈연 근처에서 출산하는 것의 중요성 | 헬렌 알바레즈의 정정 | 만약 딸에게 근처의 어머니가 있었다면, 그 이후에는… |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거주 형태에 대한 유전학적 증거 | 나이 든 암컷의 이타주의에 대하여 | 이제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다 | 할머니 만들기 | 언제, 그리고 정확히 어떻게 할머니들이 도와주는 걸까? | 어머니의 어머니 vs. 아버지의 어머니 | 홍적세 이후의 가부장제 | 할아버지는 뭘 하고 있는가? | 인구통계학적 행운 | 할머니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을 때 | 대행 어머니 만들기
9. 유년기와 인간의 유래 395
연장된 수명, 길어진 유년기, 더 큰 두뇌 | 협동 번식은 언제 처음으로 시작되었을까? | 정서적 현대 인류의 출현 시기 | 사회적 결속의 새로운 차원 | 우리는 본성을 잃었는가?
사진 및 그림 출처 425
미주 428
참고문헌 467
찾아보기 534
이 책은 1011페이지의 방대한 내용이다. 이 책이 부담스러우면 최근에 출간된 책을 읽는 게 좋다
★자기희생적 ‘모성 신화’에 반기를 든 화제작★
지금까지 당신이 알고 있던 어머니는 잊어라!
여기 세상 모든 엄마들의 진짜 역사가 있다!
무조건 희생하는 어머니? 천만에!
세상 모든 어머니는 기업가적 제왕이자, 정치가, 전략가이다!
바야흐로 ‘엄마의 시대’다. 텔레비전을 켜면 분유, 기저귀 등 아기용품에서부터 정수기, 공기 청정기, 라면, 학습지에 이르기까지, 상위 1퍼센트 안에 드는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구입해야만 할 것 같은, 현명하고 개념 있는 엄마들을 향한 상품 광고로 가득하다. 신문과 인터넷, 각종 시사 프로그램은 자녀의 내신 성적을 소수점까지 관리한다는 ‘알파맘’과 자녀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조력자 역할만 한다는 ‘베타맘’ 논쟁으로 연일 뜨겁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와 영화 「마더」로 촉발되어 대중문화 예술계를 강타한 엄마 열풍은 해를 지나서도 수그러들 줄 모르고, 이러한 사회 현상을 반영한 듯, 얼마 전에 폐막한 서울 국제 여성 영화제는 모성을 다룬 작품들을 선보였다.
보다 열린 교육 및 직업 선택의 기회와 피임법 등 산부인과적 의학 기술의 발달로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어머니의 스펙트럼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모성을 둘러싼 논쟁의 이면에는 자기가 낳는 모든 자식들에게 조건 없이 헌신하는 ‘자기희생적 모성’이 ‘좋은 엄마’, 어머니의 교본이며, 따라서 출산과 양육의 책임은 온전히 여성에게 있다는 오래된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 이렇듯 모성이 ‘전적인 헌신’과 동일시되는 사회에서는 직업적 성공과 자녀 양육을 놓고 야망을 선택하거나, 성별이나 출생 순위에 따라 자식들을 차별하거나, 영아 유기나 방치, 살해 등으로 양육을 포기하는 어머니들은 ‘비정한’ 내지 ‘비자연적인’ 어머니라는 비난을 받으며 사회적 처벌을 감수해야만 했다.
정말로 자연은 여성을 어머니로 설계했을까? 여성은 자신이 낳는 모든 아이들을 기르려 하고 또 차별 없이, 조건 없이 그 모두에게 자애로울까? 심지어는 새끼들에게 자신의 몸을 일용할 양식으로 내어 주는 어미 거미처럼 ‘자기희생적 모성’이 인류 여성, 나아가 지구상의 모든 동물 암컷들이 지닌 종 전형적 특성인 것일까?
(주)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한 『어머니의 탄생(伊Mother Nature伊)』은 이러한 의문에 답을 얻고자 지구상에 생명체가 출현한 이래 존재했으며, 존재하고 있는 모든 어머니이자 여성들의 삶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 한 여성 과학자의 장대한 여정을 담고 있다.
30년 이상 현장에서 영장류 사회 생물학을 연구한 진화 생물학자이자 인류학자,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인 세라 블래퍼 허디(Sarah Blaffer Hrdy) 박사는 여성에게 배타적이었던 과학자 사회에 성공적으로 입문하는 동시에 자녀들을 잘 길러 내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실존적 고민들로부터 출발해, 칼라하리 사막의 !쿵 산, 야노마모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부족 집단들과 후기 산업 사회의 도시 상류 계층, 남아메리카 판자촌의 하층민, 그리고 사회성 곤충과 포유류, 영장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인류 집단과 동물 사회를 분석해 엄마이자 여성/암컷들의 진짜 역사를 재구성해 낸다.
다윈주의 페미니스트, 모성 신화를 전복하다!
「창세기」에 따르면 신은 먼저 하늘을 창조했고, 그 다음으로 지구를, 그 다음으로는 다양한 식물들 각각을, 인간 외 동물의 모든 종들을, 그리고 6일째에는 남자를, 그리고 그의 갈빗대(혹은 그의 넓적다리뼈) 하나를 취해 여성을 창조했다. 1859년에 찰스 다윈은 성서적 설명에 대한 혁명적 대안을 하나 제시하고, 자신의 대안 창세기에 『종의 기원에 대하여(On the Origin of Species)』라는 제목을 달았다. 다윈은 인간이 다른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선택이라 명명된 점진적이고 무심하며 비의도적인 과정에 의해 진화했다고 제안하며 진화 이론을 생물계를 설명하는 가장 정합적이고 포괄적인 이론의 위치로 끌어올려 놓는 데 성공한다. 그 후 잇달아 『인간의 유래와 성에 연관된 선택(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과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伊The Expression of the Emotions in Man and Animals伊)』까지 출간하며 인간 본성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혁명적 견해를 19세기 지식 사회 및 이후 세대 다윈주의자를 포함한 생물학 진영에 널리 퍼뜨렸다.
하지만 다윈은 성적으로 수줍고 정숙한 여성과 자기희생적인 모성이라는, 빅토리아 시대에 만연해 있던 가부장제적 편견과 도덕주의자들의 바람을 자신의 성선택 이론에 포함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태초에 여성/암컷을 스스로가 능동적인 행위자가 아닌 하나의 ‘자원’, 단일한 계층으로 무더기 취급해 버림으로써 진화 이론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종의 전체가 아닌 절반만을 포함한 반쪽짜리 이론이 되고 만 것이다. 저자는 다윈주의에 드리워진 남성 편향적 관점을 걷어 내고, 그동안 누락되어 왔던 여성/암컷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봄으로써 모성과 여성의 참모습을 밝혀내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조지 엘리엇과 끌레망스 루아예, 앙투아네트 브라운 블랙웰 등 초기 모계 혈통 다윈주의자라고 볼 수 있는 19세기 여성 지식인들의 글에서부터 ‘부주의한 마초주의’를 교정한 시각으로 자연계를 바라본 현대 진화생물학자 및 사회생물학자들의 연구 업적에 이르는, 다윈에게 등을 돌림과 동시에 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진실을 외면하게 된 페미니스트들과의 간극을 좁히고 화해를 시도한 다윈주의 페미니즘의 역사 또한 들려준다.
주도면밀한 전략가이자 기업가적 제왕인 어머니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수컷과 수줍고 수동적인 암컷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포함한, 여성/암컷의 본성을 둘러싸고 양산된 수많은 편견과 신화들이 폐기된 자연계는 여성과 모성만이 아니라 배우자 관계 및 부모 자식 관계에 이르기까지 인간 종 전체의 기원과 진화에 대해 보다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먼저 저자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는 ‘자기희생적 모성’이 실제 자연 세계에서는 얼마나 특수한 경우에 해당되는지를 보여 준다. ‘극단적인 보살핌’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서 사랑을 받은 동화 『샬럿의 거미줄(Charlotte's Web)』에 등장하는 어미 거미 샬럿처럼 일생에 단 한 번 번식하고 죽는 단회 번식 종이나, 고도로 근친 번식적인 집단, 또는 번식 이력을 끝낼 시점에 가까운 어미들에게서나 발견될 뿐, 암컷이라는 성의 종 전형적 특성이 될 만큼 보편적으로 진화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실의 어머니들은 자기희생은커녕 유연하고 조작적인 기회주의자의 모습을 보였다. 평생에 걸쳐 여러 차례 연속적으로 번식하는 다회 번식 종이 대부분인 포유류와 영장류에서는 특히 여성/암컷이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넣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어머니들은 언제나 지금 앞에 놓인 번식의 기회와 미래에 보다 나은 조건에 찾아올 번식의 기회 사이에서, 그리고 한정된 자원을 각각의 자식에게 동등하게 분배할지, 아니면 그중 일부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할지 등 생애 전 과정에 걸쳐 일련의 타협들을 주도면밀하게 처리해 낸다.
또한 저자는 제인 구달이 가장 총애한 어미 침팬지 ‘플로’를 통해 어머니들은 그저 맹목적인 양육자가 아니라 기업가적 제왕의 모습을 지니고 있음을 밝힌다. 질 대 양에서 양을 선택한 수컷들의 번식 전략에 맞서 자신의 자식들에게로 아비 투자를 끌어들이고 영아 살해의 위협을 가하려는 또 다른 수컷들로부터 자식들을 지켜내고자 부성을 교란하고 분할하며, 자원과 배우자를 놓고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암컷들로부터 자신의 자식을 성공적으로 길러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위를 추구하는 성향이 다양한 부족 집단과 동물 사회의 어머니들에서 발견이 되었다. 즉 야망이 ‘좋은 어머니’ 되기와 양립할 수 없다는 낡은 사고방식에 종말을 고하고, 야망을 품는 여성/암컷의 성향이 모성과 충돌하기는커녕 어머니로서의 성공에서 본질적인 부분을 차지한다고, 모성과 야망은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한 마리 토끼라고 말한다.
가족, 나아가 인간의 진화를 밝히다!
‘전적인 헌신’을 어머니의 교본에서 삭제하고, 모성과 야망이 하나의 꾸러미 속에 서로 분리될 수 없게 연결되어 있음을 받아들인다 해도 여전히 현대 사회의 많은 어머니들이 ‘성이 운명’이라는 프로이트의 속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갓 출산을 한 어머니의 경우, 모유 수유가 아기의 안전과 지능, 면역 체계에 선사하는 이득을 적극 선전하는 기사를 읽으며, 존 볼비의 애착 이론(인간 영아가 생애 첫해에 일차적 애착 인물에 대한 본유적 욕구를 갖고 그 역할은 어머니만이 충족시킬 자질이 있으며, 그런 애착을 박탈당한 인간 아기는 불치의 손상을 입게 된다는 내용의 제안)으로 중무장된 전문가들의 권고 사항을 들으며, 여전히 직장으로 돌아가 일을 재개해야 하는지, 가정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한다.
저자는 이러한 딜레마가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현대적 장애물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일하는 어머니는 전혀 새로운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존재해 온 대부분의 시간과 인간이 등장하기 이전 수백만 년 동안 영장류 어미들은 생산과 재생산의 삶을 결합한 이중 임무 어미로 살아왔다. 단지 과거의 어머니들은 수집을 하거나 장작을 모으는 동안 아이를 데리고 다닐 수 있었고, 그럴 수 없을 때에는 아이의 아버지나 할머니, 형제자매 등 친지들이 대행 어미로 나서서 아이 보살핌에 도움의 손길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던 것이 현대 사회로 오면서 자식 양육의 공간과 일터가 임의적으로 구획되어 어머니 역할과 일 사이에 과거보다 훨씬 더 큰 긴장을 만들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인간 어머니와 가족을 보다 넓은 비교적, 진화적 구도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우리 인류가 협동 양육자로 진화해 왔음을 밝히고, 따라서 한 명의 아이라도 성공적으로 길러 내기 위해서는 타인으로부터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다양한 문화권의 인류 집단과 동물 사회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재구성해 낸 현실의 어머니는 언제나 생계와 양육을 동시에 수행하며 그 사이에서 타협하고,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투자를 극대화하기 위해 부성을 교란하고 분할하며, 양육에 도움을 줄 대행 어미를 곁에 두는 등 여러 정치적 목표를 손에 쥐고 곡예를 하는 다면적이고 능동적인 전략가인 것으로 밝혀진다. 인류 역사와 진화사에서 편견의 장막에 가려 수동적인 여성/자기희생적인 모성이라는 단일한 계층으로 무더기 취급을 받아 온 어머니들을 다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로 생생하게 되살려 냄으로써 이 책은 새롭고 혁명적인 모성 상(像) 및 가족의 배치를 제시하고,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10대 임신, 낙태, 영아 살해, 입양 등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지침들을 제공한다.
모성과 여성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 걸작!
《퍼블리셔스 위클리》와 《라이브러리 저널》이 선정한 최고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