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1] 정철(鄭澈), <길 위의 두 돌부처...>
(1)길 위의 두 돌부처 벗고 굶고 마주 서서
(2)바람 비 눈 서리를 맞도록 맞을망정,
(3)인간이별을 모르니 그를 부뤄 하노라.
이런 우리말 옛 노래는 오늘날의 맞춤법으로 고쳐 쓰고 말은 그대로 둔다. “맞도록”은 “맞을 만큼”이라고 바꾸고, “부뤄”를 “부러워”로 풀어 쓰면 이해하기 쉽지만 글자 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대로 두었다. 인간은 계속 함께 살지 않고 이별을 겪는 것이 다른 존재와 상이한 특징임을 적절한 표현을 갖추어 분명하게 나타냈다. (1)의 “돌부처”와 (3)의 “인간”이 대조를 이루게 하고, 인간이 겪는 이별의 특징을 이중으로 해명했다. (가)와 (나)로 구분해 하나씩 확인해보자.
(가) “돌부처”를 이루고 있는 돌은 무정물이고 움직이지 않으므로 사람처럼 이별을 겪지 않는다. 무정물은 아닌 유정물이고 움직이는 것도 사람과 같은 동물은 어떤가? 동물은 집단을 이루어 함께 살다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헤어지기도 한다. 뜻하지 않던 이별은 없고, 이별을 서러워하지 않는다. 사람은 뜻하지 않게 이별하고, 이별을 서러워한다.
(나) “돌부처”는 “돌부처처럼”으로 바꾸어놓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말이다. 다시 생각하면 “길 위의 돌부처처럼 벗고 굶고 지내는 빈한한 처지에서, 비바람ㆍ눈서리를 맞을 만큼 맞는 듯한 시련을 겪어도 이별하지 않고 계속 함께 산다면 행복하다”고 한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별이 사람이 겪는 어떤 고난이나 시련보다 더욱 심각하고 서럽다고 했다.
(가)와 (나)를 최소의 길이에다 최대한 함축하고 있어, 이 작품은 이별 원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어느 것보다 뛰어난 최상의 이별 원론이어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이별 2] 번스, <작별의 노래>(Robert Burns, “Auld Lang Syne”)
(a) 강소천의 번역
(1)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 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노래를 부르네.
(2)잘 가시오 잘 있으오 축배를 든 손에
석별의 정 잊지 못해 눈물만 흘리네.
이 자리를 이 마음을 길이 간직하고
다시 만날 그날 위해 노랠 부르자.
(b) 다시 한 번역
(1) 오랜 친구가 잊혀지고
마음속에 떠오르지도 않을 것인가?
오랜 친구가 잊혀지고
오랜 옛날마저도?
(2)(합창)
오랜 옛날을 위해, 친구여
오랜 옛날을 위해,
우정의 술잔을 들자.
오랜 옛날을 위해.
(3) 너는 너의 술 한 잔 사고
나는 나의 술 한 잔 사서,
우정의 술잔을 들자.
오랜 옛날을 위해.
(4)우리는 언덕에서 뛰놀면서
예쁜 데이지 꽃을 땄지.
그런데 우리는 지친 발로 많이도 돌아다녔지
오랜 옛날부터.
(5) 우리는 물에서 노를 저었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런데 우리 둘 사이의 바다가 크게 우르렁거렸네.
오랜 옛날부터.
(6)여기 손을 내미네, 진실한 친구여.
네 손도 내게 주게나.
참된 마음으로 한 잔 마시자.
오랜 옛날을 위해.
(c) English version:
(1)Should o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never brought to mind?
Should o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old lang syne?
(2)CHORUS:
For auld lang syne, my dear,
for auld lang syne,
we'll take a cup of kindness yet,
for auld lang syne.
(3)And surely you’ll buy your pint cup!
and surely I’ll buy mine!
And we'll take a cup o’ kindness yet,
for auld lang syne.
CHORUS
(4)We two have run about the slopes,
and picked the daisies fine;
But we’ve wandered many a weary foot,
since auld lang syne.
CHORUS
(5)We two have paddled in the stream,
from morning sun till dine;
But seas between us broad have roared
since auld lang syne.
CHORUS
(6)And there’s a hand my trusty friend!
And give me a hand o’ thine!
And we’ll take a right good-will draught,
for auld lang syne.
CHORUS
(d) Original Scots verse:
(1)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never brought to mind?
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auld lang syne?
(2)CHORUS:
For auld lang syne, my jo,
for auld lang syne,
we’ll tak a cup o’ kindness yet,
for auld lang syne.
(3)And surely ye’ll be your pint-stowp!
and surely I’ll be mine!
And we’ll tak a cup o’ kindness yet,
for auld lang syne.
CHORUS
(4)We twa hae run about the braes,
and pu’d the gowans fine;
But we’ve wander’d mony a weary fit,
sin auld lang syne.
CHORUS
(5)We twa hae paidl’d i' the burn,
frae morning sun till dine;
But seas between us braid hae roar’d
sin auld lang syne.
CHORUS
(6)And there’s a hand, my trusty fiere!
and gie's a hand o’ thine!
And we’ll tak a right gude-willy waught,
for auld lang syne.
CHORUS
이 작품은 특이한 방식으로 자료를 제기한다. (a)에 아동문학가 강소천이 우리말로 재창작한 것을 내놓았다. 그 다음의 (b)에 원문을 다시 번역한 것을 제시한다. (c)는 영어로 바꾸어놓은 것이고, (d)가 스코틀랜드 말 원문이다. 알기 쉬운 것에서 시작해 멀리 있는 근원을 찾아가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작품은 원래 스코틀랜드 시인 번스가 그 곳 말로 지은 시이다. 그것이 곡조를 갖춘 노래가 되어 세계 어디서나 즐겨 부른다. 이별의 슬픔을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하자고 이 노래를 함께 노래한다. 이별의 본질인 고독을 합창을 하는 집단의식으로 해소하는 치료제로 이 노래를 이용한다. 이별의 슬픔을 달래고 싶은 것이 공통의 소망이어서, 외진 곳에서 만든 특이한 노래가 인류 공유물이 되었다.
(a)에서는 해야 할 말을 두 연에 압축했다. (1)에서 오랜 사귐을 단절시키는 뜻밖의 작별이 닥쳐왔다고 해서 이별의 특징을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했다. (2)에서는 “석별”을 위해 “축배”를 들자고 하고 이별의 슬픔을 노래를 함께 부르는 기쁨으로 달랬다. 헤어지면서 부르는 노래가 다시 만날 날을 위한 노래라고 (1)과 (2)에서 줄곧 말했다.
(b) 이하는 본문 다섯 연마다 합창으로 부르는 후렴이 붙어 있다. 길게 이어지는 말이 압축과는 거리가 먼 서술이다. (2)라고 한 합창에서 오랜 우정을 위해 술잔을 들자고 하기만 하고 이별의 슬픔이나 장래의 만남은 말하지 않았다. (3)에서 각자 자기 술을 자기가 사서 마신다고 한 것은 원작에서 어떤 의의를 지니는지 알지 못해 납득하기 어렵고 분위기를 깬다고 생각된다. (4)와 (5)에서도 함께 놀던 과거를 회고하기만 하고 지금의 작별과 장래의 만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Auld Lang Syne”라고 적고 [ˈɔːl(d) lɑŋˈsəin](올드 랭 사인)이라고 발음하는 스코틀랜드 말 노래 제목은 영어로 “Old Long Since”라는 말이고, “오랜 전부터”라는 뜻이다. 과거를 회고하기만 하고 현재나 미래는 말하지 않는 사연에 꼭 맞는 제목이다. 제목이나 내용 양면에서 (b) 이하의 것들은 작별의 노래라고 할 수 없다.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비유가 적절하다. 그런데도 <작별의 노래>라고 너무나도 알려진 것은 작별을 하는 모임에서 으레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작별은 노래를 부르는 실제의 상황이므로 노래 말에서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된다고 양해한다. 이것은 심각한 결격 사유여서 (a)에서 시정해 명실상부한 <작별의 노래>를 다시 만들었다. 이 작품을 [이별 2]로 든 것은 (a)의 노래 말이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기 때문이다. 서러워하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헤어져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자는 것이 이별 원론에 추가해야 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