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배하는 힘을 넘어
새로운 우리로 나아가는 슬기
지난 3월 17일, 살림학연구소와 공동체지도력훈련원에서 함께 마련한 ‘한몸살이(공동체) 살림살이 이야기’ 두 번째 모셔배움이 열렸습니다. 이날 모셔배움에는 없이있는마을 광호 님,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 주희 님, 덕계-산성마을 상병 님이 함께했습니다.
없이있는마을은 남양주 남쪽 끝자락 송촌리에 터한 한몸살이로, 서울 종로에 있는 한 교회 청년들이 오늘날 문명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고 함께 공부하던 모임에서 움텄습니다. 반생명문명, 착취와 죽음으로 존재하는 도시문명에 문제의식을 품고 2017년부터 마을로 이주를 시작해 농생활을 기본으로 하는 공동체를 꾸렸다고 합니다. 밭농사 논농사 짓고, 영유아 공동육아 ‘둥글레놀이터’, 초등 방과후배움 ‘민들레배움터’, 중등과정 ‘덕분중학교’를 일구어오고 있습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마을 이모삼촌들이 함께하는 다양한 사귐과 공부의 장도 열린다고 합니다.
없이있는마을 광호 님은 “수입은 다르지만 지출이 비슷하고, 소비보다 생산과 창조를 중심에 두는 삶”의 기쁨과 풍성함을 나누며, 탈주(출도시)를 넘어 생성을 가능하게 했던 힘은 더불어 사는 삶과 함께하는 공부에 있었음을 강조했습니다. “우리 삶을 끝까지 잘 살면, 죽어도 그 존재 얼과 방식이 계속 다른 생명들에게 이어져 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은 ‘나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놀며 배우는 대안적 농교육’을 토대로 더불어 살아가는 한몸살이입니다. 주희 님은 청각장애인을 농인으로, 시(示)인으로 보지 못하는 것에는 어떠한 힘이 작용하는지 고민하며, 학생들과 농인다운 삶을 배우며 세워가는 과정을 치열하게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힘이 있음을 발견했고, 그 힘은 비단 농사회뿐 아니라 내가 나로서 존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어떠한 힘이 우리 사회에 작동하고 있다는 앎으로 가닿았다고 합니다.
구호는 넘쳐나지만 일상은 없는 농사회 현실에서 답이 없다고 생각할 즈음, 밝은누리 한몸살이를 만나 마을로 더불어 사는 삶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길 가다 만나는 마을벗들이 수어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누고, 전교생이 수어를 배우는 학교를 만나면서 함께하는 관계망 안에서 새로운 꿈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주희 님은 “이제 증명하는 일을 그치고 나라는 생명을 온전히 볼 수 있는 울타리를 만난 것 같다. 마을에 기대어 살아가며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꿈꾸는 새로운 소보사를 꾸려가고 있다”며 이야기를 맺었습니다.
양산 덕계마을에 살면서 부산 산성마을 벗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상병 님은 마을밥상에서 밥 짓고 부산온배움터에서 청년들과 공부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상병 님은 덕계마을과 산성마을은 배움터를 중심으로 생성된 한몸살이로, 배움터 주위에 가정들이 모여 살면서 시작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지만 함께 살면서 첫 뜻이 흐려지고 여러 갈등을 겪으면서 어려움을 마주했다고 합니다. 그때 경남지역에 공동체지도력훈련원 공부자리가 열렸고, 산성마을에 사는 한 벗도 그 공부에 참여하면서 두 마을 모두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합니다.
상병 님은 “이전에는 사건과 일들 중심으로 논리적으로 말하는 게 중요했는데, 함께 공부하면서는 논리와 명분, 관념이 아닌 삶 자체를 다루면서 공감대가 높아졌다. 험담, 평가, 타인을 상 짓던 것을 내려놓게 되었고, 자기중심성이 사라짐을 경험했다. 이런 것이 수행이구나 깨달았다”며 소회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덕계마을, 산성마을, 부산온배움터 벗들이 함께 어우러진 다섯 두레로 일상 나누며 공부하는 관계로 만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없이있는마을,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 덕계-산성마을 세 한몸살이 이야기에는 나와 우리를 지배하는 힘을 넘어 새로운 삶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슬기와 지혜가 담겨 있었습니다. 모셔배움 함께한 벗들은 나눔 후에도 다양한 질문 나누며 스스로의 삶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