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디어】 박혜성 기자 = 누구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모르고 있는 생활 속 자동차-교통 상식을 짚어 보는, 일명 '어명 (어렴풋한 상식을 명확한 지식으로)'시간이다. 오늘은 일곱 번째 순서로 '전동스쿠터 어디서 타야 하나?'에 대해 알아봤다. 이전 편은 아래 클릭
'어명' 2편- 골목에서 도로 나갈 때, 깜빡등은 어느 쪽? http://www.carmedia.co.kr/sqa/243984
'어명' 3편- 골목에서 마주치면, 누가 먼저 비켜야 할까? http://www.carmedia.co.kr/sqa/251082
'어명' 4편- 캠코더 단속에 관한 사소한 궁금증 http://www.carmedia.co.kr/sqa/294151
'어명' 5편- 유턴 차선 너머 '노란 실선', 왜 있을까요? http://www.carmedia.co.kr/sqa/513483
'어명' 6편- "먼저 가세요"…도로 위 '우선순위' 총정리 http://www.carmedia.co.kr/sqa/514926
요즘 거리에서 세그웨이나 전동휠, 전동 스쿠터, 전동자전거와 같은 이른바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걷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자전거처럼 힘들게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니 참 편해 보인다. 그런데 인도에서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통과해가며 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동차들과 함께 차도에서 쌩쌩 달리는 사람도 있다. 대체 개인형 이동수단은 어디서, 어떻게 타야 할까?
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도로교통법상 개인형 이동수단(정격출력 0.59㎾ 미만)은 50cc 미만 스쿠터나 125cc이하 오토바이처럼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따라서 개인형 이동수단은 인도나 자전거도로가 아닌 차도를 이용해야 된다.(도로교통법 13조 차마의 통행) "다른 자동차들과 함께 줄서서 달리고, 신호를 받으면 멈추고, 유턴을 하면 된다"고 한다. 개인형 이동수단 광고 영상에서 북적거리는 인파를 뚫고 유유히 달리는 모습은 알고 보니 모두 불법이었다.
그런데, 차들과 함께 달리는 데 문제가 있다. 개인형 이동수단은 속도가 자동차만큼 빠르지 않다. 간혹 속도가 60km대까지 나오는 제품도 있지만, 대부분 모델의 속도는 10~20km대다. 차도에서 달리면 뒤에 있던 차들이 '빵빵'거리거나 거칠게 추월해버리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아무런 안전장비가 없는 개인형 이동수단을 탄다는 건 사실상 맨몸이나 마찬가지인데, 다른 차들과 함게 차도를 누비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한 일이다.
또한 개인형 이동수단은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에 속하지 않는다. 방향지시등이나 전조등, 제동등이 없다는 이유다. 자동차관리법의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번호판도 달 수 없고, 자동차 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 사고가 나도 보험 처리가 안 되니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원동기가 달려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상 '차마(車馬)'로 분류해 사람과 분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에서 달리면 사람을 칠 위험이 있고 차도에서 달리면 사고 위험이 있어 둘 다 위험하긴 하지만, 그 중에서 보행자 안전을 더 우선 순위로 보고 인도 대신 차도로 달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개인형 이동수단을 '저속 자동차'로 보고 도로에서 달리도록 하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인도와 자전거도로에서 주행하도록 한다. 독일은 관련 면허를 새로 만들어 면허를 딴 사람에 한해 자전거도로와 일반도로 모두 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호주와 중국도 개인형 이동수단을 자전거와 유사하게 보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규정이 조금씩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3월부터는 전기자전거를 일반 자전거처럼 탈 수 있게 됐다. 조건은 ▲사람이 페달을 밟아야 전동기가 작동하는 '페달보조방식' ▲시속 25km를 넘으면 전동기 차단 ▲중량이 30km 미만인 전기자전거다.
지난해 12월에는 개인형 이동수단을 '전동 이동 장치'로 정의해 자전거도로에서 달릴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올해 6월에도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특례를 마련해 자전거도로와 인도에서 탈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결론적으로, 현재 개인형 이동수단은 차도에서 타야 한다. 자동차 면허나 2종 원동기 면허가 없이 타면 '무면허 운전', 술을 마시고 타면 '음주운전'으로 처벌받는다. 또한 헬멧도 반드시 써야 한다. 언젠가 법이 바뀌겠지만, 그 전까지는 규정을 잘 지켜가며 지정된 곳에서 안전하게 타야 한다. 꼭 명심하자!
<카미디어>의 '어명(어렴풋한 상식을 명확한 지식으로)'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평소 애매했던 교통 상황이나 자동차 상식 등을 아래 이메일이나 덧글 등으로 보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