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3-07
걸 쭉 한 사 람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오늘은 몇 달에 한번씩 만나보게 되는, 신학교 다니면서 계속되는 동기들과 함께 하는 날이다. 처와 나는 이웃의 목사님 차로 가면서 면소재지에서 다른 분들을 만나 대둔산(大芚山) 인근에 있는 목사님 댁에 이르렀다. 함께 한 이들은 너도나도 말들이 많다. 교회 생활에서 하지 못하던 마음속 담겨진 얘기들을 끄집어 내어놓기라도 하듯 이야기들이 술술 풀려져 미끄러지듯 나아온다. 모임의 이름은 삼십이회에 졸업을 하였다하여 “삼둘회”라 칭해오고 있다. 이제는 졸업을 한지가 십 수년이 지나가고 있다. 친구 황(黃)은 모임의 진행가운데에 우리들이 세월은 흐르지만 순수함을 계속해서 지녀가자는 마음 닿는 그런 말을 하였다. 옛 모습과 다름이 없다는 고시조(古時調)하나가 생각되어졌다. “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네”. 우리들은 매일매일 다르게 나타나는 변화무쌍(變化無雙)한 세태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마음가짐만은 산천(山川)처럼 의구(依舊)함을 지녀봄이 어떻겠는가?
오후에는 대둔산(大芚山)의 수락계곡(水落溪谷)에 가보자는 말에 다들 따라나섰다. 나는 그곳 가까이에서 두 해가 가깝도록 살게된 때가 있었다. 그 때에 이 계곡으로 산 정상에 오르기도 하였다. 이 산을 사람들이 많이 오르게되는 다른 쪽에서는 너무 급경사로 이루어져있어서, 쇠사다리를 밟고 오르게되는 데에도 나는 무서워서 얼마 오르지 못하고 되돌아온 적이 그 예전에 있었다. 수락의 계곡을 따라서 이백 스무 계단이 있는 곳까지 가기로 하였다. 나는 모처럼의 내딛는 산행의 발걸음이라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언제나 그렇듯 다른 사람들은 오르기도 잘하는데, 나는 뒤에 쳐져서 한 걸음 한 걸음 떼어놓기에도 바쁘다. 사람들은 전방과 주변광경을 바라보며 걷는데, 나는 좁은 시야로 넘어질세라 발 밑을 겨우 보아가며 걷는다. 사람들은 산에 이르면 시야가 좁아진다. 숲 속에서는 전체의 숲을 보기보다는 하나하나의 나무들만을 볼 수밖에는 없다. 산밑에 사는 우리들은 이렇다 저렇다 말들을 많이도 하게 된다. 묵묵히 걷는 산사람들이 좋다. 때로 산에서는 적은 말이지만 나에게 울림과 여운(餘韻)이 되어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말은 적어도, 들려오는 소리가 많은 곳이 산이다.
다섯시가 넘어서 산에서 내려온 우리들은 늦은 김에 아예 계속해서 저녁까지 함께 먹자는 분위기였다. 저녁식사는 회장 일을 맡아보고 있는 친구 황(黃)이 내어야한다는 쪽으로 말들이 모아졌다. 그런데 우리들은 그런 말을 어디에서인가 배운 것 같다. “누구누구가 쏴라”하는 말이다. 이 말은 방송에서도 젊은이들에게서 공공연하게 말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남북이 총을 서로에게 겨누고있는 이 마당에 말도 안 되는 말이 사람들간에 쓰여지고 있다. 저녁시간이 일러 이번에는 밥 먹는 곳 가까이에 있는 만인산 휴양림에 가서 오솔길을 걸었다. 저녁식사는 값도 비싼 추어탕이었다. 먹는 가운데 동료들에게서 “걸쭉하다”하는 말을 배우게 되었다. 언뜻 “진국이다”라는 말도 생각이 났다. 찾아보니 건더기가 많아서 묽지 않고 매우 걸다는 말인 것 같다. 그 말을 들으며 야! 나도 걸쭉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하는 짓이 싱겁고 야무지지 못한 속된말로 말하자면 “맹물”과 같은 그런 사람말고.......
공동체 이야기
아 우 름
무래가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다. 매주 목요일마다 제원에서 밀알의 집 식구들과 같이 만나는 시간을 가지는데, 어느 사이 우리들은 친숙하여졌다. 그러다 보니 무래가 밀알의 집에 가야겠다는 이야기가 그에게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것은 말과 같이 자연스러움이다. 마치 중고등학생 때에 다른 교회와 연합으로 여름날에 수련회를 가지게 되면 삼사일 그간에 알고 사귀게된 다른 교회의 전도사님이나 같은 학년의 아이나 혹은 이성이 좋아 보여서 간혹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연락을 주고받거나 오고가기도 하며 서로 만나는 바로 그런 것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를 밀알에서 하루 밤을 지내고 오라는 말을 예전부터 꺼내놓았으나 그를 막상 보내지를 못하였다. 그것은 공동체에서 무래가 함께 해주는 세세한 일이 여러 가지로 많아서였다. 그와의 약속을 이번 목요일에서야 지킬 수 있었다. 다음날 전도사님과 같이 무래가 집으로 왔다. 그곳에서 하루를 보낸 것이 좋았던 모양이다. 다녀온 후 그곳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나이가 어린 효림이가 좋았다고 말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느 공동체가 다른 모둠이나 모임과 연합을 이룸이, 이것이 다른 한편으로의 공동체의 이상적(理想的)인 모습이다. 나, 내 가족, 우리 집, 더 나아가 내 사람, 우리 쪽 사람이라고 사람들 사이에 말하는 것을 왕왕 볼 수 있다. 크게는 민족 공동체를 볼 때에 분단이 고착화(固着化)되었다고 말하는 이때에 우리는 아우름을 배워나가야겠다.
나는 할 수 있을 듯 하면서 못 다해주는 일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예배실 책장이 텅텅 비어있다. 같은 식구 가운데 책 보기를 좋아하시는 분이 계신다. 바라기는 그 세 개의 책장에 책들이 가득가득 채워지기를 바란다. 또 다른 하나의 바람은 공동체 식구들이 목요모임이나 목욕 가기 등의 외출하는 시간에 걸음을 걷지 못하는 세 분은 함께 모시고 가지를 못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세 개의 휠췌어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사용 할 때가 그렇게 많지를 않다. 차에 타고 내리거나, 계단에서 이동을 할 때에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모든 이들이 같이 밖의 나들이를 하였으면 한다. 밖으로 자유롭게 출입을 못하시는 분들이 자주 나갈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한다. 매주 목요모임이 안에서만 지내게되는 장애인들을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는데도, 걸을 수 있는 이들이 모이는 모임밖에 되지를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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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최영애
지명수
정무래
박종만
어귀녀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금산제원적십자사(회장:유상현)는 제원주유소에서 금산밀알의집. 나눔의집새터공동체 그리고 이웃 장애인 분들과 함께 갖는 목요일 모임을 6월19일26일, 7월 3일, 10일에 각각 가졌습니다. 군북교회(한성국목사)에서 같이하여주셨습니다.
* 03년 7월 14일에 제원교회 조종국 목사님과 논산의 대둔산 수락랜드의 도움으로 공동체 식구들이 함께 목욕을 하였습니다.
* 대전노숙인삶터「파랑새둥지」에서 6월 12일에 온 박성배 군이 6월 18일에 갔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이어서 6월 13일에 논산예수마을에서 다시 오신 최동근 선생님께서 6월 19일에 그곳으로 다시 가셨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성남교회안수집사회.주식회사EG(이광형).김기홍.세상을아름답게만드는사람들(3인).금산읍교회(김철우외2인).어귀녀정무래.예수마을(임정숙외1인).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1인).최영수외3인.지명수.대덕교회(이중삼외2인).추부제일교회.채윤기(박현실).오정교회여전도회협의회.향림원(3인).대전노회.진명구.향림원(2인).대한적십자금산군추부봉사회(3인).남일중앙교회(10인).대덕교회.박종만세광교회.진암교회(김흥태).신건태.옥천동부교회.추부나눔의집.대전일보(김세원외1인).문성교회5여전도회(우상식.한부임).성공회금산나눔의집(허광만).예전교회.김춘희.만나교회(전남홍외10인).동산베이커리.정명래.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