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m. 8시간반. 2만7천보.
덕원고 - 선류정 - 수정사 갈림길 - 구일리 도암골 -
박씨재실 - 맥반석봉 - 광산고개 - 병풍산 - 감태봉 -
욱수정 - 봉암폭포 - 욱수골 주차장.
두리봉님. 산사랑님. 한소가 같이했다.
오늘 완전하게 행복했던 것은 전적으로 두분 덕이다.
두리봉님은 좋은 길 열어주셨고,
산사랑님은 열일 제치고 우중에도
침산동에서 먼길을 와주셨다.
서병장님은 다른 일로 참석치 못했다.
출발 때부터 하루종일 비는 오락가락했다.
큰 비는 아니다. 시간당 2mm.
찔끔 오다가 곧 멈추고
한참 있다가 다시 오기를 반복했다.
땡볕이냐. 이 정도 비냐
선택하라면 나는 단연코 비.
이런 비는 땡볕보다 걷기에 훨씬 편하다.
성암산 ~ 광산고개 능선길은
오르내림이 잦다.
또 이 길은 나무 그늘이 부족하다.
노면도 샛길에 비해 많이 거칠다.
샛길은 주능선의 이런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해준다.
분위기 있고. 호젓하고.
부드럽고. 올망졸망하고.
혹간 주인 잃은 개도 만나고.
밤나무에서 떨어진 생밤도 주워먹고.
그래서 여름철에는 샛길 이용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쉬운 점은 경로 표시
이정목이 하나도 없다는 것.
그래서 갈림길에서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①덕원고 - 선류정 - 수정사 갈림길
덕원고에서 선류정 오르는 길은 된비알.
30분 정도 땀 빼면 선류정.
이제부터 편한 길이다.
선류정에서 신매역 부근 내려다 보았다.
유건산.
선류정. 신선이 머물다 쉬어 가는 곳이다.
경치가 빼어나다. 욱수골 전체가 다 보인다.
선류정에서 본 성암산 정상.
꼭대기에 정자가 보이는 곳이다.
주름조개풀.
잎에 파도 모양의 잔주름이 있고,
꽃의 형태가 조개를 닮아
주름조개풀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② 수정사 갈림길 - 구일리 밀암사지 - 박씨 재실 - 맥반석봉
수정사 갈림길. 해발 350.
이곳에서 성암산 정상(480)으로 오르지 않고
오른쪽 샛길로 빠진다.
주능선길 접합부.
샛길과 주능선길이 자주 교차한다.
주능선길은 넓고 훤하다.
샛길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가는 소로다.
샛길 상세도다.
이 그림을 사용하여 사람들이
샛길을 쉽게 다니면 좋겠다.
등골나물.
이파리가 사람의 등골과 닮아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는 말도 있고.
또 등골나물의 엽맥이 두드러진 것을 보고
등골나물이라 한다는데.
사실 따지고 보자면
잎 중앙 가운데 부분이 사람 등골처럼
움푹 들어간 형태의 식물이 한두 개인가.
식물 잎의 대부분이 그런 모양새 일거다.
80-90% 넘을 것이다.
밋밋한 것이 오히려 드물다.
그보다는 등골나물 이름의 작명은
뼈 질환에 관여하는 등골나물 잎의
약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게 맞다.
실제 관절 치료 한약재로 쓰인다.
등골나물류를 영어명으로 ‘Boneset’이라 한다.
'뼈를 붙인다(接骨)’는 뜻이다.
등골나물 일본 이름도
뼈와 관련이 있는 이름이다.
등골나물 잎이 특별나 보이지 않다.
구일리 도암골. 금성산 가기 전이다.
과거에 사찰이 있었던 곳이다.
왼쪽으로 빠지면 구일리로 내려간다.
임진왜란 때 피난 온 사람들이 9일간
숨어지낸 곳이라서 마을이름이 구일리다.
밭을 묵혀두었더니 잡초가 무성하여
길이 안 보인다.
어림짐작으로 이곳을 통과했다.
환삼덩굴.
농부에겐 공포다.
농사를 한해만 걸러도
이 망할 놈의 잡초가 밭을 뒤덮는다.
며느리밑씻개 꽃.
예쁜 꽃에 가시가 달려있다. 상당히 날카롭다.
환삼덩굴과 며느리밑씻개가 섞여있다.
며느리밑씻개꽃 줄기에 가시가 보인다.
화장지가 귀하던 시절에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미워하여
부드러운 풀잎 대신 가시가 있는
이 풀로 뒤를 닦도록 했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고약했던 시어머니 심성이 바로 보인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을 보여주는 식물이다.
참으로 힘들고 고달팠던 시절이었다.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과도한 집착이
신산한 관계를 만들었다.
달맞이꽃. 해질녁에 임을 기다리듯
저녁에 살짝 피었다가 아침에 시든다.
사위질빵꽃
주능선길.
물봉선.
물봉선은 봉선화과의 한해살이풀이다.
물봉선화꽃은 마치 봉황새를 닮았다는 의미의 봉선화와
물을 좋아하는 특성을 따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
꽃의 지름은 약 3cm정도 되며
모양은 나팔모양이며
끝이 달팽이관 처럼 나선형으로 말려 있다.
꿀이 많아서 벌등 곤충들이 좋아하며
실제로 꽃을 따서 달팽이처럼 구부러진
꽃의 끝을 잘라서 빨아보면
달콤한 꿀맛을 느낄수 있다
박씨재실부근. 이곳도 잡초가 무성하여 길을 찾기 힘들다.
사람은 안 보이고 고삐 풀린 개만 우릴 보고 짖어대었다.
비가 오는 날씨에 외출 나온 두꺼비가 많이 보였다.
두꺼비는 어눌하게 걷는다.
두꺼비는 달팽이·지렁이·우렁이·개미·나비를 먹는다.
밤이나 비 오는 날 나와서 활동한다.
두꺼비 나오면 장마 들고
두꺼비 잡으면 벌 받는다고 하였다.
신령스러운 동물로 쳤다.
울퉁불퉁한 피부병이 옮겨진다고 무서워했다.
의뭉스럽지만 지혜가 있어
은혜 갚을 줄 안다는 말도 있다.
두꺼비에게 밥 주던 처녀가
대왕 지네의 제물로 바쳐질 때,
독을 뿜어 지네를 죽였다는 설화도 있다.
③ 맥반석봉 - 광산고개 - 병풍산 - 감태봉 - 욱수정
맥반석봉 부근에서 부터 주능선길만 타기로 했다.
잔돌이 많아
걷기가 수월치 않는 곳도 있다.
광산 고개 부근에서 자욱한 운무가
우리를 둘러쌌다.
광부들이 새벽 밥 먹고 경산에서
가창면 상원리 중석 광산으로 출근하던 길이다.
해발 520 m.
광산 고개에서 가까운 병풍산.
서두르면 30분 이내에 다녀올 수 있다.
찬 바람 막아줄 정도로 두툼한 산이 아니다.
그냥 뽀족한 봉우리에 불과하다.
병풍산 북쪽 광산고개에서 볼 때 그렇다.
남쪽 비내고개에서 보는 병풍산은 꼭대기가 넙적하다.
병풍산 근처
동학산에 사는 학이 멀리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병풍산이 병풍처럼 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학산 밑에 신라시대 절 경흥사가 있다.
감태봉. 몇년전 산불의 흔적이 아직도 여전하다.
감태봉 580m.
지역마다 감태봉 혹은 감투봉이 있다.
고유명사 지명이 마치 보통명사처럼 쓰였다.
그 지역에서 제일 높은 산에 감투봉 이름을 붙였다.
벼슬을 의미하는 감투를 쓰고 있다고 본 것이다.
감태봉 명칭은 감투봉이 살짝 변형된 것이다.
감태봉에서 욱수정까지 1km.
높이 차는 150m.
욱수정 440m.
욱수골과 진밭골 경계점.
이곳이 분수령이다.
빗물이 대덕지로 가느냐 욱수지로 가느냐
이곳에서 결정된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 시작한 게 오후 3시반.
얼마나 허기가 졌던지 우리는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⑤ 욱수정 - 봉암폭포 - 욱수지 - 욱수골 주차장
봉암폭포
폭포옆 바위가
폭포에서 머리감다가
잠시 눈 감고 있는 처녀의 옆 모습이다.
물봉선.
산사랑님은 내가 모르는 꽃이
보일 때마다 자세하고 친절하게
꽃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주신다.
참으로 고마운 선생님이다.
황화코스모스.
일반 코스모스보다 꽃잎이 더 통통하다.
금계국, 메리골드와 비슷하게 생겼다.
황화코스모스는 금계국에 비교하면 주황색이 더 짙다.
금계국은 샛노랗다. 초여름에 핀다.
황화코스모스는 늦여름꽃이다.
욱수정에서 욱수골 주차장까지 5km.
포장도로 4km.
욱수골주차장.
세상이 좋아져서 예전처럼 뭔가를 찍기 위해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휴대폰 덕분에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 잘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카메라로 뭔가를 찍으려 하면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소중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순간을 찍다보면
세밀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더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찍어두기만 하면 아깝다.
찍은 다음에 자주 꺼내 봐야 한다.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을
한번 찍는 것으로만 끝낸다면 참 아깝다.
틈나는 대로 꺼내보면
사진을 찍었던 과거의 그 순간이 되살아 난다.
그래서 볼 때마다 즐겁다.
행복해진다.
잠자리에 들 때 꺼내 보면 더 좋다.
오늘 하루 찍은 것을 쭈∼욱 훑어본다.
멋진 경치, 맛있는 음식, 좋은 사람들.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참 좋다.
감사한 마음, 행복한 마음을 간직한 채
잠들 수 있다.
오늘 찍은 게 없다면 과거에 찍은 걸 찾아본다.
그러면 힘든 마음이 누그러진다.
긍정적인 기운이 온몸으로 퍼진다.
좋은 주사를 한방 맞은 것 같다.